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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콜라는 왜 더 달콤할까?

멕시코와 미국의 삶의 격차에 대하여

by 홍그리

앞서 얘기한 미국과 멕시코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른 점도 매우 많다.

첫째, 동양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스텐스다. 미국은 철저히 개인주의 사회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본인의 최대한의 자유를 누린다. 모던패밀리, 프렌즈, 빅뱅이론 등 미국 유명 시트콤을 보면 알 수 있듯 미국은 룸메이트끼리 놀러도 다니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얘기다.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인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니면 대학생활이나 룸메이트와의 생활에 있어서 굳이 친한 관계를 맺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미국 문화 특성상 small talk정도는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나 딱 거기까지다. 미국 유학을 가거나 일을 하러 간 동양인들은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매우 난처한 경우가 많다. 주로 본인에게 이익이 있을 경우에만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같은 룸메이트도 어쩌면 월세를 나누어 저렴히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이다. 물론 과제도 많고 개인의 삶의 치여 바쁜 나날들의 연속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인과의 생활습관, 언어, 사고방식, 출생지 모든 것이 다른 사람과 한순간에 친해질 필요성도 못 느끼고 굳이 상대방에게 맞추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룸메이트는 그냥 룸메이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인종차별은 최근 많이 없어졌다고 하나, 유명관광지에서도 나는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한순간에 없어질 수는 없는 오랜 미국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관념인 듯하다.

이와 반면에 멕시코의 경우 동양인 특히 한국인을 정말 좋아한다. 멕시칸들에게 친구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며 스페인어로 Amigo(친구)라는 단어를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나보다 오히려 먼저 멕시칸 친구들이 파티에 가자며, 친구 하자며 연락이 올 것이고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정말 많다. 모두가 멕시칸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나라나 똑같이 뉴스에 나오는 일부 사람에 한정한다. 모두가 밝고 순수한 친구들이다. 나도 아직까지 멕시코 친구들과 10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연락한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시절을 수많은 멕시칸 친구들과 재미있게 보낼 수 있고 스페인어를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는 반면에,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오늘만 사는 멕시칸 특유의 마인드셋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술을 진탕 마신 뒤에 다음날 출근하지 않는 것은 아주 빈번한 일이다.

미국인과 멕시코인 서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멕시칸들을 낮은 임금과 수준이 떨어진다고 무시하며, 멕시칸들은 미국인들을 잘난 체하고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라 규정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국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 미국 서부땅이 모두 멕시코 땅이었기도 하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인들을 '그링고'라고 부른다. "green go!"이며 영어를 못하는 멕시칸들이 미국인을 부르는 관용어다. 직역하면 '눈이 초록색인 미국인들은 너네 나라로 가버려라'라는 뜻이다.


둘째로, 교육 질 차이다. 대한민국이 2023년 지금 G7회담에 초청을 받고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단연 교육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는 전쟁의 폐허만이 남은 한국에서 인적자원에 투자를 해서 외화벌이에 열을 가한 덕분이다. 80%가 넘는 대학입학률을 자랑하면서도 과한 교육열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무한경쟁사회, 비교의 삶은 부작용으로 남았다.

미국도 똑같다. 미국은 과거부터 자국의 발전을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연설도중 대한민국 교육을 극찬했다. 빅뱅이론에 여자 앞에서 말을 못 하는 Nerd 한 인도인 라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도인 천재들과 유대인 1%의 사람들이 지금 현재의 미국을 이끌어가고,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못한 시스템 속에서 단순반복업무를 하는 사람들에, 각종 범죄가 들끓는 누가 봐도 선진국이라고 보기 힘든 것이 현실적인 미국의 단면이다. 영화 '세 얼간이'의 배경 인도에 1등 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는 인도공과대학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인도가 IT교육에 열을 낼 때 미국은 재빨리 인도를 주목했다. 값싼 노동력으로 IT천재들을 대거 미국에 유입함으로써 자국의 IT와 미래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실리콘밸리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월세 단칸방은 원화 200만원이 넘는다. 한국의 유수한 교수님들은 대다수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셨고, 노벨상 수상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보면 미국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교육이 한 몫한다. 천문학적인 대학등록금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모두 평균 5,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하는 미국인들에 경의를 표할 정도다.

반면 멕시코는 다르다. 멕시코는 아직 대학 입학률이 40%가 채 안되며(2022년 기준), 등록금도 비싸 공부에 뜻이 있지 않은 이상은 거의 대부분이 생계를 위한 단순노동에 치우쳐 있다. 육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실감을 못하며 수많은 멕시코의 자원도 외국자본에 의해 활용하지 못하고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과테말라 국경 쪽 tapachula나 소도시에 가면 스페인어를 읽고 쓸 수 없는 인디언들도 거주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닿고 있음에도 대학생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내가 공부할 당시 체감상 반정도밖에 안 되었다. 정부에서도 교육의 질을 올리는 지원과 정책이 미비하고 각 대학들도 비협조적이며 본인의 이익만 좇는 형편이다.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셋째는 금전적인 문제다. 미국은 돈이 없으면 그냥 굶어 죽어야 하는 나라다. 북유럽과 정반대의 나라다. 자본주의의 탄생지만큼 자본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집 밖에 나갔다 하면 모든 것이 돈이다.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단 아무것도 없다. 내 미국친구들은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보험이 우리나라처럼 잘 안되어 있어 병원에 한번 가면 최소 20만 원~30만 원이다. 응급실에 가서 응급차를 부른다? 최소 500만원이다. 그래서 내 친구는 진심으로 "팔다리가 잘리지 않는 이상 병원에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비즈니스가 발달하고 돈이 곧 권력이다. 다소 흑백논리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패스트푸드의 경우 극단적으로 저렴하고, 유기농 음식일 경우 극단적으로 비싸다. 중간이 없어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저소득층의 비만율은 하늘을 찌른다. 극화는 날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돈에 의해서 움직이며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더치페이가 많다.

반면 멕시코는 미국 대비 물가가 싸다. 최근에는 멕시코페소가 급락하여 한국인들에게는 좀 더 싸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현지인들에게는 엄청 비싼 편이다. 멕시칸들이 캐셔에서 하루종일 일해도 원화 만원도 벌지 못하며, 서민들은 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멕시칸들은 정이 많아 없는 돈도 서로 내려고 하거나, 돈에서는 크게 인색함이 없는 편이다. 'Mi casa es tu casa' 내 집은 곧 너의 집이다라는 유명한 말답게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을 즐기며 서로 나누며 정을 쌓아가는 문화가 있다. 다만 범죄나 치안이 미국에 비해 훨씬 위험하므로 밤에 혼자 다니거나 현금을 많이 들고 위험한 곳은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멕시코도 미국과 동일하게 저소득층이 먹는 음식이 타코와 같이 고기와 기름이 잔뜩 섞인 음식과 코카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롤 먹어 비만율이 높다. 세계 비만율 1위가 어디인지 아는가? 미국? 아니다. 멕시코다.

특히 멕시코 코카콜라는 타 국가 대비 훨씬 달다. 직접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유독 단 맛이 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멕시코에 사탕수수가 많이 재배되기 때문에 코카콜라에 사탕수수를 넣어서 그렇다. 코카콜라의 종류도 수십 개에 이른다. 제로콜라, 레몬콜라, 저당콜라, 펩시콜라, 등 셀 수 없다. 멕시코 소매점은 늘 코카콜라로 인테리어가 된 곳이 많고, 물만큼 코카콜라를 많이 마시는 나라다. 한번 마시면 헤어 나오질 못하니 주의할 것. 이러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내 친구 중에는 실제로 서울에 살면서 멕시코 코카콜라를 직수입해 먹는 친구도 있다.

직접 찍은 멕시코 가게 모습

마지막으로는 인프라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항공, 에너지, 운송, 방산, 건설, 인프라, 농업, AI, 미래산업 다양한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국가다. 미국의 한해 국방비는 대한민국 전체 1년 예산보다도 많다. 대한민국 전체 국가 예산은 미국이랑 비교할 것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방대한 경제규모를 앞세워 전 세계에서 투자를 받고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한다. 나스닥 주식만 봐도 알 수 있다. S&P 500을 꾸준히 사 모은다면 노후 걱정은 없다고 절실하게 미국에 살아보니 느낀다. 이 나라는 절대 망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 채 모든 면에서 아주 촘촘하고 세세하게 시스템이 짜여 있다.

멕시코는 광활한 자원을 무기로 현재 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주도아래 다양한 분야의 외국자본이 들어와 미래발전 가능성이 아주 큰 국가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부정부패와 독점이다. 국민들의 삶에 가장 밀접한 산업마저 한 사람, 한 회사가 독점체제를 가지고 있어 정부가 관리가 안된다. 우리나라도 전기나 가스는 전력공사, 가스공사 등 각 공공기관이 직접 관리하는데 멕시코는 한 개인과 회사가 관리하여 부정부패가 여전히 만연한 상황이다. 부의 독점으로 다른 자본이 더 커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내가 두 곳 다 살아보며 느낀 미국과 멕시코의 차이점이. 앞으로 이 차이점과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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