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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저자 Jan 11. 2024

[물결표] 두 번째, OHMJ : 우리 춤을 출까요?

우리 춤을 출까요? 우리 집에 한 정거장 더 가까운 거기서. 시계 시침은 모두 다르니, 해 지고 달이 가장 높기 직전에.


언젠가 여행자이던 시절 저는 폭우 속에서 춤을 추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리 내일 겨울비 오면 춤을 출까요. 그러다 숨이 차서 심장이 목젖을 울컥 치면, 그때부터 얘기 하는 거예요. 첫날부터 초 단위로. 그러다 어스름 여명이 밝아오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듯 각자의 집으로 도망가요. 그리고 매일매일 만나서 춤을 추는 거예요. 숨이 안 찰 때까지.


우리는 숨이 차도 할 얘기가 없을 때쯤 서로를 잊는 거예요. 아마 긴 침묵이겠죠. 그러면 굳이 밤마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좋고, 춤을 추지 않아도 좋아요. 할 얘기가 없어도 춤을 추고 싶다면 이제는 한낮에 만나는 거예요. 한참을 춤춰도 숨은 하나도 안 차오를 거예요. 그러면, 할 말이 산더미 같아도 할 수 없어요.


우리 다시 한번 춤을 출까요? 이번엔 저 지구 반대편의 석양을 보는 거예요. 거기서 우리는 탱고를 춰요. 춤추다 배고프면 엠파나다를 사 먹어요. 숨이 차올라 춤추는 것을 멈추고 침묵이 와도 우리는 내일 또 춤을 춰요. 


비로소 우리는 완벽한 평행선이 되는 거예요

투영할 수 있되, 가지지는 못하게

온 우주를 춤춰도 닿을 수 없게

우리, 춤을 출까요.


어느저자 <물결표> 피드백 : https://forms.gle/iyW4vFPS7M3ok4Q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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