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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Apr 11. 2024

등하원 시간 연장은 부모의 숨구멍

part 6 어린이집 등하원시간

part5 요약

엄마의 출근길과 반대방향인 둘째의 등원 후 출근시간 단축을 위해 엄마의 출근길에 새로 생긴 시립어린이집 3곳에 입소대기를 걸었으나 3군데 각각 대기자수 300명을 넘어가는 상황


part6 시작

잠시 어린이집 등하원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때는 2010년, 내가 서른이 넘어도 미혼일 때, 같은 회사에 다니는 기혼인 여자사원에게 들었던 충격적인 말이 있었다. 당시 내 주위에는 결혼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집이 없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한다는 사실은 당시 미혼인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나는 스스로 큰 것처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호자가 데려다줘야 한다는 일이 무진장 번거롭게 여겨졌다. 왜 그때는 갓난아기도 어른처럼 스스로 어린이집에 갈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이 둘을 낳고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여자사원의 어이없다는 표정이 14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해되고 있다.


맞벌이 부모에게 기관의 운영시간은 퇴근 후 잠시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주거나 그렇지 않거나이다.


맞벌이 부모도 평소에는 퇴근 후 회사에서 바로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면 연장보육시간인 최대 오후 7시 30분 이전에 아이를 픽업하러 갈 수 있다. 하지만 회사회식이 있거나, 저녁약속이 생기거나, 남편이 야근으로 늦어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야간연장이 되어 아이를 오후 9시 30분까지 어린이집에서 돌봐준다면 엄마는 회사에서 집으로 퇴근해 집안일을 해놓을 수 있다.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픽업하러 가면 된다. 깜깜한 밤에 하원하는 아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엄마에게는 여유가 생겼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가 혼자 남아 어떻게 해요? “라고 묻는다면 간 큰 엄마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어차피 집에 와도 아이는 혼자 미디어에 노출돼요” 엄마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기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만약 야간연장으로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남아 있다면 아이들은 특별수업을 늦은 시간에도 받을 수 있고, 야간보육교사가 담임교사처럼 요일별로 계획표를 짜서 놀이를 하고 있거나 다른 반 교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참고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부모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면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지하철이나 버스로 집까지 열심히 달려가는데만 길에서 벌써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맞벌이 부모는 퇴근하자마자 지옥철에 시달리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으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한다. 지쳐 쓰러져 눕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어린이집에서 엄마만 기다리던 아이는 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집으로 오는 길부터 취침시간까지 다시 육아지옥이 시작된다. 이런데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어린이집이라는 훌륭한 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개인시간은 1도 없는 생활이다.


부모가 외동이거나 형제가 많지 않고, 각각 터울이 있다면 친정부모님 혹은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시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딸부잣집의 딸은 친정부모님이 있어도 손을 벌리기 쉽지 않다.


혹시 아이의 부모에게 모두 다른 일정이 생기면, 같은 도시에 살아도 거리가 있는 친정부모님께 맡기는 것 역시 번거롭다.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해 할머니 픽업이 결정되면 전화로 친정부모님께 아이를 부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하원 시간을 설명해 조율한다.


혹시 할머니가 알아서 아무 때나 손주를 데리러 가면 되지 미리 꼭 시간을 정해야 하느냐, 왜 그게 안되느냐라는 질문이 시작되면 어린이집의 시스템을 이해시키고, 원래는 가능하지만 현실은 왜 안되는지 설명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이왕 할머니가 픽업하실 거면 어린이집의 담임선생님은 오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돌봐주기에 4시 30분 전에 아이를 픽업해 주셔야 합니다.


할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저녁을 함께 드실 거라면 오후 5시 전에 전화해 어린이집에 저녁을 먹지 않을 거라 꼭 말해야 아이의 저녁식사비가 청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 저녁식사 시간인 7시 30분 전에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할머니가 혹시 아주 늦으신다면 오후 7시 30분에 어린이집에서 저녁식사를 시작하니 8시 이후에 가셔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는 내용을 전달하다가 느꼈다.


할머니의 상황파악과 픽업시간 조율이 끝나면 어린이집에 다시 연락해 오늘은 할머니가 데리러 갈 거라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만도 30분 이상 소요되는 일이다.


사실 아이가 매일 다니는 기관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늦게까지 돌봐주는 것이 다음날 출근하는 가족들 일정에도 무리가 없다. 여전히 육아는 힘들다.


젠장, 우리 부모님은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이 세월을 살아오신 걸까. 부모들은 모두 힘들었을 텐데 왜 바뀐 건 없을까 의문 투성이다. 이 글은 나만 모르는 것이 있을까 해서 남기는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의 기록이다.



숨구멍, 2023,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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