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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Apr 24. 2024

어린이집 등원전쟁 #1

part 9 아이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등원시간

part 8 요약

*민간어린이집의 매일 준비물: 식판, 수저, 수저통

*시립어린이집의 매일 준비물: 수저, 수저통(연령에 올라가며 모두 필요 없는 경우도 있음)


part 9 시작

평일 수요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빠는 새벽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섰다. 회사에서 삼시 세끼를 모두 제공하니 집에서 먹고 가는 것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 회사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했다.


아빠는 출근 전 곤히 잠든 아이들 뺨에 볼뽀뽀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아빠는 먼저 일어난 엄마와 짧은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잘 다녀와요."

"응, 다녀올게."

"운전 조심해요."

"알았어."


이어서 엄마의 회사 출근시간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다이내믹하고 파란만장하며 판타스틱한 대환장 드라마의 연출시간은 바로 둘째와 함께 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둘째가 늦잠을 자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자”라며 깨우면, 이불 위에 누워서 오늘은 자기 맘대로 쉬는 날을 하겠다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둘째의 등원거부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더운 여름 엄마가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거나 아침 샤워라도 하고 깨우면, 엄마냄새가 사라지게 엄마는 왜 샤워를 했냐고 대짜로 누운 채로 통곡을 했다.


어느 아침은 둘째가 일찍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갑자기 아이패드를 찾아 집어 들고 게임을 해야겠다고 붙들고 있었다. 등원시간 전에는 스크린타임을 설정해 게임을 못하게 해 두었다는 것을 알고는 한동안 대성통곡을 했다.


아침을 잘 차려주는 날에는 먹지도 않으면서 출근시간이 촉박해진 어느 아침에는 배가 고파서 밥을 꼭 먹고 가야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천천히 생각해 보면 아이가 늦잠으로 피곤한 날, 엄마가 늦게 퇴근해서 저녁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날, 전날 낮잠 없이 초저녁 무렵 너무 일찍 잠든 날 등 이유가 있긴 했다.


하지만 막상 아침 출근시간에 아이가 그런 소동을 피우면, 엄마 입장에서는 이 아이는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이 녀석은 왜 이러는 걸까 싶은 생각밖에 안 들었다.


EBS TV를 보는 날은 조금 쉬웠다. 하던 방송프로가 끝날 시간을 체크하고 둘째에게 몇 분 뒤에 갈 건지 미리 예고하고 엄마도 출근준비를 하면 잘 먹히기 때문이었다.


똑똑한 EBS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걸어갈 아이들,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들 등을 계산해 편성표를 짠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워낙에 어린이 프로는 10분 15분 등 짧게 끝나는 편이기도 했다.


"이거 끝나면 우리 출발할까?."

"싫어, 더 볼 거야."

"그럼 집에 아무도 없어. 혼자서 쉬하고 응가하고 밥을 먹을 수 있어?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하고 선생님 만나러 가야지. 어린이집에 가서 재미나게 놀자."


“그럼 5분 더 볼까, 15분 더 볼까?”

“15분”

“그래 15분 타이머 했으니까 울리면 나가는 거야 “

“알았어”


TV를 보는 둘째 곁으로 다가가 슬며시 잠옷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혔다. 아차, 세수를 안 했구나. 방송프로가 하나 끝나면 둘째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다. 손을 씻고 세수를 했다. 이렇게 육아는 미디어의 도움으로 손쉬워질 때가 있어 감사했다.


집에서 나서기 전, 쉬야가 마려운지 꼭 체크하고 아침소변을 보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바쁜 등원길+출근길에 급하다는 둘째를 데리고,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찾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도보 20분 거리의 둘째 등원길에는 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결혼 전부터 각자의 차로 운전하던 우리 부부는 두 대였던 차가 현재 1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신랑차는 팬데믹 시기에 처분하고, 내 차 한 대는 벌써 오전 6시 30분에 신랑 출근길에 함께 떠났기 때문이었다.


서너 살부터 맞벌이 부모와 손잡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둘째 어린이집 등원길의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도 곧 다른 회차에서 다룰 예정이다.


아이와 아침식사는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빵에 우유를 먹거나, 밥에 국을 말아 먹거나, 밥에 김을 싸서 대충 때웠다. 그나마 늦게 일어나는 날에는 세수할 때 물양치만 하고 옷만 갈아입혀 그대로 등원했다. 너무 바쁜 날에는 세수도 못 시켰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아이 눈곱을 떼며 아이가 세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날도 여러 번 있었다. 아이가 유독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때는 전날 잠옷 대신 편리한 트레이닝 복 등을 미리 힙혀 재웠다.


외출복을 입고 잠든 그대로 아이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온 날도 많았다. 아직 어린 아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세수하지 않아도 아이는 아무렇지 않아 한다는 게 더욱 재미있었다.


오전 9시 30분 전에 도착해야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아침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어린이집 아침간식 주 메뉴는 죽 또는 과일이 주로 나왔다.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간식과 식사는 가리지 않고 먹어준다는 아이가 고마웠다.


괴물, 2022,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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