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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트리 최선민 May 30. 2023

좋아하는 것을 포기 하지 않는 삶

모두가 잠든 밤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이가 없을 때는 미처 몰랐던

소중한 나만의 시간


이 시간 한모금이 

얼마나 큰 삶의 동력이 되어주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고, 읽은 책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는 

읽고 쓰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책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내가 새벽의 습관, 새벽의 공간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이유는 ‘라라벨’을 위한 것이다. 라이프-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로, 내가 만들어본 말이다. ‘워라밸’이란 말이 있지만, 일과 삶의 균형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 밖의 삶을 ‘라이프’라고 통칭할 수는 없다. 퇴근하고 육아와 가사노동을 마치면 잘 시간인데, 이 시간들도 삶의 중요한 일부라 생각하지만, 이게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 ‘부모의 삶’과 구분되는 ‘개인의 삶’도 분명 필요하다. 내게(그리고 누구에게나) ‘라이프’는 하나가 아니다. (중략) 라라밸을 염두해 두지 않는 워라밸은 결국, 특히 부모들의 경우, 회사에서 일하고 또 집에 가서 일하는 삶의 반복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나를 숨쉬게 하는 ‘개인의 삶’


밤에 아이들이 자고 나면 너무 피곤하지만 자기는 싫은 기분. 저만 느끼는 것 아니지요? 딱히 무언가를 할 체력도 시간도 충분하지 않지만 그냥 잠들기엔 너무 아쉬운 밤. 그래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다 늦게 잠들고는 어젯밤을 후회하는 일의 반복. 저만 그랬었나요?


저희 첫째는 어릴 때부터 참 순한 아이라 낮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참 편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던 아이였어요. 그렇지만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잠’이었어요. 100일의 기적은 커녕 13개월에야 통잠을 잤으니 말 다 했죠. 두 돌이 지나고부터는 낮잠도 끊고, 7시 기상 10시 취침을 하는 아이였어요. 아이가 자는 시간이 그나마 엄마의 쉬는 시간인데, 아이가 도무지 자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죠. 초보 엄마였던 저는 아이가 잠을 너무 안 자는 것과 자주 깨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 한의원 등을 알아봤었어요. 


그런데 친정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애가 잠을 ‘못’자는거면 낮에 피곤해 할텐데 얘 저렇게 순하고 방실방실 웃는거 봐라. 얘는 그냥 잠이 없는 아이인거야.” 그러면서 피곤하다고 하지 말고, 그냥 아이가 잘 때 같이 자라는 거에요. 친정엄마는 저를 위해 해주신 말이었는데 “그럼 나는! 나도 숨 쉴 시간이 있어야 될 것 아니야!”하고 불쑥 투정을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복직 후에는 더했지요. 첫째와 둘째를 연달아 출산한 후 복직한 학교에서 저는 신규 교사나 다름 없는 상태였지만, 신규 때처럼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다들 ‘경력이 있으니 잘하겠거니~’ 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복직한 학교는 전교생 60명 정도의 작은 학교라 보건교사가 없어서 해본 적 없던 보건 업무까지 맡게 되며 제 몫을 해내기 위해 바둥거렸어요. 퇴근 후에는 이른 복직으로 (둘째 10개월에 복직했거든요.) 엄마 품이 그리울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이 시기에는 정말 아이들을 재우다 내가 먼저 잠드는 날이 더 많았지요. 그렇게 잠들었으면 쭉 자면 될 것을, 잠깐 TV라도 틀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 꾸역꾸역 일어나려고 노력했어요. 도저히 못 일어나겠는 밤에도 편히 푹 못 자고 ‘일어나야하는데’를 되뇌이며 잠들었던 것 같아요. 불과 몇 년 전인데 ‘내가 어떻게 그 시절을 버텼나?’ 싶기도 하네요. 


'라라벨'의 실천


지금은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 스스로 자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예전보단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출산 전과 비교하면 온전히 나를 위해 할당된 시간은 여전히 적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지요. 요즘엔 TV나 핸드폰으로 떼우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나 자신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한 두 가지씩 하고 있답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라라벨’을 맞추고 살아가기 시작한거죠. 


시간이 생긴다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책 몇 쪽을 읽고 난 다음 마시는 새벽 공기. 해야만 할 일을 잊고 다른 무언가에 오롯하게 몰입하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그 날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저 역시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생산적인 무언가’가 아니어도 좋더라구요. 나를 충전하는 시간. 최근에는 에센셜오일에 관심이 생겨서 <프랑킨센스>오일을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서 책을 읽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동방박사가 가져다 주었다는 황금, 몰약, 유향 중 유향이 바로 이 프랑킨센스에요. 그 향을 맡고 있으면 하루의 피곤이 날아가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놓치고 싶지 않은 ‘라라벨’이 있으신가요? 하루에 한 가지라도, 하루에 10분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 하지 않는 삶, 나의 취향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사시기를 응원드립니다. 오늘도 ‘라라벨’ 있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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