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핵보유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해 한국 안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대통령 당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두고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썼고요. 지난 13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남에서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확실히 그(김정은)는 뉴클리어 파워"라고 단언했는데요. 과거 미국-소련 간 핵 군축 문제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 인도나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다급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죠. 핵보유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하에서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인정받는 나라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을 뜻합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이른바 '핵클럽 가입'이라고 부르는데, 현재까지 공인된 국가는 이들 5개국밖에 없죠.
그런데 NPT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국제사회에서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3개국이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주변국의 위협을 명분으로 핵을 개발했고, 결국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됐습니다. 북한도 이들 3개국처럼 비공식 핵보유국이 되려는 야심을 보여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핵 개발로 가해지는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이 핵실험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역대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외교·군사적 파장을 고려한 조치였죠.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두 번이나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 목표를 장기적으로 잡아 핵 군축 협상부터 조금씩 진행시킨다는 이른바 '스몰딜' 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인도나 파키스탄과 비교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북한에 '너희도 미국과 잘 협상하면 인도나 파키스탄같이 NPT 밖에서 핵 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를 바로 옆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넘어 매우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 이후 북미 관계 급진전을 전망하는 분석이 속속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한 사례처럼, 한국의 이익과 관계없이 미국이 한국을 제외한 채 북한과 직접 대화를 나눌 '코리아 패싱'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크죠.
하지만 현재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탓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외교는 '대행의 대행' 같은 장관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리더들이 움직이는 고도의 정치적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대통령 부재에 따른 국정 공백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