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Aug 13. 2024

노력한다고 성공하지 않는 이유

성장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이 바뀌었고, 어떤 부분이 성장한 걸까.

어떤 이들은 회사 내에서 본인이 더 성장하기 위한 직무로 이동하거나 이직을 한다. 자영업자는 장사가 안되면 다른 일에 도전해본다. 세계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 올랐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새해가 되면 국가든, 회사든, 개인이든 늘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목표는 성장이다. 왜 우리는 노력하면 성장한다 믿고, 성장이 곧 성공이라 믿고, 왜 이 성공만이 실행의 원동력이 되는 걸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무언가 하지 않으면 시드는 존재다. 무언가를 꾸준히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잘하게 되고, 성취를 느끼며 이는 곧 살아갈 이유가 된다.

즉,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성장이 결국은 나를 금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명목상 ‘행복하게’ 이끌기에 우리는 성장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 내 경제성장을 한 우리나라를 보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지난 50년간 눈부신 성장으로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다.자, 그럼 아주 높은 확률로 한국에 사는 사람이 북한에 있는 사람보다, 아프리카 콩고에 있는 사람보다 (확률적으로) 행복할 확률이 높다. 앞선 예시처럼, 회사에서승진을 하거나 전문직을 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해서 원하는 자리까지 갔다 해보자.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 여유, 자신감, 그 외에 따라오는 모든 혜택을 보더라도 그 목표를 이루기 전보다 그 사람은 확률상 더 행복할 확률이 높다. 즉, 성장은 결국 행복하기 위한 부분집합일 뿐이다.


근데 한 가지 간과하는 건, 사람들은 이 성장을 위해 오히려 행복을 갉아먹는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고 성장은 행복의 일부라고 말한 바 있다. 연애, 결혼, 출산, 부모에 대한 사랑, 성장, 취미생활, 여행 등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중요한 이 모든 결정도 사실 행복의 일부분일 뿐이다. 근데 성장하기 위해 본인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하루종일 거기에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과연 하는 게 맞는 걸까 안하는게 맞는 걸까. 당연히 안 하는 게 맞다. 그 성장은 사실 본인만 성장이라고 착각할 뿐, 성장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본인이 전혀 관심도 없는 분야고 계획에 없던 일인데 본인에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준다고 가정해 보자. 행복하겠나? 아무리 돈을 많이준다고 해도, 정년보장을 시켜준다고 해도 대부분은 절대 죽어도 하기 싫을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자기 객관화가 이토록 중요해진 이유도 어쩌면 본인이 무엇을좋아하고 행복해하는지를 알아야 그것과 연관된 성장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늘 내 하루아침 눈을 뜨는 이유가 되어야 하고, 행동을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내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은 회계사인데, 4년을 낙방해서 힘겹게 붙었다.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고 한다. 남들에 비해 4년이란 시간을 버린 것에 대한 모든 보상을 얻은 것 같다고. 공부를 제외하고 본인이 부족하다했던 자존감, 외모, 집안, 키, 옷차림, 학벌, 감수성, 예술적 재능, 공감능력, 건강, 대인관계 등 이 모든 걸 상쇄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제 출발점에서 당당히 0부터 다른 사람들과 결승점을 향해 공평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마이너스가 아닌 0부터 공평하게. 이 모든 생각은 회계사 CPA 2차 시험 합격 이후 본인 마음 안에서 결정된 일이다. 본인만의 세상에서 본인만 혼자 그렇게 바깥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근데 문제는 다음 해에 벌어졌다. 그토록 원하던 일이었는데 회계법인에 들어가니 매일 같이 야근을 했다. 야근하는 것에 비하면 급여도시급으로 따지면 많이 받는 것도 아니란다. 갑자기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토록 바라던 회계사였는데, 그때랑은 정반대의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형은 이때 본인이 성장했다고 할 수 있었을까? 회계사 2차 시험을 합격했을 땐 모두 그게 성장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본인 포함 모두가 본인이 그토록 바랬던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지금은 그게 성장이 아니고 본인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됐다. 성장의 탈을 쓴 불행을 향한 지름길이었다는 걸.

현재 형은 회계법인을 그만두고 카페에서 커피를 배운다. 커피를 좋아해서 나중에 카페를 차려보고 싶단다. 나중에 망하면 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니, 이건 뭐 유효기간도 없고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근데 본인은 너무나 행복해한다. 결국은 core는 ‘행복안의 성장’이었다.


자, 여기서 느낀 게 뭐가 있나. 결국 성장은 어떻게 해서 오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이 형처럼 성장은 ‘나 스스로가 극한의 고통이 왔을 때’ 온다. 그리고 그 뼈저리게 아팠던 고통을 마침내 이겨내고 스스로 새로운 답을 찾아 나아갈 때. 그것이 결국 본인에 있어 가장 값진 성장이다. 이 형도 본인이 커피를 좋아하는 걸 깨닫고 회계법인을 자신 있게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갈 때, 지난 모든 과거가 본인에게 성장의 영양분이 되어줬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 일을, 이 사람들과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의구심이 들었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부모와 싸우고 건강도 안 좋고 모든 것이 삐딱선이었을 때, 미국에서 돈도 없고 당장 오늘 잘 곳도 없어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졌던 그 벤치 앞에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험난한 고통도 지금돌아보니 어떻게든 지나갔고 그 당시의 생각과 경험들이 그때보단 좀 더 나은 현재를 만들어줬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결국 성장이었던 것이다. 극한의 고통이 결국 성장을 가져다준다. 그 고통이 더 심하면 더 심할수록 그 후에 얻는 깨달음의 깊이는 훨씬 깊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그 고통을 감내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아픔을 이겨내는 그 과정에서 우리 각자는 한층 레벨업이 되는 것이다.


자, 우리는 이제 진정으로 느껴야 한다. 고작 이 우주에서 먼지처럼 작은 내가 겪기에 너무나도 큰 고통이 만약 온다면, 그건 결국 성장의 시작이라는 걸.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린 어떻게든 이겨낼거고 미래의 내가 그때를 회상하며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게 결국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이다. 만약 그 시련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땠을까. 지금 이 성장한 내 모습을 영영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되든 상황은 늘 벌어지기 마련이고, 우리는 순간순간 겪은 선택의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갈 뿐이다. 심지어 반대로 꼭 성장만이 해결책도 아니다.

무언가 고도로 몰입할 때 삶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지만, 동시에 내려놓고 이 순간을 받아들일 때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 이 숱한 좌절을 겪은 그때의 내 모습도 생각해 보니 자조 섞인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더 성장했다는 증거다. 오늘도 좌절했다면, 오늘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힘들었다면, 이 한숨의 힘을 빌려 다시 일어나보자.


이전 03화 자기 합리화 VS 자기 객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