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공기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 수많은 기업의 최종면접을 치른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인턴프로그램 면접관으로 참여하며 몰랐던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됐다. 면접자의 숨겨진 진짜 의도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질문보다는 원론적이고 틀에 박힌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색다른 질문에는 ‘이 일이나 활동이 본인의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가 꼭 들어가야 한다. 면접관이 면접에서 질문하는 의도는 본래 면접자가 숨기고 있는 것을 밝혀내는 의도도 있지만, 순간 긴장해서 보여주지 못한 본인의 역량을 끌어올려주려는 역할도 있다. 이처럼 명확한 ‘목적’이 존재하는 자리이기에 면접관의 질문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
바로 ‘what’과 ‘why’를 물어보면 된다. 1차 실무진 면접은 실무의 내용이 주를 이루므로 해당이 안 될 수 있으나 본인의 철학과 인생관이 포함되는 경영진면접의 경우에는 대개 이 ‘Why'와 ‘what'에 대한 이유만 밝혀도 타 지원자보다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왜 이 직무에 지원하는가’, ‘그 경험은 왜 한 건가’, ‘그 경험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그 경험으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런 식이다. 이 질문들만 해도 온전히 답변을 외워온 사람과 진정성 있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면접자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같은 면접자로서 옆에서 이를 듣는 것과 면접관으로써 듣는 건 천지차이다. 다 보인다. 면접관이 이런 정보도 없이 면접장에 들어간다면 면접자의 중요한 특성을 캐치할 수 없으니 즉, 면접관의 질문 역량도 면접자의 잠재력을 꺼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곧 면접을 앞두고 있는 취준생, 면접장에 참가하는 면접관한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면접장을 떠나 현대인에게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역량이 바로 이 ’질문하는 능력‘이라 하겠다. 우린 이렇게나 많은 정보 속에 서로 간의 점수를 매기고, 평판을 매기며 살아간다. 점심메뉴를 하나 주문해도 ‘배달의 민족’으로 중국집 리뷰를 서로 비교해 가면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곳에 주문한다. 이런 사소한 점심 한 끼부터, 승진을 앞둔 누군가에겐 동료직원이나 상사의 평판이 결정적인 요인을 끼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주택 구입을 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물건을 살 때, 헬스장을 등록할 때 등 삶의 모든 부분에 이런 ‘정보의 비교’가 이미 일상화됐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에는 진짜 그 식당의 맛보다는 기존고객의 리뷰나 점수, 채용을 할 때에는 그 면접자의 능력보다 해당산업에서의 본인의 평판같은 것들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 여기서 어떤 정보가 진짜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밝히고 알아내는 능력이 앞으로 인생의 많은 것들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정보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는 생각하는 힘, 문제해결력을 놓쳐버린다. 그냥 수동적으로 따르는 존재밖에 안 된다. 그리고 피해는 온전히 본인이 진다. 얼마나 억울한가. 리뷰를 보고 맛있다고 해서 시켰는데 짜장면 맛이 최악이었다. 평판을 듣고 좋아서 기껏 채용했더니 일을 너무 못한다. 어쩔 건가?피해는 온전히 그 선택을 한 사람 몫이다.
‘핑거 프린세스’라는 말이 왜 생겼나? 본인이 찾아보려하지도 않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조롱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키보드 하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려 하지 않는 이 시대에 기존의 정보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은 자연스레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성장이나 누군가를 돕거나, 세상을 바꾸는 일은 결국 이 질문에서 모든 게 시작되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기 위해서 질문해야만 한다. 그래야 피해를 봐도 억울하지는 않지.
Chat GPT를 써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조금만 다르게 질문해도,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AI혁명에 대해 설명해줘’와 ‘AI혁명이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까?’ 이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하자. 이 질문의 유형을 조금만 틀어도 완전히 다른 정보를 우린 얻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질문을 잘해야 그만큼 양질의 답을 얻는 시대다. Ai혁명처럼 시대가 바뀐다는 것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3D업종에는 이젠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할 것이며, 인간의 편의를 봐주는 로봇이나 기계의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기계의 기술발전은 결국 인간을 더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면 우리가 원론적이고 포괄적인 질문을 하기보다, 더 명확하고 미시적인 질문을 할수록 이 로봇을, 이 시대를 더 잘 활용하는 셈이 된다.
그걸 가장 잘 활용하는 질문법을 ‘Chain of thought’라고 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스무고개처럼 단계별로 차근차근 원하는 답을로봇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이다.
가령, 수영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해보자. 단순히 ’수영하는 법 알려줘‘라고 했을 때 로봇은 아주 당연하고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근데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 제일 먼저 물에 뜨는 효과적인 법은 뭐가 있을까?‘ 를 묻고, 거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오면, ’다음은 자유형을 배우고 싶은데 숨 쉬는 법을 모르겠어, 나는 최종목표가 접배평자(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각각연속으로 하는 것)를 500m 가는 거야”라고 서로 대화하는 형식의 질문을 해서 더 명확한 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때 얻은 정보의 질은 앞선 질문보다 훨씬 높고, 실생활에 효율적이다.
질문? 그냥 모르는 거 있으면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근데 어떤 주제든 난이도 높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현안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의 양, 배경지식, 경험 이 모든 것들이 골고루 갖추어져야만 가능해진다. 질문 하나로도 그 사람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모전이나, 창업경진대회 PPT발표, 국제대회, 세미나에서의 발표시간에 심사위원이 질의응답 시간에 질의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의 모두가 해당분야전문가이며 질문의 수준 자체가 다르다. PPT를 한번 읽고 들어간 사람이랑, 그냥 발표와 함께 보는 사람도 이해도가 다르니 ‘질문’은 그 사람의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상식을 운운해도 반감을 사는 현대사회에 우리는 계속 양질의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본인 스스로가 더 성장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질문을 두려워한다. 내가 있었던 미국이나 멕시코에서는 수업하나를 해도, 어떤 모임에 가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궁금한 거 그냥 다 물어본다. 그게 본인의 권리라고 생각해서다. 근데 우리는 어떤가? 발표 자료를 만들어도 Q&A 만들면 뭐 해? 아무도 질문을 안 하는데. 누가 궁금해서 손 한번 들었다 하면 거기에 있는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그 질문자한테 쏠린다. 모두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무엇이 본인을 성장하게 하는지 생각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질문하는 능력’의 또 다른 수혜는 바로 상대에게 관심도를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애든, 친구든, 직장상사든 모든 대화에 있어서는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개팅을 한다고 해보자. 요즘은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소개팅을 참 많이 하는데, 대개 실패하는 이유를 들어봤을 때 ‘본인 어필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유독 많더라. 이 정도 어필했으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상대가 그걸 알아주길 바랄지 모르나, 상대방은 ‘허세 가득한 사람, 남 얘기 안 듣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그 만남은 어그러진다. 자, 그럼 관계에서 호감을 사는 건 결국 경청인데 그 경청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 바로 질문이다. 내가 질문을 일단 해야 잘 들을 거 아니야. 상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는지를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시작이 바로 질문이다. ‘차별화된 질문을 하는 능력‘은 앞으로 본인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자리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어떤 것에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는지, 고차원적인 질문을 위해 어떤 걸 계발해야 하는지, 앞으로 이 능력이 왜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