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 마지막주, 하다 : 덕 희

겨울호 마지막 주제 : 인터뷰

by 어느 저자

세상에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그 중 몇 개의 단어는 듣기만 해도 유난히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단어가 있다. 나에게 그중 가장 맨 꼭대기에 있는 단어는 '엄마’이다. 어디에서나 들어볼 만한 말이지만 내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이다. 우리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엄마의 아픈 서사는 길고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아무렇지 않게 명언을 던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벽을 너무나도 멋있게 부쉈던 사람이다.


그 시절의 우리가 모두 서툴렀고 그랬기에 그 틈 사이로 수많은 아픔이 오갔다. 수많은 아픔이 엄마의 변화로 인해 견고해졌고 우리는 그 틈들 덕분에 더 단단해졌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 꽤 노력하는 편이다. 가끔은 나를 내려놓아야 유지가 되는 가정의 화목함을 이중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다 버리고 떠나고 싶을 때도 잦았다. 많이 알 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던 가족들은 해가 지날수록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줬고, 이에 몰래 웃기도 울기도 했던 하루들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그때마다 엄마 손을 잡으면서 엄마를 위해서 해야한다고 다짐을 했고, 그랬기에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출근할 때면 우리는 손을 맞잡고 항상 구호처럼 외친다.

“오늘도 (무릎 짝짝) 화이팅 (손뼉 짝짝)”


여기 내가 유일하게 “어떻게 이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자는 모습만 봐도 조용히 울음을 삼켰던 사랑스럽기에 안쓰러운 내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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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을 해볼게요. 엄마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어?

= 아빠가 재취업을 했던 순간이였지. 옛날에는 날짜도 기억했는데, 확실한 건 화요일이였어. 변산으로 일하러 가는 길에 그 소식을 들었어.


보통은 감동적이게 우리가 태어났던 순간 이렇게 대답하지 않나 ? ( 웃음 )


아니 너네 태어날 때는 아프기만 했어. (웃음) 아빠가 놀았던 시절이 끝나고 공무원에 합격했는데, 그게 제일 기뻤던 것 같아. 7년 동안 나 혼자 아이북랜드, 우유배달, 공병 모으기를 다했었는데..


알지.. 그럼 어쩌면 답변과 이어질 것 같은데, 반대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

= 글쎄, 없었던 것 같은데.. 몸이 고된 거는 힘들지 않았는데, 마음이 아픈 게 젤 힘들었어. 생각해보니 네 동생이 아팠을 때 가장 힘들었어. “나한테 이런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 내 새끼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살았던 것 같아. 아, 근데 내 기대가 무너져서 힘들었기보다는 네 동생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믿지 못하니까. 이제 아픈 증상들이 나타나고, 계속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이상한 소리도 하고.. 내가 무너지기보다는 네 동생이 무너지는 게 힘들었어. 사실 내 중심이 너희였는데, 중심이 무너지는 걸 보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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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도 엄마는 청춘이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나이가 많잖아. 나이가 많아서 좋은 점이 뭐라고 생각해?

= 모든 사건을 위에서 내려볼 수 있어. 끝과 끝을 볼 수 있다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서 사건을 터지면 “아 이것은 급하게 행동할 게 아니라 천천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구나”라고 판단을 하지. 보통 그런 경우는 시간이 지나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계속 생각해서 괴롭지 않게 몸을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곤 하지. 나는 주로 퍼즐을 맞춰.


그래서 나는 너희가 실수를 많이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더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거든 . 아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 친구들이랑 놀 때 나와 맞는 사람들 외에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들과도 잘 놀 수 있어. 그냥 인정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 "아 얘는 이런 성격이구나. " 하고 그냥 넘기는거야. 아니면 그냥 내가 직접적으로 말을 해.


엄마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는게 조금 의외네. 엄마가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

=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부분을 계속 안고 가는 사람이 싫어. 바꿔 말하면 나는 무슨 사건이 터지면 그게 왜 터졌느냐고 계속해서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좋거든. 물론 처음에는 괴롭겠지. 그래서 조언을 구하고 그리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거야. 근데 열쇠를 계속해서 찾아야지. 안되면 계속 일어나서 찾아보는 거야.


맞아. 그러면 듣는 사람도 조금 힘들긴 해. 그러면 엄마가 요즘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누구야?

= 정자이모가 있지. 깍쟁이야 근데 나는 좋아. 담백함은 없어 (웃음) 근데 절대 배반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그리고 내가 편해. 장무하 집사님도 있지. 나랑 비슷해. 주로 견디는 사람이야. 자기의 목표가 있으면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을 해. 일이 힘들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을 항상 주시하면서 살아. 엄청 긍정적인 사람이야. 김은경 집사님은 묵직해. 남 이야기를 전혀 안해. 그리고 박선영 집사님, 김희순 집사님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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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교육에 대해서 참 많은 대화를 했던 것 같아. 엄마는 좋은 부모란 뭐라고 생각해?

= 부모들의 교육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 사실 (아이들은) 내가 행했던 것을 그대로 하게 되지. 돈 없고, 좋은 직장 아니고 좋은 환경이 아니더라도 어떤 부모냐가 중요해. 예를 들어 말솜씨, 성격 자체, 내가 사람들한테 대하는 거 하다못해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을 때 인사하는 것, 자주 웃는 것 등이 아이들한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물질적으로 안 해주는 거? 반찬에 소세지 반찬이 없다는거? 그거는 없어도 돼. 우리 집이 가난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즉 ‘엄마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이런 거를 못 사주지만 그렇다고 너희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 라는 것을 알아야 해.


엄마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 엄마로서가 아닌 이덕희로서


= (큰소리로) 정규직


( 다같이 웃음 )


소속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네 가지 하는데도 어디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이 안 들어. 직장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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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엄마랑 많이 닮아가는구나를 느끼는데, 엄마는 어때 나랑 어떤 점이 닮은 것 같아 ?

= 친화력이 날 많이 닮았지.


나는 요즘 엄마랑 외적인 면으로 닮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니(단호) 그건 아니지. 성격이 많이 닮았어. 진취적이고 활달해 근데 생각보다 내향적인 모습이 많이 닮았지. 사람들이 내가 많이 외향적이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나는 은근 내향적이야. 드라마 볼 때 너랑 나만 펑펑 울잖아.(웃음)


엄마는 나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야?

=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거 있는데 말해도 돼? 고등학교 졸업식 때 대표로 나가서 송사했을 때. 내가 너무 뿌듯해서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었어. 저 얘가 내 딸이라고.


중학교 때도 했잖아 그때는 별로였어 ?


부안에서 (중학교 때) 했을 때는 사람들이 다 내 딸인 거 아는데, 전주에서는 모르니까. 뭔가 큰 도시에 혼자 와서 회장도 하고 송사를 하니까 멋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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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쑥쓰럽지만 나를 얼만큼 사랑해 ?

=나 ? 많이 사랑해. 퍼센트로 따지면 100퍼센트 , 나는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잘 살아온 것 같아.


아니 엄마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물어봤어. (웃음)


= 아 너를 ? 그게 질문이냐 부모한테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하는게 좀 웃기지 않냐 너한테 신체적 일부도 줄 수 있어.


에? 내가 거부할께.(웃음)


네 동생이 아팠을 때,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어. 내가 대신에 아프게 해달라고. 나는 자식이 힘든 것을 못 보겠더라.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네, 끝으로 나에게 바라는 점들 있어 ? 다 말해봐 들어만 줄게.


= 이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해. 한가지는 뻔한 대답이야. 안정된 취직 해라. 다 필요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 다 필요 없고, 안정된 취직을 해라 그리고 승진해라 사무관 돼라.


또 다른 한 가지는 하고 싶은 거 다해라 . 나같이 알바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더라 버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쓰는게 중요하니까.


아 근데 뜬금없이 한마디만 더 할게.


나는 니들이 일을 해서 너희 자식들을 내가 돌보고 싶어. 그리고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어.


“ 어휴 우리 애들이 어떻게 애를 돌봐.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데, 내가 돌봐야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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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짧았지만 알찼던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이러한 대화들을 많이 나눴던 우리라서 무언가 각을 잡고 하는 게 어려워 그저 녹음기만 켜놓고 시작했던 인터뷰였다. 엄마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청소기를 돌리신다. 나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본다. 그렇게 그 날의 우리가 만들어낸 하루도 흘러갔다.

여행에 오르기 전에 결국 우리도 서로 순간의 인연이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모든 인연에 연연하지 말라는 맥락에서 서로 한 말이었는데, 그렇게 마냥 흘러간 하루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 순간을 영원히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 때면 서로 다른 시간상에 살고 있음이 야속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곧 엄마 말따라 왜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우리가 더 멋있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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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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