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1960년 어느 날,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아서 딸의 성공을 지켜보겠다던 해녀 엄마가 '숨병'에 걸려 29세 젊은 나이로 요절합니다. 드라마에서 당시 평균수명이 52세라고 소개됩니다. 지금 들으면 깜짝 놀랄 나이죠.
통계청은 흔히 평균수명이라고 말하는 '기대수명(기대여명)'을 조사합니다. 1970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62.3세. 남자는 58.7세로 60세가 채 안 됐습니다. 기대수명이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 즉 1970년 당시 0세 출생자의 평균적 생애가 62.3년으로 예상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그 시절엔 환갑 잔치를 나름 성대하게 열었습니다. 장수를 기념하는 축하연이죠. 하지만 요즘엔 예전 같은 환갑 잔치를 보기 어렵습니다. 60세면 아직 '청춘'이니까요. 칠순 팔순을 기다리며 환갑을 건너뛰는 사례가 많죠.
급격히 늘어난 수명이 이런 현상을 뒷받침합니다. 2023년 기준 기대수명은 83.5세. 1970년과 비교해 21.2세 늘었습니다. 그때보다 지금 태어나는 아기가 평균 21년가량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는 얘깁니다. 갈수록 사회가 고령화하고, 정년 연장 논의가 계속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19일 눈에 띄는 조사 결과가 보입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60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지역 기업 152개 사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습니다. 10점 만점에 무려 9.02점이 나왔습니다. 이들 기업은 고령자 채용에 따라 우려됐던 ▷노동생산성(8.99점) ▷변화 적응력(8.97점) ▷건강·체력(8.96점) 등 항목별 만족도에도 좋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60세 정도면 여전히 '팔팔하게' 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60세 이상 노동자는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췄고, 지급해야 할 연봉을 줄일 수 있으니 기업으로서도 이득입니다. 특히 구인난에 시달리는 지역 중소기업은 활용도가 높을 듯하네요.
조사 대상 기업이 60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유형은 '재고용'이 75.0%로 가장 많았습니다. 정년이 넘은 퇴직자를 다시 고용한 거죠. 기업의 78.3%는 고령 인력 운용에 따른 애로사항이 "없다"고도 답했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부산상의는 "저출생·고령화로 산업 현장에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재고용 제도 확산을 위해 실질적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17일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김위상(비례대표) 의원이 '60세 이상 계속 고용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입니다.
법안은 사업주에게 계속 고용 의무를 부여하되, 구체적 방법은 '정년 연장'과 '퇴직자 재고용' 중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고용 연장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와 고용시장 양극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처도 했다고 합니다. 대통령령에 따라 계속 고용 기업에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몇 달 전 '뭐라노'에서 언급한 적 있는데요. 고령사회에서 일자리가 반드시 복지와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계발에 나서고 자발적 경제 활동을 하는 거라면 적극 지원해야겠죠. 정년 연장, 또는 계속 고용 논의가 60세 이상 인력의 전문성을 우리 사회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