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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Dec 04. 2024

저는 사실 운이 좋았어요!

그래도 늘 잘 풀리는 사람들

내 인생에 비상계엄이라는 소리를 직접 듣게 줄은 생각도 못했다. 본래 비상계엄령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국가안보를 위협하거나 내부 질서가 붕괴될 때 대통령권한으로 발동을 명령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재난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언론통제와 더불어 군인들이 모든 지휘체계를 맡는다. 그리고 그들이 국민을 통제한다. 정확히 40년 전으로 회기 하는 것이다.

그럼 한국이 지금 40년 전으로 퇴보한다는 거냐. 6시간 만에 해제됐으니 그렇진 않다. 그리고 목적 자체가 다르다. 이번 비상계엄령의 목적자체는 야당대표의 방탄과 국정마비가 원인이었다. 예산삭감이나 탄핵안 등한 마디로 민주당은 현 정권에 대한 온당한 견제가 아니라, 대선불복과 가깝게 국정의 발목을 잡아와 정부를 마비시켰다는 게 그 사안이다.

정치에 대해 이 이상으로 그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 계엄령은 잠깐 몇 시간 만에 끝난 데다 정치는 내 주변을 어지럽히고, 불특정 다수에게 편 가르기와 싸움을 붙이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과 같으니까. 인생에서 제일 의미 없는 것이 정치에 과몰입하는 것이라 여긴다.


다만 비상 계엄령을 떠나 현재의 ‘한국’의 상황을 규정하자면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점은 늘 인정해야만 해결책이 나온다. 눈 가리고 아웅 식 회피는 그 어떤 위기극복도, 대안도 없다. 지금 당면한 이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 혼란스럽고 긴박한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설령 계엄령이 지금 이 순간까지 유지됐다 하더라도 비상계엄령에 대한 국민의 대응요령은 말하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온다. 여론조작이나 시위,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이런 것만 안 하면 사실 국민에게 큰 피해는 없다. 아, 환율이 무섭게 올라달러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국내주식에 몰빵한 이들에겐 경제적 타격은 어느 정도 있겠다. 나는 그런 얘기보다 현실적으로 각자의 인생에 어떤 태도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국제통화기금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낮췄다. 자영업자는 폐업 100만 시대에 돌입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임대’라고 쓰인 문구가 자주 보인다. 직장에서는 직원을 자르고, 신규채용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삶 자체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어쨌거나 이 상황에서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이 잘 살아야 한다. 각자 마음속의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지 않으면 그냥 시간만 가는 꼴이 됐다. ‘원영적 사고’라던가, 바라는 대로 비즈니스가 실현된다는 ‘매니패스트’는 현시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젠 누구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목적으로 마인드셋이 바뀌어야 할 때다.

유례없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북한은 안보를 위협하고, 멀지 않은 나라에서 전쟁을 하고 있고, 개인의 꿈은 좌절되고,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서 우리의 필수적인 선택은 무언가는 어쨌든 계속해야 한다는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이젠 진짜 X 된다.

심지어 대기업들의 임원 인사와, 직장인들의 승진, 및 평가시즌이 다가오는 연말이라 한 해를 돌아보며 이런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지사다. 어떻게든 더 나아지고 싶고, 더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기에 우리는 이맘때쯤이면 매년 새로운 거창한 마음을 꿈꾼다.


자, 그런데 이런 현실 와중에도 좋은 평가를 받거나, 돈을 많이 벌었거나, 원하는 것을 달성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나온다. 취업이 아무리 매년 힘들다 힘들다 할지라도 좋은 곳에 취업을 하는 사람은 늘 존재하고, 거지 같은 직장상사를 만나도 늘 고과를 잘 받는 사람은 역시나 존재한다. 이 와중에 장사가 대박 나 웨이팅을 몇 시간씩 하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비즈니스 하듯 쥐락펴락하며 협상을 펼친다 하더라도 수혜를 보는 국가도 무조건 있다. 그들에게 성공경험의 노하우를 인터뷰하면 모두가 겸손하게 적을 만들기 싫어 이렇게 말한다.


그냥 뭐 운이 좋았어요.


자,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 문장 자체를 아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운은 사회적 환경과 구조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운이 좋다는 건 실제 본인이 그 운을 받아들일 만큼 준비된 사람이라는 뜻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적재적소에 그렇데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원하는 걸 얻은 것이다. 본인이 능력이 좋은데도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보자. 직장인을 예로 들어보겠다. 가령 나보다 더 연차가 높은 직원이 팀에 많은 경우는 본인이 승진이 어려운 그런 상황 혹은

애초에 채용 때부터 출발점이 달랐을 수도 있다. 애초에 승진, 평가, 업무분배등 모든 부분들이 본인의 열정과 능력이 합쳐졌기에 그런 ‘운’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카페를 창업했다고 하자. 근데 장사가 처음엔 안되더니 갑자기 너무 잘된다. 커피의 맛을 본인이 조금 바꿔본 것이다. 아니면 빵을 곁들여 판매해 본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고 커피 값을 내려서다. 성공의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어떤 커피집은 이 모든 걸 했는데 쫄딱 망할 수도 있다. 왜? 가장 중요한 장소가 거지 같아서.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창업을 했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자, 여기서 느낀 점은 뭔가. 결국 이 운이라는 건 그냥 내게 온다 한들, 모든 조건이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져야 그 운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이렇게 나아지고,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강렬한 세대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세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바로 ‘공정’이다. 나한테 빵을 한 개 주면 무조건 다른 사람도 빵을 한 개 줘야 한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느낄 때에는 그 분노를 법으로 해결하려 들고 본인의 권리를 최대한 사회에 내비친다.

이 Z세대들과 올해 함께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다. 프로젝트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본인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를 경험했다. 본인이 한 행동은 회피한 채 공정에만 과하게 집착한 내로남불, 안하무인적 태도다. 그냥 실제 음식 하나를 먹어도 공정함을 논하는 세대다.


각설하고 이들이 말하는 공정은 실제로 애초부터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현실 속에서 공정이란, 훨씬 더 다층적이고 복잡하며 수많은 실마리가 얽혀있다. 앞서말한 여러 조건들에 한해서.  공정하게 나도 빵 하나 달라고 기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보다 이 무한경쟁사회, 피 튀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을 돌아보고 어떻게  본인에게 온 기회를 발판 삼아 성장할 것인지에 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험이나 생각에서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A와 B를 그리고 C 이 모든 기회를 잡아 본인이 원하는 D의 결과를 만드려고 하지 말고, A를 시작함으로써 B를 자연스레 하게되고, B를 함으로써 또 자연스레 C를 이뤄가는 그런 연결고리 말이다. 이런 마인드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이유가 아주 하찮고 작은 경험 하나에도 내가 의미부여를 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매 순간 진심을 다 할 수밖에 없다. 알바를 해도 열심히 한다. 왜냐? 이 알바가 나한테 어떤 앞으로의 기회를 가져다 줄지 모르거든. 사실 알바는 능력보다는 성실함과 열정이 기반이 되는 일이다. 크게 똑똑하지 않아도, 머리를 쓰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 기반이 된다. 근데 거기서부터 게으름 피우고, 고용주를 피해 끼치는 행동을 한다면 그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B나 C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나, 노력을 성실함이라고 정의해 본다고 가정하자. 서울대 나온 사람은 아주 높은 확률로 알바 하나를 해도 다른 사람보다 월등한 성적을 낸다. 유튜브 조금만 쳐봐도 나온다. 서울대 나온 사람은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것만 문제였다면 사실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불확실성이 디폴트가 된 사회에서 우리는 무조건 ‘빨리’ 단기간의 큰 성장을 좇는다. 아니, 비상계엄령도 빨리 해버리고, 빨리 단타로 끝내버리는 나라다. 원래부터 빨리빨리의 문화로 유례없는 큰 경제적 성장을 이룬 나라의 국민이라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 하나 싶다가도 세대가 젊어질수록 이런 마인드는 더 짙어진다. 금방 쌓은 모래성은 조금만 지나도 무너진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무조건 빨리 돼야 한다는 그 조급함은 한 인간의 총체적인 여유를 잃게 하고,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가령, 본인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자. 요즘은 글만 잘 쓴다 해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저자가 얼마나 홍보를 할 수있냐, 얼마나 신선한 마케팅을 할 수 있냐 없냐도 책을 낼 수 있냐 없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연예인들 혹은 유명인들이 책을 많이 내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근데 아무리 그렇다한들 목적이 한참 전도됐다. 현대인은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기 위해 팔로워 모으는데 혈안이 된다. SNS를 시작해 며칠 만에 팔로워를 얼마나 모았냐에 서로 자축하고, 조급해하고, 먼저 유명인이 되어야 책을 쓸 수 있다는 굉장한 착각에 빠져 산다. 원래하고 싶었던 그 베스트셀러 작가의 본질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 아니었나? 이건 하나의 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몇 살 때 얼마를 무조건 모아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모아서 집을 빨리 사서, 안정적인 가계를 꾸려야 하고. 그냥 무조건 다 빨리다. 나 유튜브 시작해 볼까? 하는 사람이 얼른 인플루언서가 되야겠다, 갓 요리 배운 사람이 5년 안에 미슐렝 받아야겠다, 이제 갓 입사한 사람이 5년 안에 팀장 달아야곘다. 이거랑 무엇이 다른가?


진짜에겐 늘 진짜가 따라오는 법이다. 천천히 해도 아무 문제없다. 본인이 하는 일에 진정성만 있다면, 그 길의 방향이 올바르기만 하다면 본인이 가만히 있고 싶어도 알아서 여기저기서 연락 온다. 함께 하자고. 그래야 본인도 돈 벌어먹고살거든. 앞서 설명한 그 운과 기회가 온다는 거다. 이때 앞서 말한 연결고리를 계속 뻗쳐 나가면 된다. 공정한 기회를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회 하나를 남들보다 더 잘 활용하는 것이다. 돈,팔로워 이런 건 그냥 숫자놀이일 뿐.

이렇게 운이 좋았다는 말은 실제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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