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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고리 Sep 05. 2022

숲 속 길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 투어

글쓰기 교실의 야외 수업 날, 우리는 안양 예술공원에서 모였다. 원래 처음에는 야외 수업 장소로 정해진 곳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변경되었는데, 처음부터 이 장소를 추천했던 나는 예술공원에서 야외 수업을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예술공원은 일주일에 2~3번은 찾는 곳으로 거의 매일 조깅 겸 러닝 겸 산책을 하는 운동을 하러 가는 길 중 하나이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안양천 옆의 작은 조깅로, 그곳의 이름 모를 예쁜 꽃들과 나무, 왜가리와 오리가족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푸르른 숲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숲에는 안양시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많은 예술작품들이 있다.


평소에는 그 작품들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작품 속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작품 옆에 앉아서 김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으면서 작품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가끔 작품 옆의 이름표를 보고 '아, 이 작품의 이름이 이거구나.'라고 생각은 했어도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들에 대한 해설 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이 해설 투어에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야외 수업에서 해설 투어를 듣게 되었다.


도슨트와 함께 한 투어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작품들이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져서 국내외의 작가들이 안양시를 둘러보고 만든 작품이었다는 설명부터 놀라웠다. 나도 모르는 안양의 역사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고, 이곳에서 있었던 과거의 일들까지 찾아가며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는 설명에 작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동안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안양 예술공원의 상징적인 건물인 안양파빌리온에서 시작된 작품 투어는 다른 여타의 작품 투어와는 달리 직접 숲과 하천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져 더욱 생생했으며 즐거웠다.


작품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과 숲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자연의 복구, 자연과의 공존을 보여준 작품들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숲 속 길'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아마 도슨트 해설을 못 들었다면 작품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제목 그대로 길이었기 때문이다. 숲 속에 난 나무로 만든 길. 보통 숲의 길을 흙을 파내서 길이 되는 식인데, 나무판자를 땅에서 조금 띄워서 길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도슨트가 왜 이렇게 땅에서 띄워서 길을 만들었는지 말씀해 주시는데, 작은 동물들과 곤충들을 비롯한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저렇게 땅에서 띄워 놓았다는 말을 듣고, 작가의 배려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터널이 있는 도로를 지나다 보면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라고 쓰여 있는 글을 볼 때가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느꼈던 따스한 마음이 들었다. 숲 속 길 외에도 삼성산의 등고선의 높이를 복구해 만든 전망대와 비봉산의 등고선을 복구한 안양파빌리온 등 자연을 생각한 작가들의 마음에 괜스레 코 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은 투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안양천에서 한가로이 발을 저으며 떠 있는 오리가족과 외로이 서 있는 왜가리를 보았다. "얘들아, 우리 오래오래 보자. 너희들이 있어서 이 길이 참 좋다." 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돌아가는 내 마음은 따뜻하고 행복했다.


#글쓰기교실 #책과강연 #백일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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