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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Jun 23. 2024

모나리자에 수프를 던지면 재물손괴일까?

대법원 2023도5885 판결

1. 환경 문제로 인해 수난을 겪는 예술품들

    최근 환경운동가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예술 작품에 테러를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월 두 프랑스인이 프랑스 정부의 식량 정책에 반발하여 모나리자에 수프를 투척하였다. 2024년 6월 19일, 영국의 한 환경 단체는 기후위기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스톤헨지에 주황색 스프레이를 뿌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2021. 2. 18.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반발하여, 두산타워 앞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이하 '이 사건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 4개를 뿌렸다. 해당 활동가들의 행동은 재물손괴죄에 해당할까?




    최근 대법원에서 위와 같은 행동은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해당 판결을 살펴보며 재물손괴죄와 환경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2.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란?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도1047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구조물 등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구조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것인지는, 해당 구조물 등의 용도와 기능, 낙서 행위가 구조물 등의 본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미치는 영향, 구조물 등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구조물 등의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과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낙서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07도2590 판결,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7도2045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으로, 해고노동자 등이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던 중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회사 건물 외벽과 1층 벽면 등에 낙서한 행위는 건물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별도로 계란 30여 개를 건물에 투척한 행위는 건물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의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래커스프레이를 지우는 데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반면, 계란 30개를 던져 건물이 불쾌감을 줄 정도로 더럽혀졌더라도 그 건물의 실질적인 효용이 감소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를 한 행위만이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3도5885 판결에서는,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구조물에 뿌린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판결에서는 구조물의 용도와 재질, 손괴 부분의 정도, 표현의 자유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었다.


3.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도5885 판결

    대법원은 두산중공업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행위로 이 사건 조형물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재물손괴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1) 이 사건 조형물이 두산타워 광장에 설치되어 두산그룹 소속 기업을 알리는 광고가 주된 용도와 기능으로 보이는 점, 2) 피고인들은 이 사건 조형물의 금속재질 문자 부분에 물로 세척이 용이한 녹색의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미리 준비한 물과 스펀지로 이 사건 조형물을 세척한 점, 3) 일부 스프레이가 잔존한 부분은 이 사건 조형물 중 금속재질의 문자 부분을 지지하는 대리석 부분 중 극히 일부에 한정된 점, 4) 위 대리석 부분은 야외에 설치되어 비, 바람, 오수와 오물 등에 노출된 상태여서 자연스럽게 오염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없지도 않은 점, 5)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괴 부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고, 해당 부분과 관련한 원상회복의 난이도나 그 비용에 대한 별다른 증명이 없는 점, 6)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쉽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점 등을 고려하였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수성 스프레이를 조형물에 뿌린 행위가, 이 사건 조형물을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기업의 광고라는 본래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제공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 그 효용을 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위와 같은 법리를 따른다면, 환경 운동가들이 유리로 덮인 모나리자 작품에 수프를 던졌더라도, 이를 미술 작품 본래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제공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 그 효용을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유리에 덮인 모나리자에 수프를 던지더라도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화석연료가 이룬 막대한 부, 1만 2000년 동안 흐른 AMOC를 바꾸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막대한 부와 번영을 이루었다. 특히 화석연료가 현대산업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산유국과 석유회사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한편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탄소 배출이 증가하여 기후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와 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팀은 2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토대로 AMOC 변화를 분석하고,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2095년 이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연구팀은 AMOC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정하지 않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구 기간에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은 극지의 차가운 물이 깊이 가라앉아 저위도 지역으로 흘러가는 북반구의 심층 해수 순환이다. 1만 2000여 년 동안 유지되던 해당 순환이 붕괴될 경우 전 세계 기후 시스템에 치명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 석유기업과 산유국의 막대한 부는 1만 2000년 동안 유지되던 거대한 해류의 방향을 바꿀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오일 카르텔은 위와 같은 부를 지키고 지속적으로 축적하기 위해, 탈화석연료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저해한다. 2023년 12월 13일에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8년 만에 최초로 '화석연료'라는 표현이 합의문에 등장하였다. COP28에 참여한 198개국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탈화석연료 전환'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는데, 다만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는 포함되지 않아 이 부분이 한계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합의문의 한계점은, 오일카르텔인 OPEC이 두바이에 파견한 로비스트가 1,300~2,400명에 달한다는 사실로부터도 기인하였을 것이다.


5.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며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떠할까? 모나리자나 스톤헨지와 같은 인류의 보물에 오물을 던지는 행위는 다소 과격하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해할만하다. 사람들이 보물처럼 아끼는 물건을 일시적으로 훼손함으로써,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의 행위가 퍼포먼스만으로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및 사진출처]


https://premium.sbs.co.kr/squiz/quiz/6576aeacacb5d61288e60e0f



[네이버 지식백과] COP28 -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0906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europe/2024/01/29/20240129500146


https://www.hani.co.kr/arti/PRINT/9835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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