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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Apr 04. 2024

국공립유치원은 어때, 근데 유치원은 방학이 있대

part 4 국공립유치원 2018 VS 2024

나이 마흔이 넘어 갑자기 찾아온 늦둥이 둘째를 낳기로 결정했다. 둘째가 자라 첫째 나이가 될 때면 잠시 첫째를 키울 때와 비교해 볼 때가 있다.


유료였던 예방접종이 무료로 되었거나, 그 당시에는 유행했던 유모차가 이제는 구닥다리가 되었을 때, 비록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육아환경이 많이 좋아졌구나를 느낀다.


어느새 둘째가 5살이 되었다. 한국나이로 5살이 되었을 때, 첫째는 민간어린이집의 수료 2달 전 폐원통보로 시작해 병설유치원을 거쳐 시립어린이집까지 방황했다.


당시 아이가 이미 중학생이 된 친구도 민간어린이집이 갑자기 폐원했던 같은 경험이 있다면서 아이 아빠가 어린이집에 가서 큰 소리를 내도 변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하소연할 곳은 없으니 어서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보라는 답변뿐이었다.


육아지식이 전무했던 첫째에 비하면 둘째는 돌이 지나자마자 시립어린이집으로 시작해 아주 안정적인 기관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엄마의 이직으로 인해 회사와 어린이집 간의 거리가 애매해졌다. 엄마의 출근길에 어린이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출근길과 반대되는 곳에 위치한 어린이집이었다. 아빠는 새벽 6시 30분 꼭두새벽에 출근하기에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어린이집에 둘째를 데려다줄 수는 없었다.


민간어린이집의 어이없는 폐원통보 경험으로 이제 민간, 사립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니 출근길의 수많은 민간어린이집은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지하철역과 버스 노선이 많아 대중교통이 편리한 우리 집은 주변에 시립어린이집이 없어 대단지 아파트 근처 시립어린이집으로 둘째를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회사로 바로 출근할 때와 다르게, 둘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하면 출근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출근길에 있는 몇몇 시립어린이집을 '아이사랑' 어플을 통해 수소문해 봤지만 이미 대기가 200명이 넘었다. 대기하고 한 두 달이면 연락이 오는 민간어린이집과 다르게, 시립어린이집은 대기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무 연락이 없을 정도로 대기자가 많았다.


심지어 1년 사이에 새로 개교한 대단지 아파트 단지 내 시립어린이집의 대기자가 100명이 더 늘어 현재는 300명대이다. 당장 올해 한국나이 5살이 되는 둘째가 다닐 수 있는 회사 주변의 국공립유치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국공립유치원도 생소한 용어가 많다. 일단 '단설'과 '병설'을 구분해 보자. 단설은 '단독 설립'이라는 뜻이고, 병설은 '병합 설립'이라는 뜻이다. 이미 존재하는 초등학교 내에 설립된 유치원이 '병설유치원'이다. 초등학교의 시설과 자원을 공유하며 초등학교의 일부로 운영된다.


같은 공립유치원이지만 보통 초등학교와 별도로 단독 설립된 유치원이 '단설유치원'이다.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은 둘 다 국공립유치원에 해당된다.


유치원은 '처음학교로'라는 사이트에서 매년 11월 정기적으로 입학생을 접수한다. 다른 기간은 수시접수처럼 각자 유치원마다 전화로 연락해 빈자리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심지어 길 가다 보았던 유치원인데 ‘처음학교로’에는 나오지 않는 국공립유치원도 있다. 발품 손품을 팔며 부모가 전화로 하나하나 알아봐야 한다.


출근하는 아침마다 촉박한 등원시간으로 전쟁을 치르는 둘째를 위해 지도앱을 펼쳐 회사 근처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을 찾아 유치원마다 홈페이지를 뒤졌다. 결원여부에 대한 공지는 없어 둘째 나이의 자리가 비어있는지 전화를 걸어보았다.


다행히 단설유치원에 한국나이 5살이 된 둘째가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맞벌이 부모에게는 출퇴근시간과 맞춰야 하기에 유치원 등하원 시간이 중요했다.


단설유치원의 등원은 오전 8시부터 가능했고, 하원은 어린이집과 비슷하게 유치원 방과 후과정을 하면 오후 7시까지 돌봄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후 3시경 간식은 있지만 저녁식사는 제공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후 7시까지 맡기려면 비용이 추가되는 방과 후 과정을 들어야 가능했다.


단설유치원을 보내고 퇴근시간이 늦는 날을 대비해 유치원까지 차량으로 픽업이 가능한 태권도학원을 알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태권도학원을 혼자 시작하기에 한국나이 5살은 아직 어렸다. 이미 아들을 키워 본 주변 엄마가 태권도는 한국나이 7살에 시작하는 게 좋을 거라는 의견을 보탰다.


단설유치원은 매달 방과 후 과정 수업을 위해 내는 추가비용이 현재 다니는 시립어린이집보다 5만 원가량 많은 10만 원 후반 대였다. 다행히 자리는 있는데 또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유치원 방학이었다. 단설유치원은 여름방학 1주일과 겨울방학 1주일은 별다른 돌봄이 없어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과 후과정을 듣는 아이, 맞벌이부모의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부모가 다니는 회사는 방학이 없는데 아이들만 방학하면 누가 돌보라는 것일까.


첫째 때의 병설유치원처럼 거점유치원이라며 방학 때마다 다른 유치원에서 돌봐주는 것도 아니고, 단설유치원은 아예 1주일씩 1년에 총 10일간의 방학을 못 박았다. 한숨이 나왔다.


어린이집도 1년에 2번 담임선생님의 방학이 있지만, 통합보육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돌봐주는 틈새가 있다. 덕분에 맞벌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방학이 있는 유치원보다, 방학 없이 어린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선호하게 된다.


맞벌이 부모에게 연차는 한정적이다. 회사를 몇십 년 다니지 않는 이상 15개 내외의 연차에서 매년 아이 방학에 10일을 써버리면 아이가 아플 때는 정작 연차를 쓸 수 없다는 말이다. 아이가 두세 명 된다면 더더욱 힘들다.


부모라고 개인적인 일정 없이 오로지 아이들 육아에만 연차를 쓰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맞벌이에게 너무나 긴, 1년에 총 10일의 방학이 있는 단설유치원도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길 가다 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널린 것 같은데, 왜 내 입맛에 맞고 가까운 곳에는 믿을만한 국공립어린이집이 없는 것일까.


초등학교는 학군제라서 이사를 가면 어떻게든 내 아이 들어갈 학교가 정해지는데 반해 미취학 아동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그렇지 않다. 부모가 발품을 팔아 내 아이 보낼 기관을 찾아야 한다.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다.


오늘도 이곳저곳 시립어린이집과 병설유치원을 찾는 검색창을 열어보다가 결국 이렇게 하소연하는 글을 남기는 것이 내 역할인가 싶다. 왜 출산율이 낮아지는지는 아이를 직접 낳아 길러보아야만 알게 되는 것일까.


[한국나이 5살이 된 둘째의 그림] 낙엽스티커는 아이, 하트는 사랑하는 마음, 오른쪽 보라색끼적임은 엄마를 그린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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