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by 홍그리

10대 중반만 되면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충 가늠이 간다. 매일 아침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하나 못하고 사고 싶은 것 못 사고 뭘 배우고 싶어도 학원비가 없어 배우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면 몸소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는 사실상 헬게이트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당장 본인이 부모가 하는 일이나 사업을 몸소 도울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매일밤 싸우지 말라고 기도를 한다한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호전될 확률보다는 좋지 않은 늪으로 빠질 확률이 크다.

자, 그럼 나는 출생부터 이미 글러먹었다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럴 바에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이미 남들은 한참 앞서가는데 나는 제자리인 것 같고, 삶의 많은 부분이 제약될 것 같아 겁이 난다고? 안타깝지만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딱 하나, 당신이 얻은 것이 하나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빠르게 얻은 큰 자산이 하나 있다. 바로,“이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는 강한 신념이다.


롤모델이 있는가?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나 “꼭 저렇게 돼야지, 꼭 저렇게 살아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근데 그것보다 오히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신념이 그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만든다. 훨씬 더 힘이 세다. 이 신념이라 함은 본인이 스스로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겪어본 사람만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아무리 책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이 있다 한들 저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본인한테 쉽게 와닿지 않는다. 본인도 누구처럼 되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자리하지 않는다. 그럴싸한 대상도 없거니와, 만약 본인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그럴 생각을 가질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 생각을 가지고 가장 먼저 내가 이 흙수저 삶을 탈출하고 경제적 자유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는 첫 번째 과업은 무엇일까. 내가 10대라면 하루빨리 이 일을 위해 준비해야 하고, 20대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부모 그리고 자식을 그렇게 키운 사람이 있다면 자식이 이걸 하루빨리하도록 도와야 자식이나 부모 서로에게 모두 이익이 된다. 바로 ‘독립’을하는 것이다. 이 독립은 정서적 경제적 독립을 포괄하는 단어다.

캥거루 족, 즉 20대 후반, 30대 초까지 아직도 부모님 곁에서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있는데 참 안타까운 것이 삶의 그 어떤 만족도 이루지 못한다.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본인의 삶 전체에서. 부모님 집에서 회사를 다니면 어느 정도 돈을 모으는 데 좋지 않냐고?부모님께 용돈을 줘야 하는 경우도 대다수고, 부모도 그걸 은연중에 불편함을 표출할 것이며, 한번 묶이면 좀처럼 안주하게 돼 나오기가 더 힘들어진다. 20대 후반부터는 머리가 굵어져 부모와 생활습관이나 모든 면에서 마찰이 발생한다. 그냥 집에 있어도 전혀 편하지가 않은 삶만 계속된다. 무엇을 해도 불편하다. 친구와 오랜만에 술을 한잔 해도, 연인과 데이트를 나갔다가 들어와도, 성인으로써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잃어 스스로 불만만 쌓여갈 것이다. 부모는 너무 가까이도 아닌, 너무 멀리서도 아닌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그 행복이 오래간다.

물론 서울이나, 타 지역에 직업을 가지면서 혹은 직업을 준비하면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자리를 온전히 잡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같은 비싼 지역으로 이사를 할 경우에는 월세만 최소 60~70만 원에다가 부모가 집에서 요리를 해 줄 때보다 훨씬 더 가성비가 떨어진다. 돈이 없기 때문에 비싼 건 엄두도 못 내고, 하루하루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 놓인다. 근데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가장 중요한 자유를 얻었는데. 내 힘으로 내 밥벌이를 구해 집도 꾸며보고, 나만의 공간에서 푹 쉬어도 보고, 누구에게 그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내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은 미래의 삶의 질 자체를 바꿔놓는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 내가 내 공간에서 미래를 계획할 때에 더 큰 바운더리 안에서 기회를 얻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흙수저라고 태어났으면 그 흙수저의 공간 자체를 벗어나야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다. 가난도 똑같이 대물림되는 것이기에, 오로지 부모에게 감사하는 대가 그 이상으로 과하게 경제적으로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가난이라는 그 썩은 동아줄을 내가 스스로 잘라낸다 생각하고 오늘로써 새롭게 본인은 독립적인 주체로 태어나 살면 그뿐이다.

어차피 극단적으로 직업도 없는 한 청년이 서울로 왔다 치자. 월세 최소 60만 원~70만 원짜리에 산다고 하면 최소한 본인이 월세 낼 돈은 벌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열심히 현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취업이 안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 것이고, 정부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지원이나, 프로그램들을 찾아볼 수도 있고 자립성을 기른다. 무엇보다 부모가 떠먹야주는 것이 아닌 ‘직접’ 알아보고 행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습관에 몸에 밴다. 이건 결국 부모의 도움 없이 나스스로 직접 만드는 인생인 거다.


두려워하지 않고, 하루빨리 일단 집에서 나와라. 흙수저에서 탈출하고 경제적 자산가가 되는 것은 긴 호흡으로 성공경험을 하나 둘 쌓아가야만 이룰 수 있다. 부모의 집이 잘살든, 못살든 집에서 독립하는 것이 경제적 자유의 첫발을 내딛는 출발점이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