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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May 08. 2023

모든것이 뜻밖이었어

대만여행 후의 단상


본토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려 모든것이 임시라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MRT창밖으로 보이는 대만의 모습은 매우 낡아 있었다.

이 낡은 느낌은 홍콩과 비슷했지만 어딘가 낭만이 부족했다.

가장 붐비는 시내 한복판은 마치 일본을 베껴다 놓은 듯 했으나

완전히 닮았다고 하기엔 그 화려한 느낌이 없었다.

수많은 인파와 그들의 언어가 이곳이 중화권임을 새삼 알려주고 있었지만,

특유의 중국스러운 색채가 넘치는 나라는 또 아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애매한 느낌

대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딱 그랬다.


중국 본토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며 모든것을 임시라고 생각해 

허름한 건물도 그냥 쓴 탓이라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웠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을 들여다보면 혹 이런 모습을 하고있지는 않을까..?



거리가 온통 한자뿐이다.

이렇게 어려운 글자를 모국어로 두고 사는 사람들이라니 참으로 똑똑한 사람들이다.


남편은 이곳에 와서 까막눈으로 사는 기분이 이런건가하고 느껴본다고 했다.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며 홀가분해 하기도 했다.


때로는 다 아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를 때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



대만은 분명 '비'가 기본값이라고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우리가 여행하는 4일 내내 날씨가 정말 좋았다.


365일중 300일간 비가온다는 악명높은 지우펀에서마저 비를 피했으니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우리를 날씨요정이라 칭해도 좋을만 했다.


나는 이것을 두고, 내가 좋아하는 이나라의 배우 '류이호'의 선물이라며 홀로 주책을 떨었다.


뜻밖의 선물에 나만의 의미를 더하니 이번여행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수많은 후기를 보며 기대를 쌓아 올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건 찰나였다.

야시장에는 수많은 인파와 더불어 셀수없는 음식들이 깔려있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고작 예상가능한 맛의 도너츠가 전부였다.


대만음식의 익숙하지 않은 향과 맛은 우리의 마음을 금새 닫아버리고 말았다


평소 편식이 심했던 나야 그렇다쳐도,

남편에게 너는 왜 그 모양이냐 물으니,

"나도 음식 앞에선 겁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맛있기만 했던 홍콩음식과 비슷한 경험을 기대했던 우리는 큰코가 다쳐 결국 한끼를 쫄쫄 굶고 말았다.


오랜 시간 걸으며 제대로 먹지도 못해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던 중에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나서야 겨우 살 것 같았다.

여행에서 음식이 이토록 중요한지 처음 알게된 순간이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날씨도 풍경도 아닌 음식이었다니..

혹, 내 삶에서도 너무 익숙해 그 중요함을 잊고 지내는 건 없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GDP가 높다.

그런데 중소기업 신입사원 한달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된다고 가이드는 말해주었다.

집값도 높고, 차를 소유하기도 어렵고, 급여가 낮은데 비해 공산품의 물가는 높은편이란다.


대만 사람들의 삶이 많이 팍팍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사원안을 가득채운 기도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남다르다.

커다란 풍등에 소원을 적어 하늘 높이 날리는 행사가 대만여행의 필수코스가 된 이유도

팍팍한 삶을 벗어나 행운과 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기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여행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안에서 때로는 실망할 수도, 오히려 행운을 맛볼 수도 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힘든 기억과 즐거운 기억이 공존하지만

여행이 끝나면 결국엔 즐거운 기억 하나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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