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서비스 기획자의 직장생활
뜨거운 태양, 수많은 사람들을 태운 무거운 버스
잘 안 닫히는 지하철과, 서로 밀고 밀치는 아침의 출근 게임
이 가운데서 웃으며 회사에 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나였다. 취직 0개월 차 신입 서비스 기획자. 매일 8시간, 일을 한다는 것 자체로 나는 정말 즐거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근무했나̆̎? 전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수의 눈치를 보았고, 대표님 눈치를 보았고, 내가 한 게 맞나̆̎ 의문하며 질문할까 말까 수없이 고민해야 했고, 내 표정이 어땠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매일이 쉼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주 사소한 실수를 저질러 괜한 타박을 받기도 했다. 작은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를 꾸짖으며 야근하면서 공부하기도 했다. 섣불리 한 행동에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냥 말 그대로 사회초년생 어영부영 신입이었다.
그러면 대체 뭐가 그렇게 좋았느냐.
협업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 같은 시간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게 참으로 짜릿한 기쁨이었다.
대학생 때는 그랬다. 연극 연출 전공이었던 나는, 어떤 공연이든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끊임없는 약속 잡기의 반복임을 절실히 체감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모든 이들의 스케줄이 달랐고, 한 날 한시에 모이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웠다. 그래서 그 시간 안에 최선의 것을 만드려 매일 치열하게 전략을 짜야했다. 그 와중에 빌런도 여러 명이면 그렇게 지칠 수가 없다.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기어코 버스를 타려던 그런 분들. 그들을 설득하고, 일 하도록 만드는 것도 내 일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계획한 것의 90%는 포기해야 했고, 열정만큼 안 따라주는 환경에 지쳐만 갔다.
근데 이게 웬걸, 여기는 한날한시에 모두가 모여있다. 아니, 당연히 모여 있을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모여 있는 게 원칙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웬만하면 마음대로 언제든지 회의를 잡아 논의할 수 있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눈에 보여도, 그 사람은 결국 해야만 한다. 설득할 필요도 없다. 회사라는 환경은 일하는 것이 디폴트인 곳이니까.
진짜 ‘일’에만 몰두하는 경험을 이제 처음 해보았다. 모두가 이 일을 바라보고 논의하는 환경 속에서는, 짧은 시간 내 항상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버겁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라는 압박을 통해 오히려 내 잠재력을 발견했다. 끝없이 많은 것을 고민했던 습관을 버리고, 가장 임팩트 있는 일부터 고민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게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생산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기뻤다.
그리고 나면 주어지는 달콤한 퇴근이라는 휴식은 얼마나̆̎ 또 짜릿한가.
정해진 일을 잘 끝마치고 깨끗이 샤워하고 마시는 음료 한 잔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다.
때로는 일이 잘 되지 않는 날이 있을지라도, 반복적으로 그 시간만 되면 주어지는 그 ‘보증된 휴식’은 마음에 평안감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비록 내일 다시 그 힘겨운 일을 마주해야 할 지라도 말이다. 이 시간만 되면 다시 깨우칠 수 있다. ‘나는 일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닌, 일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 일을 해야 하니까 하지, 좋아서 하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진짜 좋아서 한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지 못한다면 그렇게 되게 할 거다.’
행복을 다른 데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일주일에 40시간을 보내는 일하는 환경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잘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모두는 일하는 기쁨을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