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빠르게 바뀌는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변화 속에서 나를 지키는 일

by 홍그리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네이버 뉴스를 보는데 배너가 어제랑 또 다르게 바뀌었다. 올해의 다짐과 목표를 맹세하며 새해맞이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월이다. 시간도 빠르고 그 시간 속에서 내 주위 모든 것들이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함을 몸소 느낀다. 오늘 출근길 집 앞에는 파리바게트에서 어느덧 크리스피로 바뀌어 오픈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내 에어팟에서는 저번 주 새로 나온 포스트말론의 노래가 흐른다.

퇴근을 하고 천천히 옷장정리를 했다. 지금은 5월이기에 이제 겨울 옷을 전부 다 넣고 여름옷을 꺼낼 차례다. 갑자기 옷 정리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제 이 원룸을 완전히 떠나 아파트로 완전한 이사를 하기 위함이다. 회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주중에는 여기서 생활했는데 내 모든 생활을 일원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느꼈다. 서울에서 총 5년간 5번의 이사를 한다. 1년에 한 번씩 떠돌이생활을 한 셈이다. 23살 때 난생처음 시작해서 밤잠 떨며 긴장했던 첫 새벽반 수영장에서 입은 수영복, 태국 클럽에서 입었던 파티옷, 지금은 안 입는 옷들을 개며 수많은 추억들이 스쳐간다. 새벽반 첫 수영장에 발을 담글 때의 그 떨림처럼 처음 떨렸던 시작점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이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는 모든 것들 사이에서 매일 적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사를 하는 것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무엇이든 처음이 힘들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 어려운 일을 앞에 두고서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응을 한다. 다만 이 빠르게 변하는 모든 것에서부터 어떻게 삶을 올바르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내 과거를 돌아보고 정보를 가려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매일 300권이 넘는 신간들이 쏟아진다. 핸드폰에는 새로운 앱이 매일 100개씩 생긴다. 현재 음식점에 가면 로봇이 서빙을 한다. 실제로 친구가 이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나를 구매하는 데 2,00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한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것만큼 서빙에 그 어떤 실수도 없이 완벽하다. 돈만 지불하면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과거를 돌아보며 줏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 과거에 저런 것들이 아무 필요가 없었는데도 나는 잘 살아왔고,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다. 지금 최신폰 갤럭시 23을 산다고 해도 장담컨대 99%의 사람들은 전화, 카톡, 메시지, 카메라 등 몇 개의 용도로만 사용하고 200개가 넘는 무수한 기능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 폰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므로 과거를 돌아보며 필요한 것만 취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과잉의 삶 속에서 모든 것을 취하려고 하지 말고, 내 미래에 도움을 주거나 이롭다는 판단이 들 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시간과 자원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기에 모든 곳에 에너지를 쏟기엔 우린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모든 정보, 모든 인간관계, 나에게 주어진 것을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내 지인은 보이스피싱을 당했는데 이벤트에 1등으로 당첨금을 내라고 하고 계약금을 넣은 뒤 받지 못했다. 신종 수법이었다. 이런 다양한 내 주위 불확실한 정보들을 맹목적으로 믿음으로써 큰 피해를 본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 전세사기가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전세제도는 어쩌면 금전적으로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외국에 있을 때 많은 외국친구들은 현 제도에 대해 매우 의아해했다. 어떻게 그 사람을 계약서 한 장으로 믿고 내가 평생 모은 돈을 맡길 수 있냐는 것이다.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보증보험도 있고 공인중개사가 있어 안정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부산에 있는 내 친구는 전세사기를 당해 최근 15kg가 빠졌다. 이것도 불확실한 정보에 따른 치명적인 피해사례다. 이 세상 만물은 모든 것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양면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둘째, 나만의 숙제가 뭔지 떠올려본다. 과유불급은 진리와 같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코인에 투자해 더 큰돈을 잃고, 의욕을 가지고 좀 더 잘해보려고 했던 것에서 오해가 생겨 관계에 다툼이 발생하고 질투가 생긴다. 정보의 무한과잉 속에서 나는 영어도 배우고 싶고, 프랑스어도 더 배우고 싶고, 요리도 더 배우고 싶고, 운동도 배우고 싶다. 절대 불가능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결실을 못 낼 가능성이 99%다. 하나만 해도 제대로 할지 미지순데 이것저것 손만 댄다면 스스로도 버티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도전한다는 것에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나만 집중해서 도전하는 것이 한 해를 마무리할 때에도 명확한 결과 앞에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늘 욕심을 버리고 매사 앞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걸 함으로써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 이걸 함으로써 내 삶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까? 중간에 포기한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시간을 낭비했으므로 내 인생 전체로 볼 때 마이너스다. 인생을 살아가며 명확하게 느끼는 것은 정말 하찮은 것이라도 이 ‘지속가능성’만 염두에 두고 계속해 나간다면 기대치 않은 기회가 온다. 실력과 노하우가 생기고 정말 뭐라도 된다. 정말 매사에 단순히 하나만 예시를 들어봐도 먹는 것만 꾸준히 많이 먹어도 위가 늘어나 더 맛있게 먹고, 많이 먹을 수 있다. 먹방 유투버라도 하겠지. 뛰는 것만 꾸준히 해도 나중에 마라톤에 출전할지 누가 아는가? 나처럼 글만 썼는데 책 출간을 하기도 하고, 곽튜브는 우연히 해외인턴의 삶을 꾸준히 찍었기만 했는데 100만 여행유투버가 되었다. 늘 욕심을 버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주체적으로 선별하여 ‘꾸준히’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만의 숙제만 떠올려라.


셋째, 모든 행동에 이유를 찾아보자. 기계적인 삶은 진짜 기계와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생각한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이상적 사고를 가진 인간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가 만드는 기계 따위와 비교를 당한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오늘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내가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을 얘기하다가 본인도 대구에서 일을 3개월 정도 해보았다고 했다. 서울과 다른 대구에서 가장 놀랐던 점이 대구에서는 서울과 다르게 출근길 지하철 앞에서 사람들이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걸으면서 나름 지방사람답게 여유롭게 다닌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매일 바쁘게 뛰어가고, 지하철에 숨도 못 쉬면서 가는 기계 같은 삶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다. 얼마 전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사건을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그 압박에 못 이겨 숨을 못 쉬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태원 사건처럼 말이다. 그 압박을 견디면서까지 모든 사람들이 회색의 얼굴로 우리는 왜 출근하는 걸까? 출근해서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기계적으로 일을 쳐내지 말고 그 이유를 생각하면 이 변화하는 과잉의 시대 속에서 내 삶의 의미를 비로소 찾게 된다. 이 일을 함으로써 프로세스가 개선된다거나, 실적이 올라간다거나,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를 명확히 찾아야 아침에 내가 일어나는 이유가 생긴다. 그 일로 비로소 다른 일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기계적인 삶은 딱 그까지 밖에 못한다. 생각의 확장을 막아 내 삶의 성장을 막는다. 모든 것을 취하기 전에 이유를 찾아보자. 나는 이 일을 도전함으로써 이 일을 선택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왜 얻고자 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트업 사장(사실은 내 오랜 친구다)은 어릴 적부터 1조를 꼭 벌어야겠다고 떠들고 다녔다. 왜 1조를 벌어야 해?라고 물으니 답이 바로 나왔다. 그 돈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단다.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단다. 그것이 죽기 직전의 자기 소망이라고 한다. 얼마나 멋있는가.

나는 글을 왜 쓰는가? 나는 오늘 운동을 왜 하는가? 회사는 왜 다니는가? 돈은 왜 버는가?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들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라면 하나를 신기해하며 서로 나눠먹고, 바나나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던 그때와 지금은 정반대의 삶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마도 전 세계 최빈국 아프리카의 말라위, 부룬디 혹은 북한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이런 감정이 들겠지.

이 모든 변화 속에서 더 빠르게 적응해서 삶을 더 진하게 살아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