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진다는 것
다 아는 줄 알았다.
저기 예쁜 꽃은 장미고
여기 수수한 것은 들국화
보기만 하면
그들을 다 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실 나는 그들을
전혀 몰랐다.
마지막에
장미가 왜 이렇게
빨리 시드는지
들국화는 왜 외롭게
사람이 없는 곳에서도
피다가 지는지
내가 어릴 때는
아무 때나
만지지도 못한다고
엄마한테 투정 댈 뿐이었다.
엄마는 그냥 놔두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나는 그저 보이면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러다
내가 어른이 되고
30살 되던 어느 날
어느 이름도 모르는
꽃이 피다가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 시들어 가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모든 생명체는
시듦이 존재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