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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Jun 15. 2022

내가 만든 흉터


흉터는 아픈 기억을 소환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흉터라 해도 남은 깊이만큼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내일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해서 아픈 허리를 보강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동네 한의원에 다녀왔다. 

침을 맞기 위해 등 쪽의 옷을 걷어 올리다가 잠시 망설였다.

어깨와 허리 아래 흉이 가득한 게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건조하고 예민한 피부여서 가려움증이 많은데 그걸 참지 못하고 긁어서 상처를 내고 만다.

가려울 땐 극도로 예민해져서 신경질적으로 긁게 되고 반복하다가 깊은 상처를 새긴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약을 발라서 정성껏 치료하지만 흉은 오래오래 사과를 요구한다.

화가 났을 때 그렇게 모질게 아프게 하더니 분이 풀린 건가.

내가 낸 상처는 쉽게 용서되지 않는다.
자책하고 원망하고 다시 상처 내기를 반복한다.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며 평생 흉을 간직하고 살게 된다.

어깨의 흉과 마음의 흉은 같은 게 아닌데 다시 어깨의 흉을 깊게 상처 내며 마음마저 울게 한다.


또 다른 경로의 흉터, 남이 준 흉터는 어떤가.

내가 만든 흉터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게 쉽게 용서하고 만다.

심지어는 그 흉터를 만들게 한 장본인이 나였다는 왜곡마저 만들어낸다.

남이 준 상처는 흉이 크게 남아도 온전히 원망할 수가 없다.

아무리 큰 소리로 화를 내봐도, 그 화는 나에게로 돌아와 마음에 흉만 더 키울 뿐이니까.

결국 내가 만든 흉터와 남이 준 흉터 모두 아팠던 기억이지만 지나간 일이다.

흉터는 현재의 상처가 아니다. 

그것은 그날의 기록이다.

내가 만든 흉터는 문신과는 달라서 용맹을 상징할 수 없고 매력을 발산하는 역할을 맡길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다 어느 날인가 흉터가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영광의 표식으로 쓰일 날이 온다면, 마음의 흉터 또한 훈장 같은 문신이 되어있겠지.


오늘은 차분히 아물지 못한 상처에 약을 바르며 약속한다.

이제 아프게 하지 않을게.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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