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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작가 Mar 22. 2022

장난이 심한 아이의 행동엔 숨은 목적이 있다.

한동안 아들러의 심리육아법을 잘 실천했다고 자부했는데, 요 몇일 또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 하고 사자후를 하고야 말았다. 


아.. 이렇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인가..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긴 이르다. 마음을 잡고 내가 배운 것을 다시 되짚어 보기로 했다.



장난이 심한 아이의 행동엔 달성하려는 목적이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는 사람의 모든 문제는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에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라우마는 프로이트 융의 심리학의 기초가 되는 부분인데 모든 사람이 지금의 행동을 하는데에는 과거의 상처와 사건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릴적 부모님의 상처되는 말 때문에 
인간관계가 어려워요
어린시절 아빠의 바람으로 결혼하기가 두려워요
가정환경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어요.


이처럼 원인론은 과거의 일 때문에 지금의 일들이 일어났다고 믿는 것 이다.



하지만, 아들러는 이런 모든 원인론 즉 트라우마를 부정한다.


미움받을용기라는 책을 보면 한 청년이 히키코모리 처럼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례가 나온다. 그는 과거의 부모로 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은둔생활을 하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들러는 청년이 그러한 행동을 선택한 이유는 과거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 행동을 함으로써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년이 집 안에만 박혀 있음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기는 한걸까? 


그는 나오지 않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또 또래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 중 하나로 사는 것이 아닌 좀 더 특별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으로 대우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불편한 인간관계,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달성해야 할 목표가 사라지거나 바뀐다면 또는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다면 그 행동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을 것 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여자들에게 평생 숙제는 다이어트이다. 매년 새로운 방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그럴까?

살을 빼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은 아닐까.


예전에 80키로가 넘게 나가는 고등학생이 있었다. 내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식단관리를 도와주던 친구였는데,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온 듯 보였다.어머니는 딸과는 다르게 굉장한 미인이었고, 모습도 굉장히 세련됐었다. 반면 아이는 늘 같은 추리닝을 입고 한겨울에도 슬리퍼만 신고 다녔는데 뚱뚱하고 꾸미지 않는 딸이 못마땅한 듯 보였다.


3개월 가까이를 식단관리를 도와주었지만, 체중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침대 밑에 빵봉지가 숨겨져 있고, 몰래 간식을 사먹고 운동도 맨날 빼먹기 일 수 였다. 가족들은 대놓고 아이에게 책임을 물으며 몰아쳤다


그때도 어렴풋이 아이는 부모님 행동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느꼈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자신이 살을 빼지 않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살 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이러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또 감량에 실패함으로 인해 가족들의 주목과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엄마가 자신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들게 함으로 인해 무례하게 굴었던 행동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왜 사자후를 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해봐야겠다.


우리 딸은 장난이 엄청 심한편이다. (눈물..)


한번, 두번 그만하라고 이야기 하는데도 돌아서면 같은 장난을 반복해서 동생을 울리게 만들거나, 친구를 화나게 만들고, 결국 내가 소리지르게 만든다. 의미없는 소리를 내거나 옷을 던지고, 이상한 표정을 만드는 등 장난으로 시작해 장난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렇게 장난을 심하게 치다가 인내심에 한계가 오면 아이를 앞에 앉히고 훈계를 시작한다. 아이는 가끔은 울기도 하고, 멍하게 듣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혼나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데에도 어떠한 목적이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짱구를 돌려봐도 그냥 장난끼가 많은애 같긴 한데..


그러다 어느날 식탁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데 남편과 내가 아이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걸 느꼈다. (말 잘 듣고 얌전할 때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이는 금세 재미가 없어진 듯이 동생으로 대상을 바꿔 놀리기 시작했다.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이의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고 둘만의 시간을 가졌던 것은 내가 혼을 냈을 때 말고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다.




심한 장난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목적


아이는 장난을 쳐서 혼이 남으로 인해, 먼저 나의 관심을 자기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혼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숙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것도 가능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를 혼내고 나면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포옹하고 스킨쉽을 해주었다. 관심을 받으려는 목적을 달성했음이 분명했다.


타고난 성격인 줄 알았는데?


큰 아이는 어릴때 부터 내가 일하는 가게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케어를 거의 받지 못 했다. 나의 시선은 항상 고객을 향해 있었고, 대화도 늘 고객과만 해야 했기에 아이 입장에서보면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경험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손님이 올 때 더 한 장난을 치며 나의 시선을 돌렸고, 내가 주목할 만한 상황을 기필코 만들어내곤 했다.


그렇게 아이는 내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이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한없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어쩌면 아이의 행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행동에는 숨겨진 메세지가 있었다. 인정을 받으려는 행동일 수도 있고, 주목을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사랑과 애정을 갈구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간과한다면 우리아이는 그저 장난이 심한 아이라고 프레임을 씌워버리거나 그냥 타고난 성격이 그런 아이라고 단정지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 장난이 심한 아이의 행동에 숨겨진 진정한 목적을 먼저 알아준다면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게 도와 준다면 아이의 마음이 더욱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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