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중심에 서 있던 날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다가 이건 게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만은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무모함이 있다.
부딪혀서 게임이 끝나도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시작하면 될 것 같은.
정말 게임에 임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엔 조심조심 식당에 가고, 긴장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결혼식에 가고, 살아남았으니 다음 라운드 진입, 대형마트에도 간다.
누구나 장착한 방패, 마스크 하나로 안전한 기분과 자연스러운 쇼핑 게임을 한다. 그러다 지뢰를 밟으면 터질 테지만 올해부터는 운이 트인다는 철학관의 말을 믿기 때문인지 마음은 편하다.
그래도 정신 차려야지.
오랜 시간 펜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순간 여기가 어디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게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6명 이상 사적 못임 금지인데 우리는 대형마트에서 유영하며 지뢰게임을 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로그아웃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되나?
집에서 30일 글쓰기를 하며 버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다가도 살짝 스치기라도 할 찰나엔 빠르게도 슝하고 잘도 피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모두 잊은 듯 마스크만 썼을 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을 가지만, 접촉은 반사적으로 피한다.
너무 지쳐서 차라리 지뢰를 밝고 게임을 끝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이게 좋은 기회라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으며 명랑한 은둔자이기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고. 초긍정의 상태일 때 가능한 일일 것 같다.
이랬다 저랬다 오르락내리락해대는 호르몬의 조종을 인식하며, 나를 아끼는 나의 의지는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찾고 있다.
마스크 안에서 웅얼거리며 춤추는 노랫소리가 내 귀에는 더 잘 들려서 나는 외롭지 않다.
이 게임은 가만히 있으면 살아남는 숨은 규칙이 있다.
마치 88 갤러그처럼 말이다. 너무 오래된 오락실 게임인데 50원 넣으면 하루 종일 안 죽고 살 수도 있었다. 물론 규칙을 알 때만 그렇다.
1라운드였나? 오른쪽 끝에 비행기를 터트리지 말고 뱅뱅 돌기를 반복시키다 보면 총알이 모두 없어지던가 해서 쉽게 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게 무슨 재민가 싶지만 그래도 총 쏘는 재미로 했던 것 같다. 사실은 점수를 깨는 재미였던 것도 같다.
우리는 쉽게 남을 수 있는 규칙을 알지만 이런 게임은 좋아하지 않아서 그만하고 싶다.
지뢰를 밟아도 무게를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백신을 신었으니 이번 라운드는 통과할 것 같다.
백신을 세 번이나 새것으로 갈아 신었으니 안전하리라는 마음으로 이제 그만 게임 오버하고 돌아가고 싶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실 것 같다.
내가 엄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