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구독자가 누군지 정말 너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으나 칭찬 고마워를 잡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점점 칭찬 고마워가 내 브런치에 들어올 시간이 되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칭찬 고마워를 기다렸다.
내 글은 대부분 어릴 때 겪은 신기한 경험들을 쓴 글들이었다. 동네 풀밭에서 갓 태어난 핑크색 새끼 생쥐를 보고 외계인이 놓고 간 아기 외계인이라며 경찰에 신고한 에피소드,
참외밭에서 참외 한 개 따먹었다가 주인이 집까지 쫓아온 이야기처럼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가끔 은행에서 일어나는 진상 손님들에 대한 사연을 쓴 적은 있었고 다음 메인에 뜨긴 했지만
내 글은 평범했다.
칭찬 고마워가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으나 한 번도 댓글을 달지 않아서 호기심만 날로 커져갔다.
그러던 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짧은 소설 하나를 써서 올렸다. '황학동 중고시장'
그런데 칭찬 고마워가 드디어 댓글을 남겼다.
칭찬 고마워 : 황학동 보리새우 칼국수 맛있어요^^
예상 밖의 댓글 알람. 나는 그렇지만 아쉽게도 근무시간에 알람이 와서 답글을 제깍 달지 못했다. 두 시간 만에 확인하고 나는 답글로
인저리타임 : 저기요
했다. 하지만 칭찬 고마워는 보지 못했는지 아무 말이 없다. 밤새 핸드폰을 옆에 두고 칭찬 고마워가 답을 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또 몇 시간 만에 답이 왔다.
칭찬 고마워 : 무슨 일이시죠?
인저리타임 : 아, 네. 늘 제 글을 읽어주시길래 감사하는 말씀 전하고 싶었어요.
칭찬 고마워 : 글이 재미있어서요.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도 생각나지 않고 더군다나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이기에 그냥 궁금한 것들을 묻어둔 채 감사하다는 말로 대화는 끊어졌다.
왜 칭찬 고마워가 남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몇 글자 안 되는 문장에서 남자다운 면모를 봤다고 해야 하나, 나는 그 후로 칭찬 고마워의 라이킷이 설레기 시작했다.
글이 재미있어서요.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나는 이 화면을 캡처해서 카톡 프사에 올릴 정도로 칭찬 고마워를 그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칭찬 고마워가 내 오래된 글들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읽고 난 후의 간단한 메모였는데 그 메모를 읽으면서는 칭찬 고마워가 남자라는 것, 미혼이라는 것, 같은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저도 퇴근하고 혼자 집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나,
예비군 훈련으로 오늘 좀 한가해서 들어와 읽고 갑니다. 또는
저도 출근할 때 테헤란로에서 차 버리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싶어져요. 이런 거.
한 달여 만에 우리는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서로 얼굴을 알지 못하고 더군다나 공개된 댓글로만 연락이 가능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먼저 발행한 첫 글에 그가 개인적인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막 사내 연애를 하듯 우리는 몰래몰래 그렇게 내 브런치 첫 글에서 만났다.
칭찬 고마워 : 이제 겨울인가 봅니다. 오늘은 장갑을 찾았어요. 작년에 산 장갑이 어디 갔는지 안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새로 사야 할 것 같습니다. 타임님도 오늘은 장갑 챙겨가세요. 날이 추워요.
나는 곧장 답을 했다.
인저리타임 : 겨울이네요. 고마워 님도 따뜻하게 보내세요. 오늘은 눈이 올 듯 ㅠㅠ
나는 약간 외롭다는 뉘앙스로 우는 표시 두 개를 같이 보냈다.
칭찬 고마워 : ㅋㅋ 왜 울어요? 눈이 오면 맞으면 되고, 추우면 서로 안아주면 되지요.
아, 이런 멘트를 날리는 남자라니.
인저리타임 : 앗, 그러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마지막 댓글 후 아무 말이 없자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와 나눈 댓글들을 삭제했다.
-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