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4.
공자께서 중궁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얼룩소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번듯하다면, 비록 제물로 쓰지 않으려 한들 산천의 신이 그것을 내버려 두겠는가?"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4.
막내를 데리러 서둘러 가는 길이었다.
놀이터에서 여자아이가 비둘기를 쫓아 보내고 있었다.
비둘기가 길을 막고 있으면 차도로 둘러 가거나 못 지나가서 기다릴 만큼 무서워한다.
나에게 날아올까 두려워 얼른 그 옆을 지나가려고 빨리 걸었다.
비둘기에 대한 무서움과 눈부신 햇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지나가는데 누군가 다가와 인사했다.
수업 듣는 학생이었다.
비둘기를 날리던 아이 옆에 있다가 날 본 거였다.
얼굴이 순식간에 펴질 만큼 반가웠다.
내일 보자 인사하고 지나왔다.
아이와 부모님은 모르겠지만 내게는 특별한 학생이다.
공부방을 열고 수업을 들으러 온 첫 학생이었다.
이런 아이를 앞으로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첫 수업 다음 날 오빠 수업 문의까지 줄 만큼 믿음을 보내준 어머니는 또 어떻게 잊겠는가.
아는 사이도 전혀 아니었다.
나를 선생님으로 만들어준 첫 제자이자 수업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가족이다.
좋아하고 나와 잘 맞는 일이라 해도 처음 해보는 일은 언제나 긴장되고 무겁다.
'잘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돼요'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의지해 힘을 내기도 하고, 내가 느끼는 무거움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이겨내야 할 무게라 생각한다.
이걸 넘어서야 한 단계 성장한다는 건 매일 책 속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느낀다.
새로운 환경, 책임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뭉뚱그려져 나를 묵직하게 누르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의 긴장감과 무거움이 이 일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증거라 여기기로 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공자님 말씀처럼 본질적인 실력과 태도가 중요하다면, 꾸준히 노력하는 한 이 긴장감도 점점 가벼워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공부하고 수업 준비하는 것밖에 없다.
오늘도 어제처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