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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ug 02. 2024

돈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이야기

우리는 언제 결혼하고 자리 잡을 수 있나

서울 사는 내 친구 얘길 해볼까 한다. 지방이 아니고 서울이다. 내 친구는 연봉이 8천5백만 원이다. 대기업 4년 차다. 성과급 제외 월에 실수령으로 한 420만 원 정도 들어온다. 그의 여자친구는 공기업에 다니며 정년이 보장된다. 급여는 오천만 원 정도, 월에 300 정도 들어온다. 그는 현재 강동구에서 오피스텔 월세 60만 원을 주고 회사에 다닌다. 근데 나한테 푸념을 털어놓는다. 도대체 결혼을 어떻게 했냐는 거다. 결혼이 가능하기는 하냐는 것이다. 적어도 둘이 살려면 서울에 방 2개짜리 전세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전세가 아무리 저렴해봤자 4억, 5억 하니까 결혼할 엄두가 안 난단다. 그렇다고 대기업 다니는데 또 무슨 원룸에서 시작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 친구 말고도 현재 미혼인 내 주위사람들은 결혼은 기대와 희망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다. 끝내야 하는 하나의 숙제처럼 여겨진다. 시간이 갈수록 주위의 압박이 목을 조여 온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중요하다. 취업, 연애, 결혼 등 청년의 20대, 30대 생애주기에서 보통 중요하다고 하는 이벤트는 모두 돈과 연관되어 있다. 자기소개서에 구구절절 지원동기를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봤자 그건 사실 명목상 껍데기일 뿐이고, 개소리다. 그냥 글 좀 잘 쓰는 사람들이 조금 더 돋보이는 전형이랄까.

예를 들어, 정유산업이라고 한다면 어릴 적부터 축구나 게임만 했던 사람이 갑자기 정유산업에 깊은 관심이 생겨서 그 회사만 바라보면서 인생을 살아왔다? 그냥 소설이다. ‘자소설닷컴’이라는 취준생 앱이 존재하듯, 이건 그냥 100% 픽션일 뿐. 더 웃긴 건 인사담당자도 이게 거짓이라고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스펙보고 필터링 후 면접에서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검증한다. 결국 정답은 그냥 ‘돈 벌려고’ 지원하는 거다.

연애는 또 어떤가. 요즘 대학생들이 밖에 나가 아무리 아끼고 아껴 데이트를 한다고 쳐도 10만 원이다. 영화 3만 원에, 카페 2만 5천 원, 밥 5만 원. 성인이 되어 데이트를 한다고 하면? 더 들겠지. 요즘은 소개팅 딱 한번 해도 남자의 경우 최소 7~8만 원은 쓴다. 그래도 소개팅 받았는데 여자한테 얻어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개팅 할 때 남자는 사진을 보고 이 사진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SNS로 뒷조사를 하며 신중히 한다. 연애는 더하다. 요즘은 결혼 프러포즈 할 때도 500만 원~600만 원이 든단다. 빈손으로 고백은 못하겠고, 가방하나는 사줘야 하니까.

결혼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집값을 빼고서라도 24년 기준 식대만 9만 원 10만 원이다. 결혼 웨딩값은 나날이 오르고, 오죽하면 결혼 빨리하는 게 재테크라는 말이 돌 정도다. 인플레이션으로 결혼을 늦게 하면 할수록 결혼에 투자할 비용 모두 같이 오른다.


자, 근데 그렇다고 결혼을 안정적인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미룰 건가? 조금 더 내가 갖추어지면,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 결혼하겠다고 한 내 친구에게 나는 일침을 했다. 그러다 40대 된다고. 40대가 된들 그럼 그때 돼서 만족하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하자. 여자는 나이 안 드나? 어떤 여자가 그때까지 기다려줄까. 심지어 그때 본인은 30대 후반 여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 더 어린 여자를 찾고, 그 여자는 ‘당연히’ 돈이 많다한들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미스매치의 반복이다.

본인이 바라는 안정적인 삶은 절대 가까운 미래에 오지 않으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있다면 결혼을 해야 한다. 단, 경제관념이 철저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지금 가난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돈은 스노우볼처럼 커져 복리효과를 누린다.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한들 10년 20년 뒤에는 차도 있고 서울에 집 한 채 마련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 가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 거 같나. 이런 개인의 욕심을 차치하고서라도, 진리는 결혼을 빨리 하는 것이 결혼을 미루는 것보다 돈을 훨씬 빨리 모은다. 혼자 있으면 월세내고, 놀러 다니고 의미 없게 지출하는 돈을 결혼하면 악착같이 한 계좌로 모으고 공동의 목표가 생겨 소비습관을 고치게 된다. 어쨌거나 돈 모으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거다.


결국은 배부른 소리 하는 거다. 대기업을 다닌다면 대출도 잘 나올 것이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80%가 중소기업에 다니며 이건사실 갈등을 조장하는 사례밖에 되지 않을 터.

좋은 것만 보면서 내 눈높이는 상향평준화되고, 더 자극적인 것만이 우리 도파민을 건드는 세상이다. 이는 청년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내 자녀 유모차가 타인보다 더 비싸야 하고, 자녀에게도 명품을 입혀야 하고,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하고, 한국사람들은 참 피곤하게산다. 그게 본인이 그려놓은 암묵적인 신분제에서 최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라 여긴다. 단지 보여지는 허상뿐인, 바람 한번 불면 금세 무너질 그 허세를 위해 본인 목숨을 바친다.

당근에 <골프채>라고 한 번만 쳐봐라. 3분 단위로 새 골프채들이 올라온다. “그냥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번해보지 뭐, 뒤처지면 안되니까“ 라고 생각한 착각에서 불러온 폐해다. 난 말한다.

“넌 대단한 게 아니야”

자기 객관화부터 해야 한다고. 그 친구를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얘기다. 친구에게 부족한 건 돈이 아니라 위기를 헤쳐나갈 용기와 진심 어린 사랑이 아니었을까.


돈과 조건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긴 하나, 우선은 본인 수준을 알아야 한다. 강남아파트에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고, 서울아파트에 꼭 들어가고 싶고. 부를 만드는 것도 결국 다 순서가 있다.

내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는 부모슬하에서 처음부터 부모 모습만 보고 시작하려는 청년들의 편협한 사고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예시가 아닐까. 보통 4인가족 기준 34평 자가로 살면서 자녀 둘을 키우는 부모의 경제력은 사실 자산도 한 푼도 없던 시절부터 한 푼 두 푼 모아 올라간 것일 텐데 말이다.

늘 사람은 결과로만 생각하고 평가한다. 지금 파리올림픽을 봐도 금메달만 기억하고, 은메달, 동메달은 잠시 반짝했다가 묻히기 마련. 노력의 정도, 험난했던 지난 과정들은 결괏값에 의해서만 기억된다. 왜냐면 그 결괏값이 우리 청년들에게 더 가깝고 밀접한 현실이라그렇다.

반대로는 아직 안정적인 직장을 잡지 못해 결혼은커녕생계를 걱정하는 또 다른 청년들이 있다. 오히려 이런 고민자체를 기만이라고 비난한다. 고민과 걱정들도 양극화되는 현실 속에서 각자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태어났는데 우리 집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였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근데 99.9%는 아니다. 대통령 자녀라도 되십니까? 아니면 아버지가 국회의원이신가요? 대기업 중견기업 재벌 딸내미이신가요? 보통 서민 기준에서도 경제적 능력이나 주어진 환경, 재능 모든 게 다르다지만 일단 서민 수준으로 거시적으로 접근했을 때그 현대아파트 사는 사람 어떻게 따라잡을래? 근로소득으로? 30년 더 걸린다. 아니, 말을 말자. 그냥 불가능하다.


그럼 어떡할까. 지금 가진 것에 배팅하는 거다. 지폐를 자산으로 만들고 빨리 결혼하고 이 사회 집단에 편승하는 게 실제로 돈을 가장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어차피 백날 재봤자 본인이 바라는 상대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눈은 더 높아지거든.

아, 혹시 이런 사람은 있을 수 있겠다. 순자산이 몇십억되는 누군가 결혼은 싫고 어린 여자 만나서 연애만 하겠다. 흠. 차마 욕은 하지 않겠다. 사랑과 본인의 욕망을 돈으로 사는 인생. 불쌍하고 처량하다. 결론은 안 봐도 뻔하다. 뭐 사실 순자산이 몇십억되는 표본집단 자체가 극소수이긴 하다만.


이 자본주의 게임에서 하루빨리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내 수준을 알고 그 수준에서 해야 할 것을 가능한 시일 내에 아주 빨리 하는 것. 그뿐이다. 그게 부자 방끝이라도 따라가는 방법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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