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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Apr 03. 2024

민간어린이집의 최후

part3 민간어린이집을 떠나 병설유치원을 거쳐 시립어린이집까지

폐원을 2달 앞둔 민간어린이집에서 당시 주변의 민간어린이집으로는 자리가 많아 옮길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민간어린이집 폐원은 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선택지에서 삭제했다. 민간어린이집의 경험에 비춰 사립유치원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다음 해에 한국나이로 5살이 되는 첫째를 보낼 국공립유치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민간어린이집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사립유치원이 아닌 국공립유치원에 해당하는 단설유치원은 벌써 인원마감이었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다음 후보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와 붙은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일명 초품아 병설유치원은 이미 자리가 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재개발지역 근처의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 2곳은 미달인 상태라서 전화를 돌려보았다. 다행히 2곳 모두 한국나이로 5살이 되는 우리 아이를 받아줄 수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 직접 방문해 보니 병설유치원 한 곳은 화장실이 교실에서 멀고 시설이 너무 오래돼 보였다. 그나마 건물상태가 조금 낫고 화장실이 교실과 좀 더 가까운 곳의 병설유치원을 선택했다. 


5살 되는 아이에게 화장실이 중요한 이유는 담임선생님은 한 명인데, 아이들이 대변을 보거나 하면 혼자서는 뒤처리를 못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유아기의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바지 내리고 올리기도 힘들 때가 있어 선생님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화장실이 너무 멀다면 그 시간에 나머지 아이들은 보호자가 아무도 없는 곳에 방치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걱정스러웠다.


알고 보니 사실 한국나이 6살과 7살만 운영하는 병설유치원인데 주변지역 재개발 등의 이유로 인원을 채우지 못해 5살인 우리 아이도 병설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유치원 입학일정에 맞춰 11월부터 준비하지 않고 12월이 지나 늦게 입소한 터라 방과 후수업은 참여할 수가 없었다. 방과 후수업의 인원은 적은데 이미 신청자를 넘어섰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당시 병설유치원에 오전 9시에 보내고 점심시간인 1시 무렵에 하원이라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서자마자 아이를 데리러 갔던 기억이 난다.


같은 반 방과 후수업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 시간이 맞으면 여기저기 다녔다. 키즈카페, 근처 공원을 돌아도 시간이 가지 않았다. 근처 도서관 수업과 문화센터도 다녀보았지만 아이와 나는 지쳐갔다. 간식과 놀이에 들어가는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주변의 다른 병설유치원을 뒤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달리 지역에 상관없이 부모가 원한다면 어느 지역이라도 입학원서를 낼 수 있었다. 교육청에 전화하고 홈페이지를 뒤지다 보니 그 당시 6월경에 개교하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개교하기 한두 달 전에 입학원서를 접수하니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라는 답변을 들었다. 집에서 거리가 있었지만 내가 운전을 해서 데려다줄 수 있다는 점이 새삼 고마웠다.


다행히 새로 개교하는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도 생겨 첫째는 한국나이 5살부터 입학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꼭 방과 후과정을 함께 신청하기로 했다. 5시에 끝나는 방과 후과정 없이 1시에 끝나는 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보호자에게 아무런 시간적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로 생긴 병설유치원에 접수할 당시는 방과 후과정은 인원제한이 있어 신청자를 모두 받아줄 수 없어 추첨제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새로 개교한 병설유치원으로 입학해 방과 후 과정까지 합격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첫째를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방학이 문제였다. 방과 후과정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방학도 돌봐주지만 거점 유치원이 있어 해당 병설유치원 근처 3개교를 합쳐서 한 군데에서 돌봐주는 것이었다. 


거점 유치원이 해당 병설유치원이 아니라 집에서 차로 10분을 더 가야 하는 단설유치원이었다. 어찌어찌 그렇게 보내다가 방학 때마다 옮겨가며 돌봐준다는 말에 병설유치원도 부모를 편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병설유치원에서 한 해를 보내고 한국나이 6살이 된 첫째는 마침 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시립어린이집에 첫 발을 디디게 되었다. 시립어린이집은 야간연장이 가능한 곳이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은 기본이고, 맞벌이 부모로 미리 신청하면 오후 9시까지 돌봐줄 수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진정한 맞벌이 부모를 위한 보육시설은 병설유치원도, 민간어린이집도 아닌 시립어린이집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전 02화 첫 번째 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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