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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Mar 30. 2023

깜짝선물

   

내게는 늘 여행을 계획하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었다.    

 

앞선 여행자들의 발자국이 찍힌 곳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그곳에서 만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마주친다.     


흩어진 여러개의 발자국을 하나로 모아 나만의 길을 만들면

비로소 내가 떠날 여행의 미리보기가 완성된다.     


나는 예정된 계획표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안전한 길을 걷는 것은 

뜻밖의 서프라이즈를 가져다 주진 않았지만

미처 놓치는 것을 만들어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깜짝선물보다 후회하지 않는게 더 중요했던 탓이다. 

조금 밋밋한 여행이 되어버리는 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렇다고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매번 놓치는 깜짝선물이 후회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내 인생도 밋밋한 여행을 닮아있었다.

깜짝선물은 반갑기보다는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전한 미리보기를 따라 살았다.     


그렇다고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미리보기는 더 이상 기대를 높여주는 것이 아닌 스포일러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깜짝 선물이 들어설 자리를 주기로 했다.

빼곡한 여행 계획표에, 나의 삶의 한자리에.     


그 안에는 내 여행을, 내 삶을 조금은 화려하게 꾸며줄 

재미난 일들이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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