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산에 가신다.
문장완성 글짓기에 한 아이가 쓴 내용이다. 대부분은 ‘친절하시다.’‘예쁘시다’(?)’공부를 잘 가르친다‘ 등 나에 대한 나름 자기의 생각을 쓴다. 이 아이는 극사실주의다. 참, ’우리 선생님은 윤미용선생님이다.‘ 이렇게 쓴 아이도 있긴 하다.
매주 월요일, 주말 지낸 이야기 하브루타를 한다. 내가 청솔모며 나무들로 산 이야기를 시작한다. 몇 주 반복되니 아이들은 월요일 아침이면 ’선생님, 산에 갔다 오셨어요?‘ 먼저 묻는다. 집 뒷산 둘레길은 5km 코스다. 땀이 살짝 날 정도로 1시간 동안 걷는 아주 아름다운 길이다. 매주 주말이면 산엘 다녀와야 주말을 주말처럼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3월 초순쯤에 진달래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늘씬한 가지에 진분홍 꽃을 품고 있는 자태가 설레여 꽃이 기다려졌다. 드디어 그로부터 일주일 후, 수줍으면서도 한껏 우아한 진달래꽃이 만발한다. 한 시간이면 끝날 길이 진달래를 봐주느라 30분이나 늘어났다. 진달래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과연 저 여린 가지에서 어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는다. 그가 피워낸 꽃은 어느 아름드리 꽃나무 못지않게 풍성하다. 아이들이 그렇다.
이걸 해 낼 수 있을까?
학년 수준에 너무 어렵지 않을까?
여기까지만 하라고 할까? 등등
교사의 제한을 아이들에 대한 믿음으로 밀어놓으면 아이들은 내가 상상한 그 이상을 해 내고야 만다. 항상 그렇다. 그저 난
“애들아, 너희들이 해낸 건 2학년 수준이 아니란다. 거의 5학년?” 이렇게 격려와 감동을 전할 뿐이다.
진달래꽃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아이들처럼 참 투명하다. 진달래와 비슷한 철쭉이나 영산홍과 다르게 진달래는 햇빛에 비치는 한지를 닮았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하고 판을 깔아주면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속마음이래야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감추고 숨기고 싶은 조금은 회색빛을 띠는 그것을 꺼내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 코 푼 휴지를 종이 재활용 박스에 넣은 친구가 있네. 누가 그랬을까?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데.. 괜찮으니 나와서 제자리에 버려줄래? ‘ 하면 살짝 당황한 얼굴로 비죽 웃으며 나오는 아이가 있다. 그 용기에 박수!!! 졸지에 뭔가 분위기가 반전되며 잘못이 칭찬거리가 돼버린다. 그 아이와 지켜보는 다른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진달래꽃 시가 자꾸 떠오른다. 영변에 약산? 뭔가 철쭉이나 영산홍처럼 길거리에 흔히 있는 꽃들과는 사뭇 다른 급이 느껴진다. 내가 다니는 산의 진달래가 그렇다. 둘레길 근처가 아니라 저~ 기 손에 닿기 쉽지 않은 곳에 오롯이 자태를 자랑하며 주변의 시샘을 받는다. 자세히 보려면 허리를 뻗고 고개를 쭉 뽑아야 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 흔하고 평범하지 않다. 한 명 한 명 모두 독특하고 새롭고 각자의 매력이 뿜뿜하다. 한 아이를 자세히 바라보면 그 아이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저 기슭에 서 있는 진달래를 바라보듯 경외의 태도로 보게 된다. 진달래와 우리 아이들의 닮은 점은 결코 쉽게 치부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변에 약산은 진달래꽃으로 매우 유명한 평안북도 영변군 약산이라고 한다. 오묘한 뜻을 기대했는데 지명이라니 쪼금 실망이다.
진달래꽃은 지고 있지만, 너희들의 하루는 날마다 더 향기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