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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로또복권뿐

야생에 던져진 삶

by 홍그리

회사를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무언가로 일과를 가득 채워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 일과로 하여금 얻어낸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지키고, 건강을 지키고, 취미생활로 유희를 즐기며 삶을 의미 있는 부분들로 채워가거든. 그중에서 존경받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하나는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라 본다.


그 일과는 결국 타인으로 하여금 전혀 아쉬운 소리를 않게 만든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감에 따라 육체적인 힘듦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견디기 힘들고, 그 정신적 스트레스의 근원 중 하나가 남에게 아쉬운 소리, 혹은 타인이 싫어하는 어쩔 수 없는 질책이나 역정일 테니. 그건 사회생활 즉, 앞서 말한 일과라는 걸 가진 사람에게는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오고, 본인이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테다. 그렇게 일과를열심히 그리고 착실하게 채워나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운 삶을 사는 시간이 미래에 늘어날 수 있다.


이 일과를 보내는 종류는 현대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꽤나 다양하게 성립된다. 회사나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는 집안에서 모니터 두 개, 세 개 켜놓고 주식 트레이더를 할 수도, 전 세계를 고프로와 맥북 하나 쥐고 다니며 유튜브영상을 올릴 수도, 하루 종일 집안에 틀여 박혀 글을 쓸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들의 삶은 평범한 회사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 단순하지 않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복지를 누리면서, 맛있는 점심밥을 먹으면서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삶과는 정반대의 삶이 밖에서는 펼쳐지고 있다. 야생 그 자체다. 특히 대기업이나 전문직 이런 곳은 실력 혹은 최소한의 필터영역이 작용하기에 정상적인 사람이 많을 확률이 높지만 밖엔 별의별 사람 다 있거든.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건 후자인 사람들은 평범한 회사원을 욕하거나 조롱하지 않는데 (현생이 너무 바빠서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원은 그들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현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회사의 규모가 커 복지가 빵빵하고 급여를 많이 주는 대기업이나, 전문직일 경우에 더 흔하게 나타난다. 사람을 평가하고, 직업적 요인을 필수로 고려해야 하는 소개팅이라던가, 선이라던가,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이 있는 곳에서 이는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게 마치 쉽게 본인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부업이니 뭐니 하면서 쉽게 뛰어든다.

예를 들어보자. 주식 트레이더가 있다. 하루에 못해도 300만 원~500만 원 정도를 주식으로 거의 잃지 않고안정적으로 버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물론 주식 트레이 더 중에서도 상위 1%만 해당되는 내용일 테지. 근데 전자는 본인도 조금만 공부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고 퇴근 후 주식공부 좀 하다가 전재산 배팅하고 몰락한다.

계획을 세워뒀던 결혼이나, 내 집마련은 한없이 물 건너가고 근로소득에 목숨 걸면서 회사에 더 오래 남는다. 혹은 아주 흔하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유형으로, 처음 주식을 시작하고 돈을 좀 벌었다고 본인에게 능력이 있다고 착각하고 출근해서 9시 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주식창을 열고, 9시 10분에 열고, 20분에 열고, 30분에 열고 그렇게 점심 먹으면서도 주식창을 보고, 주식창이 닫히는 3시 반부터 일 좀 하다가 다시 퇴근하고 미국장을 연다. 그리고 돈을 야금야금 잃는다.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주식창을 보니 잠이 들어서도 깊이 못 자고 쪽잠을 잘 수밖에 없다. 그렇게 회사 일은생산성이 떨어지고 악순환 무한반복. 첫 시작은 앞서 말한 주식트레이더처럼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자만'이다.


이 상황에서만 입각해 얘기해 보면, 결국 주식트레이더도 만만한 것이 아니란 거다. 아니, 회사원보다 10배100배는 힘든 직업일 테다. 꼭 1등이 아니더라도 지금 전업으로 주식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왜냐고? 그들에게는 생존의 영역이거든. 일 안 하고 가만히 월급루팡해서도 따박따박 매월 돈이 들어오는 직장인이 아니고 ‘생존’해야 하니 더 미치도록 파고드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지식의 깊이와 일반 회사원의 깊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치 전문영역과 흥미의 차이랄까. 전혀 전자가 무시하고 쉽게 볼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본인만의 영역을 키워가는 우러러봐야 하는 대상인 거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진.


오히려 매일 주식창을 보는 회사원에게는 주식이라는 것이 삶의 질이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삶을 나락으로 만드는 존재다. 일반인에게는 이 영역이 절대 플러스가 될 수 없는 게 , 미래는 본인의 단기적인 시각으로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주식을 깔짝 매일 보는 일반인이 있다한들 아마 주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본인의 자산이 본전(0)이 아니면 다행이다. 장담컨대 80% 이상은 마이너스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본인이 잃는 건 뭔가. 시간이다 시간.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을 낭비하고있는 것이다. 내가 계속 보고 있다한들 차트가 떡상하지 않고, 그 소중한 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 거니까. 아, 나는 주식투자도 잘하고 있고, 안정적인 직장까지 다니고 있으니까 삶 자체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거야!? 천만의 말씀. 회사 빼고는 다 그냥 까먹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주식이나, 예체능계열이나, 본인이 다르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적어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거니까. 존재의 유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 전부터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것. 인간은 워낙 간사해서 타인이 이뤄놓거나 성취한 무언가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근거 없는 자존심으로 무장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본인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만 하면. 본인은 할 수도 없을뿐더러, 계속 도전할 꾸준함조차 없는 경우가 99%. 무언가에 도전할 때 심사숙고를 하고, 20대가 아닌 30대부터는 진짜 시간싸움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본다.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부터 우선적으로 관찰하는데 의미 없이 쇼츠보고, 주식창만 실컷 보고 있다. 책을 보거나 공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킬링타임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가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각자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금전적으로 대박이 났거나, 하다못해 무언가 새로운 걸로 용돈이라도 번 사람들도 어쨌거나 본인보다 사실 더 대단한 거다. 본인이 가지지 않은 정보를 가졌고, 본인이 하지 않은 걸 실행한 사람일 테니까. 장기적으로 가져갈 때 내게는 어떤 것이 시간을 투자하기에 의미 있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인지 깊이 고심하게 되는 아침이다.


이 세상 잘하는 이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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