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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오디션, 슈퍼스타 H 현차 생산직

생산직 직업의 허와 실

by 홍그리

현대차 생산직 채용 인기가 뜨겁다. 제목 그대로 전 국민 오디션에 가깝다.내 주변 고향 울산 친구 중 지원을 안한 친구가 없을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모두가 아는 대한민국 굴지의 자동차 회사다. 글로벌기업으로 미국, 멕시코, 여러 해외법인과 공장을 두고 있고 평생 망할 일 없는 회사다. 회사가 좋은 건 둘째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 관심을 받는 이유는 생산직 채용이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채용이라고 하니 얼마나 좋은 일자리인지 벌써부터 가늠이 간다. 그만큼 정년이 보장되고 만족스러우니 사람들이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번 채용에는 자격요건을 전면 폐지하여,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대략 지원인원은 2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채용인원은 고작 700명인데, 역대 취업시장에서 이런 쏠림현상은 보기 드문 기이한 현상이다.

나는 평생을 울산에서 자랐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 직업조사를 한 기억이 난다. 우리 반 인원은 45명 정도였는데 그중 아버지가 현대자동차 다니는 인원은 20명이 넘었다. 나머지 10명은 기아자동차였다. 나머지 15명 정도만 사업을 하시거나 다른 직장에 다니고 계셨다. 이마저도 심지어 현대자동차 1차, 2차 벤더나, 현대중공업 등 모두 앞에 현대가 들어갔다. 집의 크기나, 입는 옷, 교육 수준, 직업, 모든 삶의 수준이 비슷비슷했고 대한민국 중산층의 표본이었다. 중산층이 많기에 울산은 대한민국에서 소득 평균 1위 도시의 위엄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은 의사, 판검사와 같은 전문직, 그리고 대기업 사무직, 머리를 쓰는 직업이었다. 요즘은 심지어 유투버를 시켜준다고 하고 아이들을 유인한 뒤 범죄, 납치도 하는 세상이다. 그만큼 어린 친구들의 직업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 유투버는 번외로 보더라도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머리를 쓰고 명예로운 직업보다 무조건 편하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는다는 것이다. 명예보다는 돈인 세상이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 가서 보고서를 쓰고, 인간관계, 혹은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돈을 좀 덜 벌더라도 단순업무를 하는 것이 훨씬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것이 지금 현대차 생산직(기술직) 열풍이 부는 이유다.


주변에 실제 다니고 있는 현직자 친구가 있다. 초봉은 6천만 원이며(특근 포함 시), 신입 때 현대차를 구매하면 약 25%의 할인을 받을 수 있고, 8시간 중 실제 근무시간은 2~3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울산 사람들만 아는 사실인데 현대차 생산직은 울산 생산직 중에 별로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s-oil이나 sk, 석유화학 회사 등 더 편하고 대우가 좋은 생산직들이 많다.

울산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직장이 없다. 하지만 울산이 고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이한 점은 전국에서 현대자동차 생산직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만 명이 넘는 지원자들은 왜 현대차 생산직에 열광하는 걸까?

첫째, 급여 및 복리후생이다. 일반 대기업사무직보다 급여가 많다고 보긴 힘들어도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 사무직의 경우에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만 사람과의 인간관계,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 이에 반해 생산직은 나에게 주어진 업무만 하면 되고(레일에서 내 차례가 올 때),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받을 일도 적다. 대학생 때 하루 용돈벌이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밤새 특근을 한 적이 있다. 하루 일하고 나에게 주어진 현금은 14만 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울산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실제로 근무자들은 레일이 돌아갈 때 본인의 차례가 되면 나사를 조이거나, 조립을 하고 그 외의 시간은 모두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자동차의 생산직은 너무 좋은 선망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업무이기에 성장의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고 시켜준다고 해도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의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차 독신자 직원에게는 사택을 준다. 주거비도 들지 않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절대 부족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급여와 복리후생을 제공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둘째, 정년보장이다. 현대자동차 생산직은 귀족노조로 알려져 있다. 귀족노조라 노동자의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며 과거와 달리 매우 공정하게 채용을 진행하고 잘릴 걱정도 없다.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정년까지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다. 스트레스 또한 덜 받고 진급에 있어 자유롭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책임감마저 없다. 의사결정을 주도하지 않아도 되기에 본인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가정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생산직은 일반 사무직보다 천대를 받아왔다. 공부를 못하면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으로 결혼상대로써나, 어른들의 인식에서 대접받지 못했다. 물론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고는 하나, 현재도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천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가서 함께 일해보면 정말 누구보다 성실한 한 가정의 아버지들이고, 부지런하시고, 책임감 있는 모습들이 많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심지우 오래 배운 사람들도 많다. 본받을 점이 참 많다.

대한민국은 제조업으로 이때까지 몇십 년 동안 극적인 성장을 이루어왔다.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에서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나 가는 생산직'이라는 편협하고 흑백논리적인 시각이 많이 아쉽다.


현대자동차 생산직을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또 다른 시각은 시대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채용공고에는 로봇과 함께 하는 모빌리티 기술직을 뽑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로봇이 하지 못하는 휴먼적인 일을 로봇 옆에서 생산직이 도와주어 완벽한 자동차 조립을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10년이 지나면 모두 자동화될 확률이 높다. 앞서 설명한 듯 문과인 경우는 아무리 연령 나이, 전공제한을 폐지했다 하더라도 생산직 채용에 취업되기는 거의 확률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동차 관련 자격증도 없을뿐더러 관련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할 말이 없다. 그냥 정년보장되고 스트레스 안 받고 돈 많이 줘서 지원했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라서 무지성 지원은 필패다. 진정성이 느껴지지않고 설령 합격을 한다고 해도 적성에 안맞아 인생에 현타가 온다. 인생에 꿈없는 좀비 월급쟁이가 될 쁜이다.


문과는 이제부터 회사가 아니라 직무중심 즉, 바뀌는 현대사회 속 이 '자동화'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시대는 이과 쪽으로 많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문과가 유일하게 필요한 부분은 이 '자동화'다. 내 한 명이 익힌 기술을 10명, 100명어치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단순노동을 혁신으로 만들면 된다. 우리가 전체적인 직무의 자동화를 이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자동으로 차체를 조립하는 원리는 로봇을 만든 사람은 알겠지만 이를 설명하는 것은 문과가 할 수 있다. '사람의 말로 사람에게 소통하는 것' 그것이 문과가 가진 힘이다.

기존의 것을 개발하는 개발자가 못되어도, 개발한 것을 익히고, 매뉴얼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문과의 특기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뭐 하는가. 그것이 사람이 배울 수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고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그 혁신적인 개발의 연결고리를 붙여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들고, 누구에게 효옹성이 있는지 기획하고 가설을 세우는 데 집중하면 된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요'가 많으면 그 콘텐츠는 우수한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치자. 개발자는 실제 '좋아요 수'와 콘텐츠 조회수 등의 데이터자료를 분석해 자료를 제공하면 우리는 거기에 관한 본인만의 데이터 해석 툴을 만들고, 논리를 강화시켜 인사이트를 붙여 세상에 알리고 개발자에게 확인시켜 주면 된다. 내 인사이트를 단 한 명이라도 공감한다면 그 해석은 설득력이 충분한 것이고,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틀을 조금만 바꾸면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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