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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재능을 가진 자

계속하는 사람에 대하여

by 홍그리

우연찮게 외국에 조금 있었고,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다. 만나기 싫어도 만나서 억지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거나, 어떤 명확한 ‘목적’이 있는 만남에 불편함도 많이 겪었다. 지인과 친구들을 만나는 걸 딱히 피하고 안으로 파고드는 내향인은 아니기에 꽤나 편한 만남도 많은 편. 이처럼, 여러 사람들을만나면서 배우고, 겪고, 닮고, 피하고 싶은 여러 상념이머릿속에 쌓이니 어떻게든 결론은 하나로 귀결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쨌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 누구와의 비교도 아닌 작년보다 올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관계에 있어서 단 한 번도 이 최종목표는 변한 적이 없다.


여러 사람들을 수없이 겪으면서 내가 누군가로부터 가장 존경스러운 부분을 딱 하나 꼽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게 누군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가 가진 능력은 그 어떤 누구에게서도 앞으로도 그렇고 발견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 능력만이 뇌리에 박힌다. 바로 꾸준함이다. 그냥 꾸준함이 아니라, 그 어떤 환경이든 죽이 되든밥이 되든, 모두가 안될 거라고 손사래 치고 욕을 먹어도, 어떻게 되든 말든 그냥 계속하는 것이다. 계-속.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본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그걸(사실 그게 뭐인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거다. 그건 어쩌면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보다 가지기 힘든 재능이라 자부한다. 이 얘기를 듣는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그래서 결국 그 꾸준함 덕분에 뭔가를 이뤘다, 성취를 했다, 자격증을 땄다, 취업을 했다, 부자가 됐다, 이런 해피엔딩일 것이라 내심 기대를 한다. 아니, 절대. 그게 아니라도 그 자체로 그건 미친 재능이다.


배우를 생각해 보자. 연기에 아무런 재능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그냥 똑같은 대사를 외워질 때까지 반복한다. 거울을 보면서 그 대본상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표정을 연습한다. 똑같지 않다고 사람들이 비난해도 그냥 매일 한다. 이 사람이 365일 매일 이걸 하고 있다면 1년 뒤, 아니 3년 뒤 어떻게 될까. 제발 잘하지 말라고 기도하고 억지로 까내려도 어떻게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겠지.

요리사가 있다. 이 요리사는 매일 똑같은 메뉴를 만든다. 근데 이 메뉴를 만드는 데 남들보다 여전히 돋보이지 않고 뒤쳐진다고 느낀다. 왜? 그건 남들도 다 하는 거거든. 다른 일류 요리사는 어떻게든 매일 본인이 가장 신선한 야채, 고기 온갖 재료를 전국에 수소문해서 찾아 본인만의 레시피를 연구하겠지. 적어도 본인보다위에 있는 사람들 중 이런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같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도 어떻게 하면 기존의 볶음밥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그 레시피만 매일 도전하고, 섞어보고, 버리는 시간과 재료값만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 사람은 그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고 매일 아침일찍 일어나는 것이 불편해도 그냥 매일 한다. 왜? 그 매일 하는 꾸준함이 본인 재능이니까.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일상적인 것도 마찬가지.

여기 브런치에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아주 강한 리스펙을 보내고 있는데, 쑥스러워 인사는 대놓고 못한다. 진짜 매일 쓴다 그냥 매일. 본업이 있든 말든, 아프든 말든, 경조사가 있든, 날씨가 춥든 덥든, 그냥 매일. 물론 1년 동안 쓴 365개의 글들이 모두 양질의 글에다가 우수한 정보력과 독자들에게 기가 막힌 인사이트를 준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 나 또한 그렇고. 근데 확실한 건 그가 그 주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 글의 주제는 조금만 뒤져봐도 숨은 진짜 전문가들 한 트럭 나온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너무 많기에 누구보다 더 자주 오랫동안 무얼 한다 해서 그 사람처럼 절대 되지 않는다. 그분도 알 것이다 본인이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걸. 그냥 본인이 해야 하니까 그 글을 매일 쓰는 거다. 바로 그 자체 꾸준함이진짜 재능인 거다. 그걸 본인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김연아같은 화려한 피겨스케이팅도,손흥민 같은 최고의 축구 플레이처럼 그에겐 그 자체가 재능이기 때문에 그냥 당연한 거다. 이들의 특징은 꼭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꾸준한 것이 아니라, 꾸준하다 보니 무언가 결국 되어있다는 거.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하는 지인이 가장 존경스럽다.


과정은 무시받고 결과만 보여야 하는 이 현대사회에서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뭘 하고 뭘 얻었는데?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굳이 결과를 얘기해도 꽤나 고무적인 것이 기회는 결국 이들에게 온다는 것.

모두가 떠나가고 하늘이 버렸다고, 희망이 없을 거라고 한들 불변의 진리가 있다면 딱 한 번은 이들에게 기회가 온다. 언제 어디서든 딱 한 번은 어떻게든 온다. 그게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공평한 진리라 본다. 그 한 번이 기회라고 알아차리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관건이겠지만, 어떻게든 오게 되어 있다. 한우물만 파면서 어떻게든 동아줄 하나 붙잡고 인맥 쌓으며 희망을 바라는 이 혹은 한 번은 터지겠지 하며 유행만 좇다가 재빨리 갈아타는 이가 성공하는 시대는 이젠 지났다. 대신 이 꾸준함이라는 재능을 가진 이에겐 무조건 한 번은 기회가 오기에 이 물이 들어올 때 그냥 노 젓는다면 본인이 바라는 어떤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실패하지 않는 삶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냥 계속하는 그 재능이 결국 어떤 대답이든 제시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는 그게 설령 실패라는 대답이라 해도 또 그걸로 계속 꾸준하니 배우고 또 배워서 그 꾸준함이 결국 본인의 브랜드가 되겠지. 그렇게 성공하겠지. 너무 쉬운 논리.


올해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같이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니 어떤 것에 조금이라도 꾸준하셨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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