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준과 박 곤의 만남
원래 있는 것들이 더 한 법이라네. 자네, 보아하니 인생에 희망이 없어서 마지막 탈출구로 나를 찾아온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천만 원이 아까운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황량한 시골인 유욕 마을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고궁이 하나 있었다. 입구에는 각본탈출학교라는 명패가 매달려있었다. 최희준 역시 시골인 서해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고향보다 더 시골스러운 곳에 이런 규모의 시설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박 곤 :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있나? 안으로 들어오게. 나는 각본탈출학교의 교장, 박 곤이라고 하네.
최희준: (언제부터 있었지..?) 험..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정말 그 전설의 “박 곤"인가요?
박 곤: 선생님이라니, 그냥 여행자일세. 곤샘이라고 불러주게.
최희준: (..? 선생님이나 샘이나..) 네.
희준은 생각보다 가벼운 그의 목소리에 놀랐지만, 너무 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박 곤의 모습을 보고 홀린 듯 건물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건물 안은 생각보다 더 넓어 보였다.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박 곤: 갈(喝)! 내가 가장 아끼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최희준: 에? 모르겠습니다만…
박 곤: 바로 시간일세. 자네 한가한가? 어서 들어와서 입학 신청서를 쓰게.
최희준: 저는 입학하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박 곤: 그럼 여기까지 왜 왔나? 나는 이미 자네를 제자로 받아들였다네. 그리고 입학하려면 천만 원도 내야 한다네.
최희준: 천만 원요? 아니,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들었는데 이런 걸로 돈을 버는 거였나요?
박 곤: 원래 있는 것들이 더 한 법이라네. 자네, 보아하니 인생에 희망이 없어서 마지막 탈출구로 나를 찾아온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천만 원이 아까운가?
최희준: 네, 그렇습니다. 천만 원은 거의 제 전재산이라구요!
박 곤: 자네, 패기가 좋군. 위 층에 있는 내 집무실로 가세. 자네와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