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곤 별다방 May 02. 2024

누나의 학교방학에도 열심히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둘째

part 12 버스 타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4세 어린이였던 그

part 11 요약

“엄마, 일찍 와.”

행복한 하원길은 칼퇴로 시작된다. 아이의 참새방앗간은 어린이집 옆 아이스크림할인점


part 12 시작

둘째의 일과는 신기하게도 첫째의 시간표에 따라 좌우된다. 등원시간도 마찬가지다. 누나가 학교에 안 가는 날은 둘째도 덩달아 가기 싫어한다. 누나가 방학이라도 하면 둘째는 '누나는 집에 있는데 왜 나만 가야 하냐'며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고 떼쓰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다음 방학에는 첫째도 함께 어린이집으로 등원했다. 그래야 둘째가 잘 따라나섰기 때문이었다. 겨울방학은 해가 짧아서 어두워진 겨울밤에 아이 둘을 짜증과 함께 픽업하기에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심지어 첫째와 둘째 픽업시간을 맞추려고 등록한 눈높이러닝센터에서 코를 베인 사실을 알아채고, 베인 코를 다시 붙이는 데 3개월이 걸렸다. 그 뒤로 경단녀 엄마의 입사 후 두 번째 겨울방학은 육아휴직이라는 카드를 썼다.


당시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신랑의 잦은 야근과 휴일 없는 주말출근, 업무과다로 심지어 외박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러 엄마의 육아피로는 극에 달했다. 말 그대로 두 아이의 독박육아가 6개월 넘게 이어지며 등원시간과 엄마의 회사 출근시간도 자꾸 늦어졌다. 다행히 엄마의 회사에 요청한 3개월의 육아휴직이 승인되었다. 덕분에 어둑어둑해지는 겨울방학에 둘째는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있지 않아도 되었다.




둘째의 난이도 있는 하원길은 버스를 타고 오는 날이었다. 금요일은 어린이집에서 사용했던 아이 이불을 세탁하기 위해 집으로 가져가야 했다. 아직 낮잠이 있는 연령대라 부피가 큰 이불을 들고 어린이집부터 집까지 20분 넘게 걷기는 엄마도 지치는 일이었다. 그렇게 짐이 많은 날은 버스로 하원했다. 퇴근시간을 살짝 비껴가면 다행히 아이와 나란히 버스 안 의자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처음 둘째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던 날이었다. 이날도 아이가 좋아하는 참새방앗간, 아이스크림할인점에 들러 아이가 직접 고른 젤리 하나를 샀다. 조용한 버스에 타고 자리에 앉아 기다란 젤리를 조금씩 끊어 먹이는데 우리 아들은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창밖을 보며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023년, 4살 아들의 말문이 트이더니 그렇게 말이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버스 안에서 일부러 젤리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말하지 못하도록 젤리를 끊어서 아이 입에 계속 넣어주었다.


"아들~ 버스에서 말은 그만하고 맛난 거 먹자~"


버스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지만 세 살 아이는 버스 안의 조용한 세상이 너무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처음에 버스에서 노래까지 부르더니 이제는 조용히 앉아서 갈 줄 알게 되었다. 이제 아들은 젤리가 없어도 버스에 타면 조용히 앉아서 가는 신사가 되었다.


결혼 후 10년간 버스를 탈 일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학창 시절 이후로 버스를 탄지 오래돼서 타고 내릴 때 찍는 교통카드 태그나 버스 하차벨을 누르는 위치도 낯설어 한동안 버스 안을 두리번거렸다. 특히 버스에서 내릴 때, 예전에는 미리 내리는 곳에 서있어야 했는데 이제는 위험하다고 차가 정차하면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버스기사가 주의를 많이 줬다. 예전보다 충분히 하차시간을 준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서너 번 타다 보면 버스도 버스 나름의 룰이 있음을 눈치채게 되었다.


무제, 2023,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https://brunch.co.kr/@hogon/284



이전 11화 행복한 어린이집 하원길은 칼퇴로 시작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