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과연 어디일까?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다. 한쪽은 수많은 높은 빌딩과 불빛으로 가득한데 한쪽은 허허벌판이다. 미국과 멕시코의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자, 그렇다면 이 사진에서 미국은 어디이고 멕시코는 어디일까? 거의 90%가 넘는 사람들이 이 사진의 정답을 틀린다. 당연 미국이 더 잘 사는 나라니까 오른쪽이 미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답은 왼쪽이 미국이다.
미국은 멕시코와 가까울수록 집값이 싸고 사람들이 없어 개발이 덜 되어있다. 치안, 경제 여러 가지 이유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멕시코는 미국과 가까울수록 여러 장점이 많기 때문에 개발이 잘 되어 있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집값은 비싸며 미국과 반대로 늘 사람들에게 수요가 많은 곳이다.
왼쪽의 굳건한 장벽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밀입국자들의 미국입국을 막기 위해서 이 장벽을 더 높고 견고하게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바이든대통령으로 바뀌며 잠정 중단된 상황이지만 국경장벽에 대한 끊임없는 소음이 존재한다. 총 3,000km이며 만리장성의 반정도의 긴 장벽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이다. 국경을 대고 있어 공통점이 많으면서도 모든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미국은 익숙하지만 아직도 멕시코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약의 나라라고만 여긴다. 최근에서야 <서진이네>에서 멕시코가 나오면서 한국사람들에게도 멕시코의 명소들이 알려지고 있다.
도시명도 인상적인데 LA, LOS ANGELES 도 사실 스페인어로 천사들이라는 뜻이다. 팔로알토 (PALO ALTO)라는 곳도 스페인어로 높은 나무라는 뜻이다. 과거에 멕시코 땅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미국의 주요 도시는 스페인어로 된 곳이 참 많다.
꽃다운 20대에 멕시코와 미국에서 3년간 생활한 것은 내 32년 인생 최고의 자산이다.
미국은 정부해외인턴십을 통해 LA에서 어학연수 후 뉴욕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교환학생으로 갔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의 시간보다 멕시코에서의 삶이 훨씬 더 정겹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던 것도 한 몫한다.
세계 경제대국이며 전 세계 패권국 미국과 OECD 근로시간 1위(한국은 2위) 명성을 가진 타코의 나라 멕시코에서의 삶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을까? 먼저 공통점부터 알아보겠다.
먼저 언어와 생활문화를 들 수 있다. 미국 서부, 특히 LA나, 샌디에이고, 파사디나 등 웨스트 지역은 공공시설이나 대중교통 등 모든 곳에서 스페인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그만큼 멕시코나 중남미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정말 많다. 체감상 인구의 50% 정도 되는 듯하다. 마트의 캐셔, 잔디를 깎는 사람들, 레스토랑의 셰프, 생활하는 데 거의 모든 곳에서 히스패닉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오죽했으면 하루아침에 히스패닉 사람들이 미국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한 주제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훨씬 빠르게 그 나라 문화를 습득하고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 중남미는 브라질을 제외하고 모두 스페인어를 쓰기 때문에 각 국가만 다를 뿐, 중남미 사람들은 서로를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휴가시즌이 되면 여행도 중남미로 가지 않고 유럽이나 아시아로 떠난다.
반대로 대한민국과 일본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 반대의 문화와 특성을 가진 나라다. 그것의 근간이 되는 것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생활에서는 차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멕시코는 모두 땅이 크기 때문에 차 없이는 생활이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도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거의 모두 차를 타고 다니듯이, 미국과 멕시코는 차가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멕시코시티는 전 세계에서 매연이 가장 많이 나오고, 교통체증으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높은 고산지역에 만든 도시에서 약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단연 교통체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뉴욕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곳에서 자동차가 필요하다. LA에 있을 때 처음에 차가 없어서 굉장히 고생했다. 차는 거의 발과 같다. 특히 LA는 뉴욕처럼 대중교통도 잘 안되어 있기 때문에 20분~30분에 한 대씩 버스가 오기에 무조건 차가 필수다. 특히나 자연경관이 너무나도 이쁜 LA는 차가 없으면 아예 여행 자체를 다니질 못하므로 일주일 이상 있으려면 렌트를 무조건 해야 한다.
멕시코나 미국은 대중교통이 매우 더럽고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다. 뉴욕에 가보면 알겠지만 지하철 철로에 쥐도 다닌다. LA에도 지하철이 있지만 타 본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LA에 4개월 있으면서 단 한 번도 타지 않았다. 타보면 알 것이다. 치안이 잘 안 되어 있고 매우 불편하니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의 지하철에서 나는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있다. 잔뜩 겁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해 갔는데도 불구하고 소매치기 무리한테 당했다. 멕시코사람들은 특히 동양인을 걸어 다니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멕시코시티의 지하철을 탈 때에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한 무리가 갑자기 나를 밀치더니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아래로 못 내리게 막았다. 그 사이 다른 사람이 내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빼가고 금세 문이 열러 도망가버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알면서 당한 가장 억울한 사건이었다. 주머니에서 내 지갑을 빼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손으로 내리지 못했고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음식은 또 어떤가? 미국에는 멕시칸음식점이 정말 많다. 마치 멕시코에 온 듯하다. 멕시코에서의 똑같은 비주얼과 맛으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다만 메뉴가 조금 다르고 가격이 비쌀 뿐이다. 모두가 브리또는 멕시코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미국에서 퓨전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국음식과 타코를 퓨전해 김치타코 등을 만드는 멕시칸 음식점이 많다. 보통 만오천원에서 이만원이 넘는다. 음식점 사장님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정말 사악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멕시코에는 타코하나에 500원이면 먹는다. 가격부담이 없어 20대 때 한 끼로 12개까지 먹은 적이 있다.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두 국가 모두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LA에는 한국음식점에 외국인이 줄을 서서 한식을 먹는다. 북창동 순두부는 한국의 본점보다 인기가 많아 LA가 본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릴 정도다. 실제로도 더 맛있다.
멕시코도 K pop 등으로 한국을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월드컵 때우리나라 덕분에 16강 진출을 했을 때 한국인이 오면 모든 음식을 공짜로 줬다.
둘째로, 발전가능성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애플은 실제로 나스닥 시가총액 1위로, 대한민국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보다도 훨씬 크다. 애플 시가총액은 약 3천조이며, 대한민국 코스피 전체가 2천조 정도 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발전가능성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은 아직도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AI나 우주, 차세대 사업에서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오질 못할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에도 몇 백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자원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국가 면적만 보아도 LA와 뉴욕 간에는 시차도 3시간이나 나며, 같은 나라인데도 비행기로 몇 시간씩이나 이동해야 한다. 나라가 워낙 넓어 50개가 넘는 각 주마다 법도 모두 다르다. 마트에 가면 알 수 있듯이 과일, 계란, 고기 등 생필품은 자원의 부국답게 정말 저렴하다. 산유국인데도 불구하고 늘 석유를 수입해 오며 워런버핏이 말했듯, 달러의 패권을 이길 통화는 앞으로 10년, 30년 동안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최근 위안화로 석유를 수입한다고 해도 미국은 크게 달러 패권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멕시코는 GDP 15위로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다. 카를로스 슬림이라는 멕시코 재벌은 2014년 당시 세계 부자 2위에 등극하기도 했었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멕시코의 모든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주유소(PEMEX), 이동통신사(텔멕스 텔레콤), 항공, 건축, 운송 등 모든 산업을 혼자 독점하고 있다. 멕시코 GDP의 5% 이상을 혼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멕시코를 슬림제국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렇게 부자들은 잘 사는 반면에 빈곤층의 비율은 세계에서도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한다. 이들은 하루 8시간 기준 하루 일당이 원화기준으로 만원도 벌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서라도 미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유다. 미국에서도 히스패닉은 값싼 노동력으로 쓰이지만 멕시코에서보다는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LA에 많은 히스패닉들이 고국으로 늘 돈을 송금해 주며 미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멕시코 또한 자원이 풍부해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것은 멕시코에게 어쩌면 가장 큰 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과의 사업확장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멕시코가 어쩌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 미국 경제 의존도 80%가 넘어 경제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발전가능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특히 멕시코는 미국과 가까이 있다는 것 말고도 지리적 이점이 정말 크게 작용한다. 중남미와 미국의 사이에 위치해 있어 중남미 사업 시작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멕시코에서 생산해서 중남미 각국으로 수출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실제로 기아자동차나, 현대엔지니어링 등 멕시코에 한국회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외국자본들이 멕시코에 투자하는 것은 멕시코 관점에서도 외화벌이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