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여러 생각들
울산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내 뒤의 차가 나를 추월한 적이 있다. 워낙 고급 외제차라 기억에 선명하다. 기분이 나빴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가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 차는 내 뒤에 있었다. 근데 그걸 알아챔과 동시에 그 차는 논산으로 바로 빠지는 게 아닌가.
나와 애초에 다른 길이었던 것이다. 근데 나보다 더 앞서가던 그 외제차를 견제하고, 경쟁의 대상으로 삼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냥 내 길 ‘울산’만 갔으면 됐던 걸.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우리는 전에 달렸던 그 길을 속도가 늦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풍경이 있다 해서 달리기 도중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가 뛰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걸 생각은 하면서도 그냥 내 앞에 놓인길에만 집중하고 앞을 향해 달려 나갈 뿐이다.
연애도 떠올려보자. 내가 인연이 끝날 때마다 늘 하는 생각이 있다. 그냥 버스 같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다른 행선지를 가진 인생의 길을 걷는데, 중간에 잠시 길이 겹치는 사람을 만나 같이 길을 가다가, 다시 각자의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헤어진 거뿐이라고.
어떤 이는 나보다 목적지가 짧고, 어떤 이는 나보다 종착지가 가깝지 않아서 그렇게 헤어지는 것뿐이라고.
누가 어떤 길을 가든, 나보다 목적지가 짧든 길든, 지난길이 잘못됐든, 나를 자책할 필요도 추억으로 미화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냥 지금 내 앞에 주어진 길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럼 조금 더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