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하면서 서점에 더 자주 발길이 간다. 내 책이 잘 팔리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로 책을 냈는지, 앞으로의 글을 쓰는 데 있어 더 공부하고 참고하기 위함이다.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고 서툴다. 말 그대로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경험이 쌓이고 인사이트가 늘어나면 더 양질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이 어렵다고 해서 혹은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수많은 인고와 노력 끝에 저 자리에 있는 것이다. 현재 베스트셀러 1위 세이노의 가르침의 원고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 세이노의 가르침이 출간됐을 때, 책이 비닐로 쌓여있었다. 나는 그 두께가 너무 두꺼워 정말 당연히 그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세이노가 오랜 시간 동안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글들이라는 것을 알고 글쓰기 실력도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하루아침에 떠올라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천천히 쌓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책을 출간하고 서점에서 보이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먼저 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판업계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이나 출판사 직원들은 늘 말한다. 이쪽은 사양산업이라 발도 들이지 말라는 것.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의 독서량은 세계 최저다.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최근에는 OTT를 포함해 유튜브, 다양한 콘텐츠들이 많으므로 사람들은 책 보다 당연히 자극적인 영상을 선택한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모여서 책을 읽진 않는다. 다 같이 TV를 보거나, 영화, 예능프로그램을 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평일 저녁에 서점에 가보면 퇴근 후 책 한 권이라도 더 보려는 직장인들로 붐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통계자료만 보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에는 매일 하루에 300권 이상의 신간이 나온다. 누군가가 홍보하지 않으면 책을 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책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누군가가 리뷰를 남기고, 책에 대한 서평을 적으시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은 앞으로 수많은 콘텐츠들이 나오든 간에 책 자체는 절대 사람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책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 해도,서점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독자들이 있기에 작가들도 더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둘째, 사람들은 스토리에 반응한다. 그 사람이 아무리 평범할지언정 말이다. BTS만 보아도 그렇다. BTS가 물론 춤을 잘 추고 개개인별 능력이 출중하지만 BTS만의 스토리에 전 세계 팬들은 열광한다. 불닭볶음면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냥 매운 닭맛의 라면이라고만 소개했어도 맛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불닭볶음면이 만들어진 계기라던가, 불닭볶음면의 마스코트인 호치, 호치와 친구들 이런 것들은 왜 만드는 것일까? 바로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도록 불닭볶음면 자체를 상징성 있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야 회사입장에서는 더 많이 팔 수 있으니까.
삼성전자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있다고 치자.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면 바로 업무투입을 시킬까? 절대 아니다. 뭘 알아야 일을 시키지. 그럼 당장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을 시킬까? 이것도 틀렸다. 일주일도 아닌 무려 2개월간 업무와는 별개로 사상교육을 시킨다.
정확히 말하자면 삼성이 왜 지금 까지 세계 일류기업이 됐는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삼성의 업적은 무엇인지,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우리는 삼성인으로써 왜 자부심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며, 삼성에 들어왔기 때문에 본인은 성공한 사람이고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회사에 충성을 다 해라!라는 교육이다. 심지어 시험도 본다. 떨어지면 붙을 때까지 재시험을 본다. 북한처럼 이런 사상교육을 명확하게 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삼성에 붙으면 조금 일이 본인 적성에 안 맞을지라도 안 그만두고 오래 다닐 수 있고, 친구들에게 내 회사 자랑을 하고, 애사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그것이 설령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글쓰기 숙제가 있어서 글을 쓴다' 라는 사람과, '글을 쓰기 시작하니 내 인생이 바뀌었다' 라고 쓰는 사람 중에서 본인은 어떤 글을 더 읽고 싶은가? 당연히 후자다.
또 다른 예시로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한 이유'의 제목의 글과 '결혼을 하면 안 되는 5가지 이유'라는 글이 있다고 치자. 꼭 하나만 읽어야만 한다면 어떤 글을 본인은 읽고 싶은가? 당연 후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은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불행하기 위해서 결혼을 선택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하지만 후자의 글을 쓴 저자는 "내가 결혼을 해보니, 이런 점이 너무 최악이더라"라는 본인의 경험에 따른 인사이트가 있기 때문에, 본인만의 스토리가 명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힘들었던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글에 공감을 할 것이고, 그 글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생각의 연결고리를 줄 수 있다.
셋째, 나는 정말 관종이라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의 근육을 쌓는 일과 같다. 스스로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내적성장을 이끄는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다. 단 하루도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그날 하루는 의미 없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단 10분이라도 내가 생각한 것을 쓰고, 기록해야 스스로의 내면적 근육을 키우고 미래의내 인생을 멋있게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부정하고 있던 내 마음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내 책과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책으로 직접 내고 교보문고에 내 책을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내 책을 읽고, 내 글로 하여금 공감을 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어쩌면 내 혼자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독자들을 생각하고 글을 쓰면 내 글은 앞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넷째, 전문적인 지식의 축적을 바라게 된다.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알 수 있듯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 서적들이 즐비하다. 천문학이라던가, 사후세계라던가, 단순히 우리 일상과는 조금 동떨어진 주제에 관해 책을 쓴 저자들을 유심히 보면 존경스럽다 못해 신기할 정도다. 어떻게 저런 지식을 많이 습득했고 어떻게 하면 이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책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떤 한 현상을 보더라도 나만의 생각이나 인사이트로 글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곧 글이 되고 그 글이 모여 책이 되는 것이다. 남들은 잘하지 못하는데 나는 잘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우리는 경쟁력이라고 한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책을 한 권 내고 나니 더 배우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선순환이다. 나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스페인어? 영어? 밝은 성격? 아니다.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는 스펀지 같은 '수용력'이다. 늘 배움에 힘써 언젠가는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더 힘이 되고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