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망하면 다 좋아한다
“나 취업성공했어!!”
“나 남친생겼어!!“
“나 승진했어!“
하루하루 좋은 일이 가득하다. 친한 지인들에게 도저히 입이 근질거려 이런 말들을 했다고 해보자.
본인이 아끼는 그 지인들은 당연히 축하한다고 함께 기뻐해줄 것이다. 또 어느 모임에 가든 대체로는 축하해 주면서 앞으로의 앞날을 응원할 것이다. 겉으로는. 너무 인생을 냉소적, 염세적,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고? 물론 축하해 준다. 겉으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즉, 큰 관심이 없거나 질투와 시기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모임에서 남친생겼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남친은 뭐 하는 사람이야?
자, 여기서 예를 들어 의사라거나, 변호사라거나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문직이라고 해보자. “내 남친 의사야“라고 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당연히 부러워하면서 축하해 준다. 근데 뒤에서는 또 쟤는 의사를 어떻게 만났냐는 둥 이런 뒷담화가 오간다. 그냥 무조건이다.
회사에서 승진을 했을 때에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라던가, 연봉이 그리 높지 않은 친구라던가, 몇 년째 승진누락이 되고 있는 친구들은 당연히 승진한 본인에게 축하해 주면서도 그와 상응한 표정을 짓고 있진 않다. 본인에 비해 작아진 스스로를 견딜 수 없어 자리를 일찍 뜨거나, 말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뒤에서 또 다른 말을 할지도. 자존심이 조금 센 친구라면 어떻게든 본인을 방어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생각할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 나와 더 가까워지진 않는다. 서서히 그리고 티 안 나게 멀어질 확률이 높다. 너무 급하게 멀어지진 않는다. 왜? 본인이 속좁고 쪼잔해 보이거든.
취업에 성공했을 때도 마찬가지. 축하해 주면서도 집 가는 길, 그 회사는 연봉이 얼마고, 복지가 어떻고,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인지, 내 지금 회사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위치인지, 내가 많이 꿀리는 건지 정보 캐느라 바쁘다. 친분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애매한 사이는 더더욱. 본인보다 그 회사에 대해 정보가 많을지 모른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내 주식 -30%야. 미치겠어. 남들은 다 오르는데 내 주식만 떨어져”
“코인으로 몇천만 원, 거의 차 한대값 날렸어”
“회사가 요즘 너무 힘들어서 퇴사할까 고민 중이야”
“이 나이에 돈도 얼마 못 모으고, 여친도 없고, 하.. 결혼은 또 언제 하냐”
라는 말을 주변인들에게 했다고 해보자. 위로를 받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자(남자)를 소개해준다고도 할 것이고, 요즘 다 힘들다며 회사 공고를 같이 알아봐 주기도 할 것이며, 본인 수익률은 감춘 채 “주식이 뭐 그런 거지~” 하면서 공감해 줄지 모른다.
자, 근데 그들의 표정을 보면 꽤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아니?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왜? 그들은 지금 안도하고 있거든. 내가 주식, 코인으로 몇천만 원 버는 것보다 잃는 게 그들 스스로에겐 더 편안함을 주거든. 에이. 친한 친구사이라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아니. 실제로 본인보다 더 앞서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다 이렇게 사는구나라는 동질감이 자리하기에 표정이 밝은 것이다. 사실 그들에게 내 재테크가 망했고, 결혼을 못했고, 모은 돈이 얼마 없고, 회사가 힘들다는 건 하루만 지나도 잊히는 작디작은 이벤트일 뿐이다. 본인 인생 살기도 바쁘고 본인 주식, 남친여친, 회사 챙기기 바쁘다. 진정 어린 축하보다 겉으로 하는 위로가 10배, 100배 쉽거든.
이와 비슷한 사례로 회사생활을 한번 예시를 들어보겠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서울에 내 집마련을 했다는 것. 그리고 퇴근 후 자기 계발, 부업을 하고 있다는 것. 주식은 얘기해도 좋지만, 늘 마이너스고 돈을 잃는다고만 말해야 한다. 절대 돈 땄다고 하면 안 된다. 왜? 서울부동산을 샀거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거나 이 모든 것들은 그들에게 질투와 시기를 사고, 어떻게든 나를 끌어내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건 서서히 퍼진다.(아예 퍼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남 못된 건 그 어떤 소문보다도 빠르게 퍼진다. 나보다 잘되는 꼴 절대 못 본다. 그리고 본인은 다 잘되는 게 당연하다. 다 본인만 승진해야 된다. 그리고 자기 객관화가 덜 된 채 본인 아니면 적임자가 없는 줄 안다.
또 한편으로 왜 돈 버는 주식은 얘기해도 되고, 퇴근 후 부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한다는 것 자체는 말하면 안 되는 걸까. 어차피 돈 버는 건 다 똑같은 개념인데.
주식은 클릭 한 번으로 되지만 퇴근 후 나만의 것을 한다는 건 회사 일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한다, 혹은 회사에 몰입하지 않는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기가 쉽거든. 그리고 부업이나 자기 계발로 회사에서 본인과 같은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만약 더 잘 풀린다면 본인보다 앞서나가니까 괘씸한 거다. 그래서 없는 말을 지어내고, 까내리고, 실제로 그 소문들이 회사 인사발령에 간접적이게나마 영향을 끼친다.
남보다 더 잘되고 인생이 잘 풀리고 싶은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본능을 거스르면 안 된다. 타인에게는 무조건 더 안된 것, 딱한 것, 불쌍한 것, 좋은 일은 아예 입 밖에 내지도 말고 최대한 불쌍한 척 하자. 그래야 잃는 것도 없고 질투도 없고 뒤에서 말도 안 나온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난 조용히 계속 잘 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