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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03. 2024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길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6.

네가 괴로움을 수없이 당하는 것은 너의 이성이 자신의 원래의 소임을 다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6.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은서가 39.8도까지 올라가면서 여러 번 잠을 설쳤다.

컨디션이 60%인 것도, 은서가 칭얼거리며 내게만 안겨 있으려는데 그것에 지친 나도, 해야 할 일이 밀려 있는 것도, 배가 부른 것도, 배가 부른데도 뭘 자꾸 먹으려 하는 나도 다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외에도 더 있었다.

괴로움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 같아도 모두 나로 인한 것이다.

'네가 괴로움을 수없이 당하는 것은 너의 이성이 자신의 원래의 소임을 다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다.'

오늘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런, 나 또 나를 방치했네, 감정에 휘둘렸네.


남편은 운동 겸 은서 햇빛도 쬘 겸 집 앞에 햇빛 쬐러 나가자고 했다.

컨디션이 완전히 좋지 않은데도 씽씽이 탈 거라고 따라나선다.

나는 챙겨서 조금 뒤에 나갔다.

남편은 족구 연습을 하고, 은서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뭘 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두 사람이 활짝 웃는다.

남편은 대학생 같다 말하고, 은서는 엄마를 크게 부르며 씽씽 달려온다.

무슨 대학생이냐며,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도 나를 웃게 하는 말임은 분명하다.

몸이 안 좋은데도 엄마를 보고 활짝 웃으며 오는 딸도 그저 고마웠다.


차가 방전되어 수리 기사님을 기다리며 셋이서 나무 그늘 밑에 서 있었다.

"와, 오늘 날씨 너무 좋다. 최고다."

반팔을 입어도 될 만큼 덥고, 눈이 부실만큼 햇빛이 쨍쨍했다.

거기다 사르륵 부는 바람은 알맞게 시원했다.

남편이 내게 물었다.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

내가 한 답변에 남편은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요즘 끌어당김, 머피의 법칙, 리얼리티 트랜서핑, 우주, 에너지 관련 책을 읽더니 남편이  조금 달라졌다.

며칠 전엔 '행복하려면 행복하라'라는 문장에 대해 얘기하며 부정적인 일에 관여하거나 신경 쓰면서 에너지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소극적으로 바라봤다.

결핍을 충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핍을 지양하는 것 이상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고통이 적극적인 이유는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하려면 열 가지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한 가지의 고통을 피하라고 한다.

고통을 줄여 나가는 것이 행복을 위한 일이기에.


괴로움에 나를 내버려 두지 않고 그 원인을 해결하거나 빨리 빠져나오는 것도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들던 아침은 잠깐이었다.

생각과 마음을 바꾸니 지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행복하려면 지금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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