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신경과민의 틈바구니 어딘가
웹소설의 '웹'자도 모르던 내가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이제 꽉 채워 5년이 다 되어 간다. 세상 일 참 모른다. 아주 오랫동안 글을 썼고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20대와 30대, 그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일 뿐이라고 모두 내려놓았을 때, 기회는 마치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덜컥 찾아왔다. 퇴사와 함께 코로나가 온 세상을 집어 삼켰을 때였다. 구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부모님 앞에 너무나 오랜만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1년만 도전해 보게 해 달라고 말했다. 1년 만에 성과를 내지 못 하면 앞으로, 내 인생에 글 쓰겠다는 말은 없을 거라고.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며 많이 물러진 부모님이 그럼 1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해 보라 했다. 너무 오랫동안 '나의 글'을 쓰지 않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뭘 써야 하지? 애초에 웹소설이란 뭐지? 웹소설의 '웹'도 모르는 나를 위해 친구 신도시 체리파이가 팁을 주었다. (신도시 체리파이는 까마득한 선배 작가다) 어디에 무엇을 올리면 좋은지, 플랫폼이라는 게 뭔지, 무연이라는 게 뭔지 차근차근 알려주었고 나는 되든 안 되든 해 본다는 식으로 어쨌든 들이받아 보았다. 그리고 첫 소설에 컨택을 받아 뭣도 모른 채 어리바리하게 계약을 했다. 장르는 현로였고 현재 쓰고 있는 것과 차기작을 동시에 묶은 계약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용…… 했겠지만 그때는 계약을 하자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들뜨고 기뻐서 덜컥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내 첫 웹소설……인지 뭔지가 세상에 나왔다.
와, 너무 신기했다! 세상에 내 글이 이런 사이트에 올라가다니! 유튜브로 광고 같은 것도 나오다니! 자고 일어나면 무슨 메일이 와 있을까 기대가 되었고 차기작을 쓰는 것도 그래서 어렵지 않았다.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 돌이켜 읽어보면 '이게…… 뭐지……?' 싶기는 하지만(ㅋㅋ)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 첫 작품들을 좋아한다.
세 번째. 이번엔 공모전이었다. 난 원래 2차 창작을 BL로 자주 했기에 BL은 어떨까? 싶어 투고했다. 붙었다. (솔직히 어떻게 붙었는지 의문이다) 또 책이 나왔다. 그러나 이 BL 세계는 내가 알던 세계와 완전히 달랐다. 나는 1차 BL을, 그러니까 상업지를 팔아본 적 없었다. 한 작품 만에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현로를 계속 쓰기에는 어렵다는 촉이 왔다. 십대 시절 백일장 키드이자 판타지/무협/호러 소설만 파며 무럭무럭 30대가 된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은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판으로 선회하게 된다.
이 로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는 솔직히 아직도 로판이라는 장르가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이야기 하기로 하고.
어쨌든 로판이라고 하면 '조아라에서 무연(무료 연재)하기'가 우선이었다. 첫 로판이었기에 이런저런 팁을 들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예를 들면 10화 안에서 대강 기승전결이 나와야 한다는 것. 난 지금도 이걸 잘 못 한다) 그래서 우선 내 방식대로 써 봤다. 재밌었다. '내 글'을 쓰는 게 이렇게 재밌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감격적일 정도로 재밌었다. 그리고 또 이 첫 작품에 계약 컨택이 왔다. 나는 소위 말하는 '지망생' 시절 없이 바로 데뷔를 한 케이스인데, 이때는 코로나 특수라는 것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한다.
그리하여 생애 처음 쓰기 시작한 로판……. 재미는 있었으나 내 재미만을 위해 쓸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 즈음 웹소설이 무엇인지, 그중에서도 로판이 무엇인지 몇 가지 찍먹을 해 보기 시작했는데 그 어떤 것도 내 맛이 아니었고 내가 낼 수도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흉내는 내 보려고 너무 진지한 사건은 잘라버리고, 로맨스적인 사건을 많이 넣으려고 하다 보니 뭔가 이도저도 아닌 한국식 일식 같은 게 되어버렸다. (그때는 몰랐음. 한 2년쯤 후에 둘이켜 보니 그랬다)
그리고 그 로판이 드디어 론칭. 이것도 운 좋은 케이스가 있었지만 넘어가도록 하고 신인 주제에 그 플랫폼 프로모션 중에서는 제일 좋은 프로모션으로 론칭을 했다. 댓글이 달리고 뷰수가 올라갔다. 물론 좋은 댓글만 있었던 건 아니다. 별테(별점 테러)도 엄청났다. 앞의 현로로 소소하게 '웹소 작가란 이런 것'이란 맛을 보았다면 이젠 웹소 작가의 솥에 빠진 셈이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내 글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악플을? 아니, 그 부분은 그렇게 쓴 게 아닌데? 잘못 이해했는데? 하차한다는 악플은 왜 다는 거지? 이렇게? 이렇게나?
솔직히 나는 내가 글을 못 쓴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만한 소리긴 하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글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상장을 탔고 취미는 일기장에 동화 쓰기(다만 어린이치고 꽤 우울한 동화였다. 난 뭐가 문제였을까),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이제 뭐랄까…… 학교 대회는 시시하고 시 대회 정도는 나가야 좀 긴장하고 글을 쓰는 그런 꼬맹이였달까ㅋㅋㅋㅋ 스무 살쯤에는 요절할 천재일 줄 알았지(feat. 체리필터) 중, 고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였고 그때는 정말 글을 많이 썼다. 그때 오히려 '나의 글'을 많이 썼다. 2차 창작도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이걸 파기 시작한 건 20대쯤이었으니……. 아니 뭐 하다 말이 샜지? 글 잘 쓴다는 말 취소해야 할 듯ㅋㅋㅋㅋ 암튼 난 내가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쓰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댓글들을 받으니 충격이었다. 멘탈이 와장창 무너지고 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그건 1년쯤 뒤에 시작된다) 그래도 충격 정도가 상당했다. 뷰수는 잘 나오고 수입도 깜짝 놀랄 만큼 나왔지만 그건 별개로.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을 바로 시작했다. 이번에도 곧장 컨택이 왔다. 또 차기작까지 같이 묶어서 계약하고 싶다는 내용의 컨택이었고 그때만 해도 난 계약 그 자체에 목숨을 걸었기에 오케이 했다. 두 번째 작품, 유행하는 요소를 집어 넣어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한국식 일식 아니면 한국식 양식이 되어서 성적을 말아먹었다. 세 번째 작품, 이건 정말 오래 전에 설정만 해 두었던 것을 다듬어 쓴 것이어서 나름대로 애착이 있었다. 프로모션은 잘 받았지만 성적은 또 별로였다. 이쯤 되어서야 나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사실을 희미하게 깨닫게 된다. (ㅋㅋㅋ)
첫 발을 쉽게 떼었고 또 첫 작치고 놀랄 만한 수입이 있었기에 나는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의 성적이 연달아 좋지 않다는 점에서 멘탈이 와장창 무너졌다. 다섯 번째 작품. 이번에는 투고를 돌려보았다. 나름 대형 출판사에서 선인세(!)라는 것을 제시하며 한 번 해 보자고 했다. 재밌게 쓰려고 노력해 보았다. 유행하는 요소도 넣어서 좀 더 보기 좋게, 좀 더 재밌게……. 그러나 결과는? 프로모션 자체도 그닥 썩……이었거니와 성적은 지금까지 중 가장 엉망진창으로 망했다. 이쯤에서 론칭이 가까워지면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져서 아무 것도 못 하는 증상이 생겼다.
여섯 번째. (내 마음대로 친정 출이라 부르는)출판사에서 차기작을 또 같이 하자는 제안을 주셨다. 진짜 이때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이번엔 단편으로 가 보기로 했다. 꾸금으로. 꾸금이라면 또 자신이 있었기에(2차 창작으로 인해) 계약을 했다. 앞부분 수정을 꽤 여러 번 거쳤지만 어쨌든 무사히 완결을 지었다. 이번에는 단행본 출간이었기에 론칭 스트레스가 좀 덜할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다지 좋은 프로모션도 받지 못 해서 론칭하자마자 심해로 꼬르륵 가라앉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 이쯤 되니 이제 '난 웹소설 작가가 되기에는 안 맞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작가가 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는지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곱 번째. 이번에도 친정 출판사에서 차기작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 주셨다. (이 출판사와는 여전히 같이 일을 하고 있다) 대체 왜 돈도 안 되는 나에게 자꾸 차기작을 같이 하자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때가 한 1년 반에서 2년 정도 되었을 때인데, 내 멘탈은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 있었다. 차기작 제안을 주신 건 감사했지만 또 론칭 스트레스와 그 다음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담당 피디님께 '이번 작품까지만 하고 웹소설은 그만 쓰려고 한다'는 말을 해 버린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쓸데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수정은 최소로 하고 쓰고 싶은 대로 써 보려 한다고. 마음이 하해와 같았던 담당 피디님은 단번에 좋아요! 라고 해 주셨고, 나는 '웹소설'이 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글을 쓰게 된다……. 그래도 그 동안 배운 건 있어가지고 첫 문장부터 '태초에 세계가 있었다' 뭐 이런 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재미있었다. 어차피 이거 쓰고 나면 난 그만 둘 거니까, 하고 생각하니 글이 술술술술 나왔다. 네댓 번째 작품부터는 어떻게든 완결까지 개연성을 유지하려고 모래밭에서 포크레인 미는 수준이었다면 이건 눈썰매 수준이었다. 쉬운 단어로 고치기? 몰라. 문단 나누기? 몰라. 사이다 넣어주기? 몰라. 아무 것도 내 알 바가 아니었고(출판사 측에는 죄송한 일이다……) 난 그냥 이걸 끝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털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구직이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론칭일이 되자 또 기절할 것 같았다. 프로모션은 잘 받았건만 시작부터 별점테러, 무료분까지 읽거나 아니면 1화에서 하차한다는 댓글, 재미없다는 악플……. 심지어 나와 같은 날 론칭한 다른 작품들은 추가 프로모션도 한둘씩은 다 받았는데 나는 받지 못 하고 뚝 떨어졌다. 하지만 난 그 글이 좋았다. 열과 성을 다해 쓴 글이라 좋았다. 그래서 악플과 별점 테러가 두 배, 세 배로 서러웠다. 엄청나게 오래 우울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결국 구직은 하지 않았다. 겨우 2년차였지만 그때 이미 구작이라는 것이 쌓여서ㅋㅋㅋ 다달이 최저 임금 월급 정도는 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좋아, 그러면 또 써 보자. 대신 이번에도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자. 난 그래야만 하나 보다.
그래서 여덟 번째 작품을 또 쓴다. 무료연재를 하면 '투도를 한다'고 해서 투데이 베스트에 오르도록 하는…… 뭐 그런 게 있다. 보통 이 투도가 잘 되면 출판사에서 컨택이 오는 식인데, 나는 아직 투도를 하기도 전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컨택이 왔다. 이걸? 가져가겠다고? 이걸 론칭해준다고? 천사인가? 하며 투도도 하기 전에 덜컥 계약을 했다. 그래도 투도는 한 번 해 보자 싶어 글을 올리고 나니…….
메일함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온갖 출판사에서 온갖 조건을 가지고 이 작품을 계약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계약해 버린 걸. (난 이 일로 아직도 신도시 체리파이에게 혼이 나고 있다) 어쨌든 하나하나 이미 계약되었다고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내고 여덟 번째 작품에 몰두한다. 재밌었다! 뭣보다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이었으니 당연히 재밌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플랫폼 심사에서 난관을 겪게 된다.
보통 로판을 론칭하는 플랫폼은 시리즈, 카카오, 리디북스 이렇게 세 곳인데 각 플랫폼마다 프로모션 심사를 넣어 보았으나 전부 다 똑같은 이유로 미끄러졌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ㅋㅋㅋ 그러다 한 곳에서 낮은 프로모션이라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 뭐 어차피 내가 쓰고 싶은 거 썼는데 어떠냐. 계약을 했으니 론칭을 해야지. 프로모션을 받기로 했다. 론칭 이전, 또 신경과민과 흥분 상태로 베개에 얼굴 처박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작품이 웹소설 작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아파트 한 채 살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대박이 난 것이다. 감히 꿈도 꾸지 않았던 뷰수가 나오고 수입이 생겼다. 와, 이건 뭐. 어이없을 정도로 잘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거야말로 심해에 가라앉아서 보는 사람만 보는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SNS 같은 곳에서도 더러 언급이 되고 작가 계정의 팔로워가 늘었다. 이것 역시 웹소설 작가가 된 후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한 채 연재를 하고 있던 차, 한 출판사에서 작컨(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컨택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본다. 와, 작컨? 이런 게 나한테도 온다고? 신기했다. 한창 여덟 번째 작품을 쓰고 있는 중이었지만 뭐 두 작품 병행 정도야 일도 아니지 하며 계약을 했다. 아홉 번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작컨이 또 왔다. 이번엔 조건이 더 좋았다. 와, 이걸 놓칠 수 있나? 계약을 했다. 저 여덟 번째 작품은 예상 외로 대박이 나서 중간에 최고 프로모션으로 올라갔고, 뒤의 두 작품은 그보다 더 좋은 프로모션으로 들어갔다. 에라 모르겠다, 쓰고 싶은 거 쓰자. 단 로맨스 넣어가면서. 열심히 썼다. 기대했던 것만큼 성적이 좋지는 않았으나 '내 작품이라서 믿고 본다'는 독자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기 시작했고 소설도 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보여드리고자 했던 부분을 잘 봐 주신 분들도 많았다.
여덟 번째 작품이 완결. 아홉, 열 번째 작품을 한창 쓰고 있을 때 또 작컨이 왔다. 이번엔 심사는 프리패스인데 기간이 좀 촉박하다고. (난 이런 일이 종종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소위 펑크 메꾸기다……) 이 일은 지난 번에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론칭고를 거의 두 달 만에 내놔야 하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미 두 작품을 하고 있었지만…….
심사 프리패스? 이걸 놓치면 바보 아닌가? 계약을 했다. 그래서 열한 번째 작품이 시작된다. 숨도 안 쉬고 일을 해서 한 달 반 정도만에 론칭고를 뽑았다. 대망의 론칭, 재밌게 썼다 자부했건만 여주 성격 때문에 악플이 넘쳐났다. 앞선 아홉 번째 작품도 여주 성격 때문에 댓글창이 난리였다ㅋㅋㅋ 난 독자들이 좋아하는 여주상을 못 쓰나보다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는? 작컨이 계속 이어졌다. 손 빠른 작가라고 소문이 났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펑크 메꾸기용도 있었고(이건 무조건 이득인 것이, 심사를 안 봐도 최고 프로모션에 들어갈 수 있다) 그냥 차기작 같이 하자는 것도 있었다. 그때쯤 되니 조건 보고 적당히 거절도 할 줄 알게 됐다. 이때쯤이 3년차다. 계약서 내용 검토하고 거절하는 메일을 쓰는 나……! 엄청났다. 엄청난 성장이었다…….
그런 식으로 최고 프로모션 받아가며 종수를 계속 쌓아나가다가, 2024년에 작컨을 정말 어마어마하게 받게 되었다. 하고 싶은 출판사를 추렸는데 세 군데였다. 세 작품 동시 집필 한 번 해 봤으니 또 할 수 있지~! 계약을 했다. 심사고를 쓰기 시작한다. 고치고 고치고 고친다. 고치다가 지친다. 어찌저찌 심사고가 만들어지고 나니 이제 통과할지 통과 못 할지가 관건이다. 한 플랫폼만 주력으로 출간하다가 다른 플랫폼도 좀 도전해보자 싶어서 이것저것 바꿔 보았는데 먹힐지 안 먹힐지 모르겠어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이때 정말 좋은 일이 있었다. 내가 '이것만 쓰고 웹소설 그만 둬야지'했던 작품이 웹툰화 되었다. 아니, 나도 웹툰 가진 웹소 작가가 되었다고? 해외 수출도 하는 웹소 작가가 됐다고?
외전을 쓰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이 작품이 새로이 빛을 본다는 게 기뻤다.
어쨌든 다시 심사고로 돌아가서. 한 달~한 달 반 사이에 결과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최고 프로모션도 있고 한 단계 낮은 프로모션도 있지만 어쨌든 다 통과는 했다. 열심히 쓴다. 열여섯 번째, 열일곱 번째, 열여덟 번째 작품을 동시에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사이 작컨이 또 왔다. 이번에도 심사는 프리패스로, 단 석 달의 시간이 주어진 (아마도) 펑크 메꾸기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건 정말 무리다 싶었는데 또 하다 보니 아니? 무리 아닌데? 싶고 내가 한 번도 도전 안 해본 플랫폼의 최고 플모라 오케이 고. 했다. 그 와중 열여섯 번째 작품은 이미 론칭을 했고 성적은 뭐 그냥저냥이다만 지금도 재밌게 쓰고 있다. 거의 완결이 다 되어 간다.
론칭 순서로 열일곱 번째 작품의 오픈이 멀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기대와 신경과민의 틈바구니에 끼어 어쩔 줄 모르고 있다. 통 사이에 낀 햄져처럼……. 오픈 반응이 어떨까, 내가 제일 뒤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초조감,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 그러면서도 제발 잘 되어달라고 빌게 되는 어떤 마음. 이건 몇 년이 지나도 떨쳐버리기 힘들 것 같다. 아파트 한 채 살 만큼의 초대박 작품을 하나 내지 않고서는.
그래도 이렇게 돌이켜 써 놓고 보니 나는 잘 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탄탄대로를 잘 걸어왔구나 싶은. 올해 론칭한 작품이 1건, 론칭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벌써 3건, 심사 중인 작품이 1건, 논의 중인 작품이 2건, 차기작 계약만 해 둔 것이 2건인데 인데 이걸 다 완결내고 나면 나는 거의 종수를…… 서른 편쯤 쌓게 된다. 멘탈이 불안정했을 때는 종수가 많은 것도 괴로웠다. 돈도 안 벌리고 성적도 낮은데 작품만 많은 것이, 왠지 허접한 것들을 좌판에 늘어놓고 웅크려 있는 것 같아서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뭐…… 별 생각 없다. 내가 부지런히 썼구나 하는 자랑이기도 하고, 또 어느 작품이 어느 타이밍에 웹툰이나 뭐 그런 걸로 나와서 다시 빛을 볼지 모르는 일이니까.
작가 5년차. 잘 살고 있습니다. 3년차까지는 겸업이어서(결국 구직을 한 번 했었다) 힘들었지만 이젠 수업도 많이 줄였고, 거의 전업이라 해도 되나? 싶은 수준. 앉아서 글만 쓰는 게 소원이었던 고등학생 시절, 절망 밖에 할 게 없었던 20대 시절의 나에게 얘기를 해 주고 싶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썩 잘 산다고.
(덧) 이 자리를 빌어 내가 웹소설 작가로 자리 잡아가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던 신도시 체리파이와 서울 고저스 로미오, 경상도 크렘당쥬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고마워 내친구들아.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