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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지방출신 32세 평범남이 작가가 되기까지

by 홍그리

하루하루는 무미건조해 보일지라도 돌아보면 기적이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이것은 가히 기적이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다. 이렇게 한없이 평범한 내가 어떻게 무슨 글이든 꾸준히 쓰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을까? 지금은 책을 한 권밖에 출간하지 않았을지언정 어쨌거나 작가는 작가다. 바로 이토록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수히 많은 글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은 TV속의 연예인 같지 않다. 보통날은 대개 재밌는 일이나 놀랄만한 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직장인은 일에 치이고, 학생들은 공부에 치이고, 어머님들은 육아에 치이고 하루 먹고살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친구들과 약속하나 잡는 것도 힘이 든다. 남들이 혹할만한 재밌는 글을 쓸 여력도 없고, 글감을 찾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글쓰기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범한 삶 속 글쓰기를 만나기 위한 가장 효과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메모다. 메모밖에 없다. 우리 뇌는 눈에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전두엽(이마엽)으로 전달되고 여기서 기억을 한다. 전두엽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계획 및 실행을 위한 정보유지다. 하지만 그 기억력은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문구가 생긴다 하더라도 어떤 글을 쓸지 단 10분만 지나도 잊어버린다. 이것은 말로 백번 설명한다 해도 직접 경험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답은 메모를 하는 것이다. 그럼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가령 오늘 커피에 대해 쓰고 싶다고 하면 그냥 커피라고만 휴대폰 메모장에 써두는 것이다. 나중에 볼 수 있도록 간단한 단어만 나열해도 나중에 시간이 나 글을 쓸 때 곧바로 기억에 남 글을 쓰는 데 막힘이 없다.


둘째로, 상황에 따라 글을 쓰는 도구를 바꾸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출퇴근 시간 이동할 때에는 휴대폰 메모장에 글을 쓰고,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는 아이패드로 글을 쓴다. 노트북보다 가볍고 아이패드로 쓰면 훨씬 글을 쓰는 속도도 빠르며 글을 옮기는 데 매우 수월하다. 저녁에 집에 오면 노트북으로 글을 쓰며 하루동안 쓴 모든 글을 합쳐 최종적으로 다듬는 방식이다.
매일 같은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도구로 글을 써 내려가면 생각하는 폭과 넓이도 달라진다. 눈에 보이는 게 다르기 때문에 인풋이 많아지고 색다른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평일 밤을 제외하고는 거의 집에서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얼마 전 호캉스를 가서 글을 쓴 이유도 그것이다. 모르는 곳을 가거나 걷다 보면 뇌에 공간지각능력이 발달하며 새로운 길을 만든다. 어쩌면 내 글의 지도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곧 새로운 주제의 글을 적게 만든다.
셋째, 운동이다. 매일 아침이나 퇴근 후 약속이 없는 날은 3km 이상 뛰고 집에 간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라 꼭 지키려고 한다. 간혹 근력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3km 유산소운동은 하늘이 두쪽 나도 지킨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마치 그다음 날 자고 새로 일어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생각들이 하염없이 올라온다. 쓰고 있던 것을 멈추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하고 확실한 것은 운동 전보다 더 괜찮은 생각들이 샘솟는다는 것이다. 살이 빠지거나 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덤이다. 러닝머신을 뛰다 보면 재미없는 TV프로그램 앞에서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트랙 근처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밖에서 뛰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구경도 하고 다양한 풍경 속에서 운동을 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절대 포스팅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것인가', '내 글을 통해 어떤 마음의 울림을 줄 것인가'이다. 이것만 지키면 된다. 모든 드라마나 영화, TV프로그램, 책중에 히트를 쳤던 것을 생각해 보자. 모두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뭘까? '그 이야기에 공감한 것' 하나뿐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공상과학이라던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망상이라 할지라도 상관없다. 사람들이 공감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저절로 뇌가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억지로 짜내어 1일 1 포스팅이라던지, 무조건 글을 쓰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글을 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냥 그날은 온전히 쉬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글을 쓰는 퀄리티에도 훨씬 이다.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 슬럼프가 찾아온다.

꼭 글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이 채널의 목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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