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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Apr 18. 2024

시립어린이집은 끝이 없다.

part 8

part 7 요약

시립어린이집에 보낸 둘째, 맞벌이 부모를 위해 오후 9시 30분~10시까지 돌봄이 가능한 야간연장보육과 특별활동으로 진행하는 주 2~3회의 영어교육도 만족하는 내용의 글


part 8 시작

미취학아동을 키우며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모가 기댈만한 기관은 시립어린이집밖에 없다. 일찍 출근하는 부모, 늦게 퇴근하는 부모, 방학 없이 매일 출근하는 부모,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하는 부모에게 야간보육과 방학이 없는 시립어린이집은 정말 단비 같은 존재이다. 사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부모처럼 주말 없이 일할 때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쉬지 않는 이상 아이 돌봄에는 답이 없다.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모에게 민간어린이집과 시립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는 아이들이 매일 먹는 식판을 챙겨가느냐 안 챙겨가느냐였다. 민간어린이집은 점심시간에 아이가 먹을 수저를 담은 수저통과 식판을 챙겨가고 하원할 때 다시 가방에 챙겨 왔다. 저녁에 식판과 수저, 수저통을 씻어서 아침에 다시 어린이집 가방에 담아 가는 것이 사소하지만 큰 일이었다.


시립어린이집은 부모가 아이 식판을 챙겨가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마련된 유아식판으로 먹고 어린이집에서 세척한다. 집에서는 아이의 수저통에 수저만 챙기면 되니 짐도 줄고, 맞벌이 부모의 수고도 덜어주어 참 편리했다. 병설유치원 역시 아이 식판을 챙겨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립어린이집이라고 모두 같은 운영시간이나 같은 방침을 갖지는 않았다. 첫 번째로 보냈던 시립어린이집은 야간보육시간인 9시 30분이 넘어 데리러 가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고마웠다. 근로자의 날에 아이를 등원시킬 것인지 묻는 설문조사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첫째가 다니던 시립어린이집을 거쳐 지금은 집 근처의 두 번째 시립어린이집으로 옮겨서 다니고 있다. 고작 2개의 시립어린이집을 보내 보았지만 차이점이 있었다.


첫 번째 시립어린이집은 최근 10년 이내에 지어진 건물로 행정복지센터 1층에 위치해 있었다. 예전 동사무소로 불리던 곳과 같은 건물을 새로 지어 사용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동에 지어졌던 민간어린이집에 비해 더욱 넓었고, 1층에 어린이집과 관련된 모든 시설이 있어 돌이 지나자마자 보낸 둘째가 실수로 계단에서 구르지 않을까 걱정할 일이 없었다.


행정복지센터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첫 번째 시립어린이집은 창가 쪽으로 교실이 줄지어있고, 가운데에는 강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더욱 만족스러운 점은 기저귀를 차는 만 0세가 있는 아기교실을 제외한 5개의 교실마다 화장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교사화장실은 원장실 앞에 2칸뿐이었지만, 유아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해 교실마다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4층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있고, 지하에는 주차장이 있어 비가 와도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릴 때 우산을 펴지 않아도 비 맞지 않고 등하원이 가능했다.


두 번째 시립어린이집은 지은 지 30년이 되어가는 2층짜리 오래된 주택이었다. 물론 주차장은 없고 주택가 주변에 알아서 주차를 하고 아이를 데려와야 했다. 1층에 4개의 교실과 조리실이 있고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작은 강당이 있었다.


세면대는 교실마다 있었지만 화장실은 교실 밖 1군데뿐이었다. 사실 첫 번째 시립어린이집에서 옮기고 싶지 않았지만 첫째만 키울 때와 다르게, 둘째는 첫째의 활동반경과 가까운 것이 부모에게 편리하다 보니 조금 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입소대기를 한 후 다음 해 3월에 입소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옮기게 되었다.


두 시립어린이집 모두 야간보육을 하는 곳이라 맞벌이 부모가 퇴근하고 돌아와도 안심할 수 있도록 오후 9시 30분까지 돌봐주었다. 하지만 야간보육이 오후 10시까지라고 적혀 있어도 사실 원장선생님은 조금이라도 아이를 일찍 데려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면서 말이다.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도 힘들다. 매일 야근하는 아빠도 힘들다.


시립어린이집은 야간보육을 한다고 했지만 오후 9시 무렵 데리러 가면 우리 아이만 있거나 간혹 한 두 명만 더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야간보육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모두들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일찍 하원하는 것일까.


여전히 둘째는 시립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만 야간보육에 대한 부담감, 근로자의 날에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맞벌이 부모는 아이를 맡기고 있다.


끼적이기, 2017, 튼튼,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끼적이기, 2023,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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