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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김작가 Apr 07. 2022

돌아갈 곳이 있는 게 여행인 거지?

퇴촌 여행 중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때를 알고 곳을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다운 건가?


지금은 퇴촌 여행 중...

늘 여행 중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떠날 준비를 하며 산다.

나이가 더 들고 움직이기 힘들 때가 올 텐데 이제 어딘가에 정착할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된다.

대학 졸업 후 강동구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할 당시 답답할 때면 들르는 곳이 퇴촌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시골냄새가 많이 났었고, 아는 사람, 아는 곳은 없었지만 아늑하고 정적인 풍경이 좋았었다.

아마도 남종면 쪽을 돌아봤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경치가 좋았다 해도 그게 여기 머무는 이유가 다는 아닐 텐데, 누구는 아이를 위해서냐고 묻지만 건성으로 답하고 만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느낌이 있다. 이유는 없었지만 끌리는 게 있었고 끌림은 또 끌림을 만든다.

여기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인연이 되었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숨 죽이고 웅크리고 있던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심호흡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퇴촌면과 남종면은 다른 지역으로 나뉘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생활권이 같다 보니 퇴촌처럼 느끼고 산다.

양평으로 이어지는 영동리 쪽도 퇴촌권이라고 느낀다. 

너무 퇴촌 중심 발언인가?

내가 사는 곳이 중심이지 뭐...

그래서 퇴촌 여행의 시작은 도수 2리 마을회관 앞이 된다.

퇴촌은 여행 왔다가 떠나기 싫은 곳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 해도.

바람이 낙엽을 쓸어 모으다 멈칫거리는 곳.

우리는 바스락거리며 만났고 같은 결인걸 확인했다.

그래도 떠나야 한다면, 그리고 떠난다 해도 우리는 만난 것이다.

나이를 맞추어 퇴촌에 들어온 것인지, 호르몬의 변화가 힘들게 다가올 시기였지만 차라리 안정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편안해졌다.

바람이 불 때 몸을 맡기면 내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해 있다.


이제부터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나를 들여다보는데 망설임이 없도록 만들어준 퇴촌 인연에 대한 글이다.

사람, 공간, 풍경, 사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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