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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28. 2024

삼 남매 엄마에게 방학이 좋은 이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5.

너의 일은 무엇이냐. 선한 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주의 본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주어진 본성을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진정으로 선한 자가 되겠는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5.



여름방학을 했다.

방학 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을까.

선우, 윤우 모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할머니 댁 고양이 양이의 새끼들도 보고 싶다고 한다.

8월과 여름 방학은 초록과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여름, 초록, 시골, 방학, 아이, 모험이 연상된다.


새벽부터 얼굴이 욱신욱신 아팠다.

목감기가 코감기로 넘어가고, 이젠 광대, 턱, 이 골격이 아프다.

엎드려 자는 와중에도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세탁기도 돌리고, 건조기도 돌리고, 배고프다는 동생에게 밥도 챙겨주었다.

윤우는 나가려고 했는지 옷을 다 챙겨 입고 제 방에서 자고 있었다.


아이들 방학이 엄마에겐 개학이고, 개학이 방학이란 말이 있다.

나는 반대다.

방학이 좋은 이유는 아침이 여유롭다는 점과 은서와 놀아 줄 오빠들이 있다는 점이다.

오늘 아침, 거실에서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렸다.

일어날 힘은 없고, 무얼 하나 궁금해서 핸드폰으로 거실 캠을 봤다.

로봇을 만드는 윤우 옆에 은서가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삼 남매는 자주 싸우고, 소리치고, 울다가도 금세 같이 어울려 논다.

큰아이들 손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육아도 점점 수월해졌다.

조금 전에도 은서가 선우 오빠랑 자고 싶다고 해서 둘이 나란히 누워 얘기하다 잠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며 커 간다.


인간의 본성과 가장 닮아 있는 모습이 아이들이다.

그들의 특성을 알면서도 제 감정에 못 이겨 자주 헐크로 변하는 엄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도 아이들이다.

초록으로 물든 계절 속,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울창한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듯 우리도 모여 있을 때 큰 그늘이 드리워진다.

서로에게 쉼이 되어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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