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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Feb 02. 2023

기다림이 하는 질문


“이러다 탈모가 오겠어”     


부쩍 긴 머리가 엉키고 빠지는 양이 늘어서 결국 참지 못하고 잘라내기로했다.

일년에 겨우 한두번이지만 미용실에 가는 일은 꽤 성가시다.

머리를 자르고 펌을 하려면 적어도 두 시간은 꼼짝없이 갇혀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시술을 받는 당사자인 나야 어찌어찌 그 시간이 견뎌지지만 같이 와서 간단히 커트만 하는 남편의 사정은 좀 다르다. 그 무료한 두 시간을 오롯이 홀로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시간을 기다린 남편의 얼굴에선 짜증이나 불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기다리는 것은 남편의 주특기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기다려주기를 잘한다.     


나는 가끔 물었다.

“너는 기다리는게 힘들지 않아?”     


그러면 항상 이런 대답을 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그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대답하는 이 일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시간은 마치 돈이라도 낭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지루함을 다루는 재주가 없다보니 기다림은 늘 어렵다.     


기다림은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한다.      


남편에겐 아무렇지 않은 기다림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힘겨운 일인 것처럼    

 

내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아프고 힘들게 다가간 적은 없었을까       

   

나는 질문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언어가

나의 배려가

나의 사랑이


누군가에게 다른모습으로 다가가고 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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