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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친구와의 인생격차

습관의 힘에 대하여

by 홍그리

녹음이 무성한 여름, 이른 더위에 한번 놀라고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또 놀란다. 20대의 인생성적표가 여실히 드러나는 요즘이다. 그 많던 어릴 적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친구 누구는 억대연봉을 벌고, 누구는 아직도 일용직을 전전하며 용돈벌이를 한다. 사업에 실패해 재기를 꿈꾸는 친구, 스타트업을 창업해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 A시리즈로 가 승승장구하는 친구, 중견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시험에 합격에 부러움의 대상은 아닐지언정 결혼해 안정적으로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친구들. 경제적 격차를 넘어 어떤 가정을 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환경에서 하루를 맞이하는지 지금쯤이면 본인을 둘러싼 총체적인 모든 삶이 재평가받는다. 더 이상 같은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들으며 대학진학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는 우리가 아니란 거다. 그 성적표가 여실히 드러나는 게 30대 초중반이다. 이 성적표는 피할 수 없고, 언젠가는 나와 내 주변사람들에게 한 번에 닥친다.

경제적으로 성공해도 짝을 찾지 못해 연애한번 못하는형, 반대로 화목한 가정은 이뤘다한들 돈이 없어 경제적으로 힘든 지인, 본인이 바랬던 꿈은 이뤘지만 주변 남은 의미 있는 관계가 없는 친구, 오랜 수험생활로 꿈도, 관계도 모두 잃어버린 동생. 피할 수 없는 이 성적표 속에서 마치 중간점검을 하듯 우리는 결국 앞으로의 10년의 과제를 이어받는다.

이 중간점검에서 누군가는 뒤처지고, 누군가는 앞서나갈 것이다. 흙수저로 태어나 어느 정도 인생의 격차를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금수저로 태어나 돈이나 까먹고 있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사람도있을 테지. 근데 이건 다 관점의 차이다. 본인이 어디에좀 더 인생의 가치를 두고 접근했냐 그 차이다. 그 관점에서 이뤘나, 못 이뤘냐만 따지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A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본인 스스로 장기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이게 인생에 자산을 불리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 여긴다. 인생에서 돈만이 본인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고, 투자에만 몰두한다. 직장에서는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이미 지난 십 년간 투자한 금액이 예상보다 큰 수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올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자, 이 사람은 앞서 말한 성적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왜냐. 그 목적은 돈이될 수 없거든. 돈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할 때만 가치가 부여된다. 행복의 조건이 사랑, 가정의 행복이나, 꿈이 되어야 하는데 A는 돈이라는 수단일 뿐인 재화에만 매몰돼 그게 본인의 전부가 된다. 그 돈 들고 무덤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웃긴 건 그 돈이 엄청 많지도 않고 그냥저냥 적당한 금액이라면? 흠. 단언컨대, 실패한 인생이다.

만약 이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결혼준비를 한다고 하자. 이것도 아주 낙관적으로 미래를 봤을 때의 얘기다.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최소 3천~5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드는데 A는 이 돈을 마련하는데 망설일 것이다. 왜냐면 본인은 장기투자잔데 결혼에 이 목돈을 투자하려면 주식을 다 빼야 하거든. 너무 아깝거든. 본인의 계획을 또다시 수정해야 한다. 여러모로 인생의 난관이 예상된다.


A처럼 한곳에 집중적으로 인생을 올인해 버리면 다른 소중한 가치를 잃게 된다. 결국 이 20대의 성적표라는 건 나를 둘러싼 소중한 것에 고루 분포돼 적당하게 채워진 상태가 최적의 성적표라 여긴다.

인생을 스스로 만족하다고 여기는 성적표의 조건이 되는 보편적인 영역이 있다. 정신적/육체적 건강, 그리고 경제적 능력/ 자산/ 본인이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지의 여부 같은 것들이다. 사실 이런 것들에서 하나만 극단적으로 무너져도 그 삶은 절대 행복하지 않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이 현대사회에선 결국 성적표의 모든 조건이 고른 분포를 가지는 것뿐이다. 드래곤볼의 전투력 측정기를 예로 들면 정상적인 육각형을 이룬 그 상태가 현대인의 최상의 성적표라 하겠다.

이 성적표를 맞이할 30대라면, 마음의 저울을 달아 어느 한쪽이 내 인생에 치우쳐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자, 그렇다면 모든 분야에서 최적의 성적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나는 습관이라 여긴다.


자, 생각해 보자. 누군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가 글쓰기라 해보자. 글쓰기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누군가 본인의 글을 읽어주는 것이다. 어떤 글은 똥글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일 수 있다. 후자의 글을 더 많이 쓰기 위해서는? 그냥 계속 쓰는 수밖에 없다. 더 자주, 더 많이 쓰는 법뿐이다. 그럼 애초에 매일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후자의 글을 더 쓸 수 있는 확률 자체를 높이는 셈이다.


계획임신을 준비하는 부부가 있다고 하자. 임신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배란기에 맞춰 관계를 가지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우선 관계의 빈도수를 높이는 것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한 직장인이 있다. 그의 직장생활의 동기부여는 뭘까. 당연 매월 들어오는 월급이다. 이 월급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이직이나, 승진이 있을 것이다. 그 달콤한 결과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그 준비의 꾸준함만이 언젠가 시간의 복리를 넘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요가를 한다고 했을 때 요가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유연한 몸을 만드는 것과 심리적 안정이 될 것이다. 근데 하루 이틀 한다 해서 몸이 갑자기 유연해지고, 안정이 찾아오지 않는다. 하기 싫은 날에도, 바쁜 날에도 계속할 수 있는 습관이 만들어질 때만이 언젠가 몸은 반응하고 심리적 안정이 찾아온다. 수영이나 헬스를 위한 동기부여도 당연 건강이겠지. 그럼 그 건강도 결국은 습관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고른 최적의 성적표는 내가 육각형을 이루지 못한 부분에서 계속 시도하고, 그 시도의 지속적인 습관화를 만드는 것에서 온다. 여러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날 시, 타인과의 비교에서나, 스스로의 회고에서나 결국 인생에서의 후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꽉 찬 자존감은 결국 습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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