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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01. 2024

행복한 하원길은 칼퇴로 시작된다

part 11 엄마, 일찍 와

part 10 요약

여유로운 등원길은 택시로부터 나온다. 아이와 함께 이동할 때, 대중교통 중에서 가장 편리한 이동수단을 고르라면 사실 버스보다는 택시이다.


part 11 시작

해가 늦게까지 떠있는 날, 엄마는 퇴근하자마자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날씨도 좋았다. 어린이집에서 나온 아들은 참새가 방앗간에 들르듯 자연스럽게 바로 어린이집 근처의 아이스크림과 주전부리가 가득한 아이스크림할인점으로 향했다.


"1개만 고르는 거야."

"응"


약간 고심하던 아이는 츄파춥스 또는 공룡젤리를 하나 들고 계산대로 갔다. 현금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요즘, 금액이 적어도 카드결제를 해주는 고마운 곳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아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터에 가자고 했다. 어린이집 근처의 아파트 단지에는 놀이터가 내가 알기로만 4개가 넘었다. 그중에 가장 큰 놀이터로 이동했다.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온 날은 놀이터가 보이자마자 모두 엄마에게 맡겨두고(아니 버려두고!) 놀이기구로 달려갔다.


그렇게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어느새 누나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갔다.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서 7시가 넘으면 버스를 타거나 아이와 엄마의 컨디션에 따라 걸어서 하원했다. 킥보드나 자전거가 있으면 버스를 타기 힘들었다. 이 사실을 아이에게 인지시키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가 흔들리는 버스에서 너를 잡기도 힘든데 킥보드나 자전거까지 들고 타려면 너무 위험해"


라고 몇 번 얘기해 줬더니 처음에는 분노하던 아이도 이해했다.


하원길에는 공원이 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날에는 놀이동산처럼 운동기구도 한 번씩 타보고, 나무 밑의 풀도 관찰해 보며 아이의 속도에 맞춰 집으로 걸어갔다. 아주 여유로운 하원길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되었다.


다행히 첫째는 4학년이 되어 키가 125cm가 좀 넘어가면서 전자레인지에 냉동밥을 스스로 데울 줄 알았다. 엄마가 늦으면 알아서 냉동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삼각주먹밥을 꺼내 데워먹었다.


둘째를 하원해 집에 데리고 온 다음 아이들을 모두 씻기고 재우면 오늘 하루는 끝난다. 아빠는 몇 달째 퇴근이 늦었다. 아빠는 팬데믹 이후로 하던 사업을 접었다.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처음에는 저녁까지 해결되어 좋아했는데, 매일 야근시키는 회사라서 삼시 세끼가 모두 나왔던 것이었다. 오늘도 남편의 퇴근은 밤 12시를 넘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행복한 하원길은 칼퇴로 시작된다. 하원전쟁은 아이가 시간의 순서를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가 낮과 밤을 알게 되면서 하기 시작한 말이 있다.


"엄마 일찍 와"


일찍이라는 말에 시간은 없다. 아이의 일찍이라는 말은 해가 떠있을 때 데리러 오라는 말이었다.


여름에는 오후 8시에도 해가 떠있어 밝았다. 그래서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렀다. 학원에 다녀온 뒤 집에서 먹을 첫째의 저녁식사를 차려놓고, 어린이집으로 둘째를 픽업하러 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겨울에는 해가 5시 30분이면 졌다.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바로 어린이집에 둘째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도 벌써 해가 졌다. 그럼 이때부터 아이의 짜증은 시작되었다.


"엄마, 내가 일찍 오라고 했잖아. 윤재는 낮잠 자고 일어나서 바로 집으로 갔단 말이야."

"윤재는 윤재고 너는 너야. 엄마가 퇴근하고 오려면 어쩔 수 없어."

"엄마, 그래도 일찍 와"

"자꾸 그러면 엄마 매일 늦게 올 거야. 어린이집에서 저녁도 먹고 와, 알았어?"

"아냐, 엄마 어린이집에서 저녁 먹기 싫어, 너무 많이 준단말이야."


윤재는 어린이집에서 둘째와 가장 친한 친구인데, 조부모가 계셔서 돌아가며 아이를 일찍 픽업해 여러 가지 수업을 들으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어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 양이 많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있어야 하는 날에도 저녁은 먹지 않겠다고 할 때가 있어서 의아했다.


공원, 2023,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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