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레미 작가 Oct 29. 2021

엄마의 시간관리는 달라야 한다.


아이 간식챙기랴, 놀아주랴, 집안일 하랴
하루 24시간이 바쁘지만
내 시간이 없는 엄마들에게

출처 : 픽사베이


20대 초반 외국계 보험회사를 다닐 때 20명정도 되는 설계사 분들을 케어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각각의 설계사 분들이 요청하는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가 많아서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나에겐 매일이 전쟁터였다. 돌아서면 놓치는 일이 허다하고, 중요한 일을 까먹기도 해서 늘 위축이 되었다. 남들보다 바쁘긴 한데 그다지 일의 완벽도는 높지 않았다. 그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바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이였는데,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을 앞쪽에 배치해 빠른 시간안에 처리하는 간단한 행동이었다. 별것 아닌 습관이었지만 이러한 패턴은 일의 능률을 올려주었고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하는 것 없이 바빴다거나, 바빠서 못 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은 내가 얼마든지 쪼개쓸 수 있고, 계획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시간관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엄마가 되고 나서 부터였다.




엄마의 시간은 돌발상황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계획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았다가도 갑자기 아프기도 하고, 혼자 노는 법도 없으며 목욕도 식사도 모두 내가 없으면 되지 않는다. 큰 마음 먹고 책을 펼치면 어김없이 놀아달라 떼를 쓰고, 간식챙겨 주고 돌아서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밥 차려달라 아우성인 것이 바로 아이들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정말 하는 것 없이 바빴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작은것 부터, 한가지씩 실천해라


아이를 막 출산하고 나서는 정말 시간은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아기띠를 메고 밥을 먹어야 할 정도로 30분의 시간조차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의 스트레스는 정말 엄청나다.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볼 때면 행복하다가도 초췌한 내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하루종일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럴때는 하루에 실천가능한 것 하나만 해도 충분하다. 시간관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포기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완벽하게 달성하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면 오히려 일을 미루게 되고 포기하기도 쉬워진다. 시간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일 때에는 작은 성취감을 매일 쌓아나가야 한다.



예전 사업을 하면서 팀원들과 '작은습관만들기'라는 것을 한적이 있다.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 충분히 할 수 있는 계획들을 세우는 것이다. 매일 책 한 줄 읽기, 매일 푸쉬업 한개 하기, 매일 물한잔 마시기 처럼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습관을 계획하는 것이었다. 첫 일주일은 정말 책 한줄 읽고, 푸쉬업 한번 하는게 전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을 한장 읽게 되고 푸쉬업도 이왕시작한거 10개 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가 어려서 시간이 정말 없다면, 하루에 나를 위한 것 한 가지만 실천해보길 바란다. 대신 절대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닌 잠들기 직전에 생각나서도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습관을 길러두면 아이가 자라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습관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시간을 잘 관리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올바르게 소비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첫째아이 치과치료를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치과를 가야했다. 대기하는 시간 30분 치료하는 시간 1시간 차타고 이동하는데 30분 이면 고작 두시간인데도 하루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것 같이 힘이 쭉 빠지고 만다.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관리도 에너지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시간이 남아돌아도 에너지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그저 소파에 늘어져 리모컨이나 만지작 대기 일쑤이다.



에너지를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한동안 야식을 시켜먹고 늦게 잠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정말이지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 하루종일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몸이 가벼워질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아침에는 꼭 공복에 물한잔을 마시는 습관을 길렀더니 전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에너지가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사소한 습관만 가져도 우리는 에너지를 좀 더 비축할 수 있다.




아이가 크면 스스로 할 수 있게 위임해라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김미경 대표님 강의에서 '나는 아이가 3살때 부터 밥을 혼자 먹을 수 있게 젓가락을 쥐어 줬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3살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 아이가 옷에 음식을 흘리거나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바닥까지 지저분하게 만들까봐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가 제대로 먹을 수 있을 때 까지 먹여주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위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오히려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내가 대신 해주면 문제를 처리하거나 일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는데 아이가 하는 것을 기다려주고 뒤치닥꺼리를 하면 속이터져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그 순간을 꼭 견뎠으면 좋겠다.



어릴 때 부터 내가 가장 많이 해준 말은 '니가 알아서 해봐' 였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여행을 가면 자기 옷이나 물건은 알아서 챙기고, 감기 기운이 있으면 학원이 끝나 병원에 들려 접수를 해놓고 나에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 한번도 숙제나 준비물을 내가 먼저 나서서 챙긴적이 없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스스로 잘 할 줄안다. 그저 엄마가 못 미더워할 뿐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일찍부터 위임해주면 엄마의 시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기한을 설정하라


어느날 아이가 수학 문제 20개를 푸는데 몇시간이고 책상앞에 앉아있었다. 알고보니 문제를 풀다가 동화책을 읽기도 하고 문제를 풀다가 학습기 만화를 보기도 하다보니 시간이 자꾸만 길어지는 것이다. 그래서는 제대로 하는게 아무것도 없겠다 싶어 조금 촉박한 시간을 정해 그때까지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시간을 들여다 보며 그때까지 해내기 위해서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까지 몇시간이 남았네 생각하면 여유가 생겨 밀린 드라마도 보고, 인스타 들여다 보다가 아이들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면 급하게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을 위해 촉박하게 느껴질 정도의 시간을 설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안에 성공하는 일이 거의 없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훨씬 더 많이 목표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청소여도 좋고, 독서여도 좋으며, 강의를 듣는 것, 집안업무를 보는 것 어떤것이든 좋다.




시간관리를 하고 싶다는 뜻은 목표가 있다는 말이다.


시간관리를 잘 하고 싶어서 이 글을 보고 있는 엄마들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거나, 자기 삶에 애착이 많은 분들일 것이다.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며 사업을 하고, 온라인마케터로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내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까 늘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을 잘 쓰려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결혼 하기 전 처럼 온전히 모든 시간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집안일에 육아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하지만 아이가 어리거나 한창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언제든 나의 시간이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해야 길이 보이고 받아들여야 답이 나온다.



그렇게 아둥바둥 시간을 내어 무엇이든 하려는 습관은 목표를 이루는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해준다. 때로는 포기해야 할 때도 불완전할 때도 있지만 마음속에 자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거나 멈춰있는 것 보다는 매일 한발작이라도 떼는 것이 빠른길이다.



엄마의 시간관리는 직장인의 시간과 다르고 혼자였을 때의 시간과도 다르다. 엄마의 시간안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들과 함께 공유하고 부딪히며 추억을 쌓아간다. 또한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는 성장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친구처럼 여기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



시간을 초 단위로 분단위로 쪼개쓰려 하기 보다는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목표를 구체화해서 하루에 한발자국씩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 시간은 결국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여진다고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나 자신에게 전하고 싶다.






이전 03화 엄마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아이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