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 비싼 과일을 먹는다
자취해도 과일은 포기 못행
자취한다고 하면 많이 듣는 말. "과일 많이 못 먹겠네?". 틀렸다. 나는 최근 인생 최대로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
계절의 흐름을 과일로 느끼고,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먹어보는 게 너무 즐겁다. 우리 집 냉장고엔 물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과일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오늘도 포도를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본가에 있을 때는 오히려 과일을 많이 먹지 못했다. 나 말고 과일을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과일은 잘 안 사 오면서, 내가 먹고 싶어 과일을 사가면 꼭 먹어 없애버리더라. 몇 번 그 상황이 반복되고 나니 나는 그날그날 처리할 수 있는 과일만 사가거나 할머니집에 사다 놓고 몰래 과일을 즐겼다. 그러니 지금은 과일을 즐기기 천국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 천국엔 문제가 있다. 우리나란 과일값이 비싸다. 과일 한 두팩만 사도 밥값이 뚝딱 나온다. 밥 대신 과일을 먹으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일은 과일. 밥은 밥. 백수가 되고 나선 과일을 살 때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구매는 한다. 기후위기 덕분에 이 과일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지 모를뿐더러, 지금을 기다려온 과거의 나를 위해 과일을 산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참외가 먹고 싶어 졌다. 내일은 참외를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