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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로 보는 관계

by 홍그리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가장 먼저 통성명을 한다.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고, 뭘 하는 사람이고. 상대까지 소개를 마치면 대개 길어야 2분 남짓이다. 그러면 이제 모두가 공감할만한 주제나 서로 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마련. 근데 취미동호회라던가, 독서모임이라던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난 집단이 아니고서야 이 공감대는 당연히 찾기 힘들다. 그래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우리는 요즘유행하는 말들을 실없이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MBTI다.

심지어 요즘은 이 MBTI에서 가지치기를 해 궁합이나, 인생이나, 인생에 중요한 이벤트를 통해 점 짓기도 한다. 일부 과몰입한 이들은 근거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가령, MBTI별 연봉이 높은 사람이라던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라던가, 연인에게 원하는 것이라던가, 놀림 많이받는 순위라던가, 옷차림,MBTI별 돈이 많은 사람, 회사에서 승진하는 사람 등 삶에서 운과 노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단정 짓는다. 그 근거 없는 논리하나로 각자의 운명을 거스른다. 이까진 아니더라도 그만큼 현대인에게 MBTI는 외모나 성격이나, 직업과 거의 대등하게 누군가를 만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외향적인 E 성향의 A가 있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B가 있다. 이 둘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냥 A는 외향적이고 밝고 사람을 만나는데서 에너지를 얻는사람이라 생각하고, B는 그 반대로 혼자 있음으로써 에너지를 얻고, 신중하다 생각한다. 딱 그뿐이다. 거기에 맞게 다가가면 그뿐이고, 이를 판단하는 상대는 각자의 기준에 맞게 이 사람의 장점만 가져가면서 혹은 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게 맞춰가면서 관계를 유지하면 그뿐이다.

계획형인 J와 P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무언가를 행함에 있어 계획적이고, 누군가는 즉흥적으로 할 뿐이다. 장단점은 명확하다. J의 장점은 계획에 맞춰 일을 조리 있게 처리할 수 있고, 플랜 B, C까지 만들어가면서 외적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본인은 피곤하겠지만.

반면에 P는 즉흥적이면서도 인생을 J보다 더 다채롭게 계획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때로는 계획한 J보다 일이 더 잘 풀리기도 한다. 이까지는 그냥 참고용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하나의 놀이인 거다. 근데 무슨 연봉이 높니, 승진을 하니 마니, 각자가 다르게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에 마치 MBTI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양 하는 접근 방식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만, 좀 흥미로웠던 점은 이 MBTI중에서도 T와 F는 개인의 삶에서 의미있는 관계를 쌓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 T는 냉철하다. 모든 문제해결방법을 논리로 접근한다. 논리에 맞지 않거나, 이유와 명분이 없으면 그건 본인에게 틀린 것이다. 이성과 감성을 철저히 분리하고,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보통 직업적인 면에서 중요한 위치나 일을 맡을 확률이 확률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회사의 임원이 될 확률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른다. 실제로도 수술이 일상인 의사들의 대부분은 T고, 우리가 경험하듯 의사들은 환자의 감성에 동요돼 흔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더 심하게 말하면 심하게 말했지, 환자를 위로해 주거나 이런 일은 실제로도, 드라마 같은 가상세계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다만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매사에 발생하는 모든 일을 문제해결로 바라본다. 어떤 명확한 해결책이 있어야 쾌감을 느끼고 성취를 느낀다. 어쭙잖은 위로보다는 당연 문제해결 관점에서 매사를 바라보면 스트레스나 삶이 힘든 원인에 대해 빨리 해결할 수 있겠지. 근데 인생을 문제해결로 바라볼 때 본인의 노력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멘붕이 온다. 그 삶 전체가 부정당한다. 그게 문제다.

이를 F가 감싸준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기대고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준다. 결국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세상.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잘 이해하고 공감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문제의 대립에서도 중재자가 되고, 협력과 화합을 중시하니 조직이나 집단의 선한 분위기를 이끈다. 이로써 개인과 조직의 목표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좀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T가 정답을 말한다면 F는 좋은 답을 찾는 과정. 누군가는 T와 F가 천적이라고 하지만,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이것도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호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관계에서 MBTI는 절대적일 수 없다. MBTI 궁합이 서로 맞지 않다고 불평하거나 실망할 필요도 없다. 어떤 성향을 가졌든 어떤 최악의 관계나 상황에 놓이든 MBTI보다 더 중요한 건 양보가 아닐까. 서로 배려하고 내 이익을 취하는 것보다 상대의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선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내가 죽을 만큼 싫어하지만 상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맞춰줄 수 있다면. 그게 양보고, 배려고, 사랑아닐까. 그게 최고의 궁합이고 천생연분이다.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해피엔딩이고, 둘 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부족하거나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관계는 서로 최소한 희생할 때만이 미래에 더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MBTI에 과몰입을 한다한들 득될 것이 크게 없으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어쩌면 사회가 요구하는 구조적 적응의 문제일지 모른다. 한국인은 편 가르기를 하고 매사에 줄 세우는 어떤 기준을 세워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병이 있다. 이 병은 현재로선 불치병에 가깝고, 가까운 시일 내 이 병을 고칠 무언가는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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