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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작가 Dec 21. 2021

소통은 귀찮지만, 야단치는 것은 쉽다.

할머니, 제 앞에 앉아계셔서
티비가 잘 보이지 않는데
잠깐 옆으로 비켜주실 수
있으세요?  



라는 서울말을 경상도 말로 바꾸면??






아!! 할매 쫌!!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유우머에요. 

재밌지않나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저 말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어요. 


"할매, 안보이니까 옆으로 좀 비키라" 

뭐 이런 뜻이죠.







갓 성인이 되고, 서울로 상경했을 때였어요. 그 때 정말 저를 당황시켰던 것은 바로 서울말이였죠. 마음을 몽글몽글, 간질간질 하게 해주고, 씅 난 마음도 금새 가라앉혀주는 마법같은 말투였어요. 


서울말의 리듬에 맞게 대화를 하니, 저도 따라 말투가 예뻐지는 것 같았어요. 


"야! 죽고싶나!! 라고 화낼 말도 , " 그 말은 정말 속상하더라, 다음엔 그런말은 하지 말아주면 좋겠어" 라고 하게 되더군요. 


말을 함축적으로 하지 않게 되니까, 소통이라는 걸 하게 되었어요.


지금의 남편과 저는 천상 경상도 사람인데, 서울에서 만나 연애를 했어요. 그래서 연애의 절반은 서울말 + 존댓말을 했는데요. 그 때 나눈 문자 내용을 보면 온 몸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어요. 어찌나 달달하고, 친절한지



서울말은 끝만 올리면 된다면서↗요↗?




예쁜 마음을 먹어서 고운 말이 나오는 건지, 고운 말을 하니까 마음도 예뻐지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쨋든, 내 선택에 따라서 말이 달라지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말과 함께 따라오는 행동 또한 마찬가지이죠. 모든 순간에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 같아보이지만, 매순간  둘 중 하나를 골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기차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를건지  VS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할 건지


쌍심지를 켜고 화를 낼 건지 vs 부드러운 미소로 타이를 건지


단답형으로 겁을 줄 건지 vs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으로 이해를 시킬건지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립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화날 일이 정말 많잖아요. 그럴때 마다 분노의 이유는 아이의 행동과 태도 때문이며, 내가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치부하며 넘어갔거든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순간에 화를 내기로 결정한 건 '나'이더라구요. 





제가 사업을 할 때였어요. 저에겐 너무 고마운 고객분이셨는데, 하루는 6살 된 아들을 데리고 함께 방문을 해주셨죠. 근데 그 아들이 정말 제가 본 6살 남자아이 중 제일 떠들고, 말 안듣고, 정신이 없었어요. 쇼파며, 테이블이며 신발을 신고 뛰어다니고, 제 얼굴에 장난감을 던져서 맞추곤 했죠. 


분명, 제가 예상하지 못 한 돌발상황이었어요. 분노가 충분히 날 법한 상황이었죠. 화를 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어 보인단 말이죠. 화라는건 전혀 내가 통제할 수 없이 일어나는게 맞다면, 그 순간에 소리를 질러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행동이죠. 


그래서 저는 정말 6살 된 아이에게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빽! 질렀을까요?



노노~!!



전 그 아이가 들어왔던 문을 다시 열고 나갈때 까지, 스튜어디스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또 놀러와~~" 하면서요. 


그렇다고 제가 화가나지 않은 건 절대 아니겠죠. 장난감으로 얼굴을 맞았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다른 때에는 쉽사리 튀어나왔던 분노가 그때는 잠자코 있었던 걸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는 스스로 분노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요. 


중요한 고객의 아이를 혼내게 되면, 고객과 제 사이가 틀어질 거란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기에, 참을 수 있었죠. 




퇴근을 해요. 현관문을 들어섰더니, 아이가 장난감을 잔뜩 어질러놓았죠. 어느새 상냥한 스튜어디스 언니는 퇴근하고 세상 싸나운 아줌마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를 지르죠.




"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있냐? 아아앜아앙!!!!!!!!!" 


첫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행동에 나서고, 둘째는, 손가락을 입에 문채 슬금 슬금 눈치를 봐요. 저의 분노로 일순간 집안은 음소거 상태로 들어갑니다. 도대체 아이에게 장난감을 맞을 때에도 잠자코 있었던 분노는 왜 이제서야 터지는 걸까요?


첫번째는 비교적 내가 상대하기 쉬운 자녀이기 때문일테고, 두번째는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보다, 소리를 꽥!! 한번 지르는게 덜 피곤하고, 더 효과적이기 때문일테죠. 

선택적 분노일까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면, 제자리에 갖다두어야돼 그래야 다음에 놀고 싶을때 쉽게 찾을 수 있고,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잖니? 



하고 매번 말하주어야 하는 건 좀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어요. 


반면에


너희 혼나고 싶어?!! 한번만 더 어질르면 장난감 싹다 쓰레기통에 갖다 버릴거야!!



라고 으름장을 놓는게 쉽고 효과가 빠르긴 해요. 화가 나게 만든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화가 난 후에 어떤 행동을 할지를 선택하는 건 제가 어쩔 수 있는 문제였어요.


그런데, 화가난 감정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던 행동까지 아이의 잘못으로 몰아갔던 것 거였죠. (엄마가 욱쟁이라 미안해..) 분노로 아이들을 협박하고 굴복하게 하는건 옳지않아요. 그 순간 엄마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 말에 콧방귀도 안 뀔 만큼 사이가 멀어져버리겠죠. 


어떤 책에서 보니, '분노는 인간과 인간사이를 갈라놓는 감정이다' 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조금은 어렵지만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해야되요. 귀찮다고 쉬운 선택을 하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육아는 도 닦는 심정으로 하는건가 봅니다.



아무튼 이제 글을 마무리할 시간이에요.

책에서 본 구절을 나눠볼께요.



부모는 재판관이 아니라 카운슬러다. 그리고 카운슬링은 재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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